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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묵 스님의 풍경소리]출가는 굴레 벗어나 영원한 행복 찾는 길

기자명 법보신문

불조 혜명 단절 않도록 함이 불자의 사명

3월 4일은 부처님이 안락함과 친밀함, 든든함과 즐거움 등 세속적 의지처를 모두 뒤로 한 채 영원한 행복을 찾아 스스로의 굴레를 벗어던지고 사문의 길로 나서신 출가재일이다.
모든 날들이 다 귀하고 모든 곳에서 다 받들어야 하겠지만 통도사에서는 더 깊은 의미로 다가드는 날이다. 왜냐하면 통도사는 출가를 상징하는 부처님의 금란가사와 열반을 상징하는 정골사리를 모시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열반재일까지 이를 되새기고자 법회를 봉행하고 있다. 7일 동안 매일 사분정근을 하고 사시기도 후에는 일곱 분의 법사가 부처님의 일대기를 팔상성도에 맞추어서 법문을 하시고, 법문 후에는 본사 주지 스님이 직접 마이크를 잡고 선창을 하시며 108참회를 하는데 그 음성이 온 도량을 가득 채우고 매화향보다도 더 짙고 환희롭게 퍼져나간다.

그 음성에 묻혀 손을 들어 민머리를 만져보며 나 자신의 출가를 되돌아본다. 과연 출가할 때의 마음을 유지하며 처음 먹은 뜻을 삶으로 투영시키려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송광사 강원 시절 산 너머 토굴같은 암자인 오도암에 들렸다가 방에 들어갔더니 족자가 한 폭 걸려 있었는데 좬선가귀감좭에 나오는 서산 스님의 말씀이 적혀있었다.

“출가해서 중이 된다는 것이 어찌 작은 일이겠는가. 그것은 안일함을 구해서가 아니며, 따뜻하게 입고 배불리 먹으려는 것도 아니며, 이름나기를 바래서도 아니다. 그것은 생사윤회를 면하려는 것이며, 모든 번뇌를 끊으려는 것이며, 부처님의 거룩한 지혜를 이으려는 것이며 ,삼계를 벗어나 중생을 건지기 위해서인 것이다.”

그 때는 이 글을 읽으면서 가슴이 뛰었고 평생 이 말씀을 꼭 담고 살아야지 했었다. 하지만 이런 마음들이 세월 속에 점점 무디어져 가고 이 핑계 저 핑계로 안일함을 찾고 있는 듯하니 그저 한없이 부끄럽고 죄스러울 뿐이다. 가족 중에 한 명이 출가하면 구족이 하늘 세계에 태어난다고 하는데 나의 출가가 그러지는 못 할지언정 구족이 쌓아 놓은 모든 복덕을 까먹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 때 이렇게 못나게 살아갈 거라면 부모님 가슴에 대못질을 하며 구태여 출가까지 했나하고 후회를 해 본 적도 있다. 하지만 요즘, 내 자신 여러 은혜를 갚기에 너무도 부족한 삶을 살고 있고 갚아야 할 빚이 더욱 늘어남을 알면서도 이 길에 들어섬을 결코 후회하지는 않는다. 이 길에 들어설 수 있도록 이끌어 준 모든 은혜에 감사하고 이 길을 택한 내 스스로에게도 감사한다.

이전에는 그저 막연히 심정적 좋아했고 믿었던 면이 많았지만 이제는 누가 뭐라 하여도 부처님의 가르침이 우리 모두를 참다운 행복으로 인도해 줄 첩경이고, 비록 내 자신의 덕행이 부족하고 지혜가 무디어 이생에는 온전히 부처님의 가르침을 내 것으로 못한다 할지라도 오늘의 인연을 통해 어느 생엔가는 반드시 이르게 될 것임을 믿기 때문이다.

좬법화경좭 좥오백제자 수기품좦에서 제자들이 수 없는 겁을 지나서 부처가 될 것이라는 수기를 받고 환희용약 했듯이 이 믿음을 얻은 것만으로도 큰 기쁨이고 더 없는 행복함을 느낀다. 그래서 이제는 주변에 인연들에게 적극 출가를 권한다. 해서 더러 신심 있어 보이는 젊은이를 만나면 권하여 보지만 대부분 “아무나 스님하나요. 그냥 저는 밖에서 공부하며 스님들 이바지나 하며 살겠습니다”한다.

열심히 절에 다니시는 보살님에게 자식 출가를 권하면 “그 힘든 길을 우리 아들은 안 됩니다”라고 대부분 말을 한다. 이러다보니 큰절에서도 행자님 구경하기가 힘들고 어렵게 되었다.
여기서 우리 불자님들이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 있다. 자신의 모든 것을 미련 없이 다 버리고 불문에 들어서 비록 하루를 산다 해도 그 공덕은 무량하며, 불자로서의 가장 큰 사명이 부처님의 혜명이 단절되지 않도록 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이 봄 도량을 찾아 출가하는 이들이 연이어지길 발원하며 나 자신의 출가 초심을 가다듬어 본다. 

정묵 스님 통도사 포교국장
manib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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