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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불만다라]56. 성냄의 어리석음

기자명 법보신문

분노를 다스리는 이가 천상에 태어난다

진실을 말하라 성내지 말라.
가진 것이 적더라도
누가 와서 원하거든 선뜻 내어주라.
이 세 가지 덕으로 그대는 신들 곁으로 간다.
 - 『법구경』

분노를 다스리는 이가 천상에 태어난다

위의 게송은 『법구경』 제17 ‘성냄의 장’, 또는 ‘분노의 장’의 글이다.
부처님 가르침의 기본은 어리석음을 떨쳐버리고 지혜로운 삶을 회복하는 것이다. 이 어리석음의 대명사가 곧 탐진치 3독이다. 끝없는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이 결국은 우리를 윤회의 고통에 휘감기게 하는 원동력이 되는 것이다. 이 3독 중에서도 성냄의 어리석음은 평소에 지은 모든 공덕을 다 태워 소진시키는 왕성한 불길과도 같은 것이다. 성냄의 불길을 꺼버리는 힘은 곧 지혜에 의해서 길러진다는 가르침을 ‘성냄의 장’에서 설하고 있다.  
이 성냄의 장을 설하신 인연설화 중에 로히니 공주의 이야기가 있다. 로히니 공주는 전생에 질투심을 낸 어리석음 때문에 금생에 공주의 몸으로 태어났으나 심한 피부병을 앓게 되었다고 한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아누룻다 장로는 공주에게 모든 재산을 다 보시하여 수행자가 공양할 공양간을 짓게 하고 수행처에 머물면서 참회의 기도를 하게 하였다. 참회기도의 일환으로서 수행처의 구석구석을 말끔히 청소하는 일이었다. 변소, 욕실, 하수구 등 사찰의 모든 더러운 곳을 기쁜 마음으로 원을 세우면서 맑고 깨끗하게 청소를 하였다.

성냄은 공덕을 태워버려

이 인연설화에 기인하여 지금도 몸에 병고가 있으면 참회의 기도를 하면서 남이 하기 싫어하는 더러운 곳을 환희심으로 깨끗하게 청소하고 원을 세우면서 수행하는 관습이 오늘날도 사찰에 이어져 온다. 로히니 공주는 물론 어리석음에서 저지른 성냄의 업보를 모두 떨쳐버리고 환희심과 서원심으로 다시 청정한 몸을 얻게 되었다고 한다.

다음은 목신(木神)이 성냄을 가라앉히고 자비심을 간직한 이야기가 있다. 부처님 당시 비구스님 한 분이 자신의 수행처를 짓기 위하여 나무를 자르려고 했다. 그런데 이 나무를 의지하여 살던 목신이 있었는데 비구스님이 갑자기 나무를 자르는 바람에 목신과 목신의 아들은 땅에 나뒹굴면서 그만 아들이 팔이 부러지는 큰 상처를 입고 말았다. 순간목신은 분노의 마음이 들어서 비구스님을 죽여 버리려고 손을 쳐들었지만 수행자를 죽이는 악행을 저질러서는 안 된다는 마음으로 분노의 마음을 다스렸다. 그리고 비구스님의 스승인 부처님께 나아가서 나무를 베는 등의 갑작스런 행동으로 생명이 손상되는 고통을 호소하였다.
 
부처님께서는 목신의 이야기를 들으시고 목신이 성내는 마음을 잘 다스린 행위를 크게 칭찬하셨다. 칭찬의 말씀 중에는 마치 달리는 마차의 속도를 솜씨 있게 조절하는 마부처럼, 목신도 자신의 분노를 잘 다스려서 참다운 의미의 마부가 되었다고 칭찬하신 글이 전해져 온다. 이 일이 인연이 되어 오늘날도 사찰에서는 부득이하게 나무를 베려면 일주일이나 3일 전부터 나무에게 나무를 벨 것이라는 이야기를 전하고 목신이 다른 나무에 옮겨가도록 권하는 전통이 있다. 나무 하나, 풀 한 포기에도 의지해서 살아가는 생명이 있음을 가벼이 여기지 말라는 가르침인 것이다.

마지막으로 위의 게송을 설하신 직접적인 동기는 부처님 당시 마하목갈라나 장로가 천상세계에 가서 천상에 태어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게 된 일이다. 장로는 천상의 사람들이 매우 풍요롭고 아름다운 환경에서 즐거운 나날을 보내고 있는 광경을 목격하고서 다음과 같이 질문하였다. 천상에 태어나서 이렇게 즐거운 복락을 누릴 수 있는 원인이 무엇인가를 물었던 것이다. 그러자 천상사람들은 다음과 같이 몇 가지로 답을 하였다.

정성만 다해도 복락 얻어

첫 번째 사람은 자신은 설법을 많이 들었거나 보시를 많이 해서가 아니라, 진실만을 말하면서 정직하게 산 과보로 천상에 태어나게 되었다고 답을 하였다. 또 다른 천인은 지상에 태어났을 때 난폭한 고용주를 만나서 매일 같이 주인이 성내고 폭설을 퍼부었지만, 그 자신은 고용주에게 성을 내기 보다는 자신의 생계를 도와주는 주인으로서 고마운 마음만을 간직한 대가로 천상에 태어나게 되었다고 술회하였다. 그리고 세 번째 천인은 아주 보잘 것 없는 물건이라도 진실한 마음으로 정성을 다하여 비구수행자나 필요한 사람에게 보시한 공덕으로 천상에 태어나는 행운을 얻었다고 설명하였다.

마하목갈라나 장로는 천상에서 내려와서 부처님께 이 이야기를 전해드렸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이러한 이야기에 다시 확신을 심어주기 위하여 위의 게송을 읊으셨다고 한다. 아무리 작고 보잘 것 없는 일일지라도 착하고 어진 마음으로 정성을 다하여 실행하면 반드시 천상의 복락을 얻게 된다는 것이다.

천상에 태어나서 무한한 복락을 얻는 것에 특별한 길이 있는 것이 아니다. 진리에 입각한 진실함을 말하고, 분노를 억누르고 성내지 않으며, 그리고 작은 것을 나누어 다른 생명의 삶을 도우는 길에 항상 동참하는 세 가지 방법을 몸소 실천함으로써 우리는 다 함께 천상에 태어날 수 있다는 아주 평범한 이야기를 말씀하신 것이다. 천상에 태어나는 것이 특별한 사람들만의 전유물이 아님을 명심하도록 하자.

본각 스님(중앙승가대 교수)
그림=이호신 화백, 수화자문=조계사 원심회 김장경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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