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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불만다라]57. 생명을 살리는 방법

기자명 법보신문

육신의 욕망 떨치고 연기의 눈 갖춰야

산목숨을 죽이지 않고 항상 육신을 억제하는 성자는 불멸의 경지에 이른다. 거기에 이르면 근심이 없다. - 『법구경』

지난해의 모진 겨울이 뒷모습을 보이면서 산천에는 봄기운이 완연한 요즈음이다. 봄은 소생의 계절이라는 것을 실감한다. 작은 나뭇가지 하나로부터 온 산의 기운이 봄의 에너지를 느끼게 한다. 『법구경』 225번 게송의 첫머리에 ‘산목숨을 죽이지 않는 일’, 또는 ‘남을 해치지 않는 행위’ 등은 다 생명을 살리고 손상하지 말라는 생명의 가르침이다. 지난해는 소를 도살하여 우리의 식탁을 풍요롭게 하는 인간의 잔혹한 행위가 도마 위에 오른 한 해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렇게 희생되어간 소를 위로라도 하듯 기축년은 ‘워낭소리’라는 소의 일생을 그린 이야기로 세상이 떠들썩하다.

가뭄에 괴로워하는 산하

먹고 살기 위하여 소를 도살하든, 아니면 소의 일생을 영화로 그려서 생명의 진솔함을 영화에 담든지 간에 이들 모두는 만물의 영장인 인간의 행위임에 분명하다. 그리고 극한으로 달리는 이 두 가지 인간의 모습을 보면서 다시 우리는 부처님 가르침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깨우침을 얻게 된다. 오늘날 인간의 행위는 죄업으로 단단히 묶여져 이 시대를 함께 살고 있는 공업(共業)으로서의 업보를 피할 길이 없다. 요즈음 강원도에서 일어나고 있는 극심한 가뭄의 현장이 텔레비전화면에 비춰졌다. 계곡의 물을 의지하여 살아온 작은 생명들은 영문도 모르게 닥쳐온 가뭄의 재해 한가운데서 그저 고통스러워하고 있을 뿐이었다. 개울가의 얼마 남지 않은 물웅덩이에 모여서 생명을 보전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민물고기와 알 덩어리의 엉켜 붙은 모습을 보면서 왠지 자신의 죄업인양 참회하지 않고는 바라볼 수가 없었다. 이 가뭄이 지나가고 나면 우리의 산천은 물고기 한 마리 노닐지 않는 더욱 빈곤한 산하(山河)가 되리라는 쓸쓸함이 엄습해 온다.  
생명을 살리는 일은 참으로 소중한 일이다. 부처님의 모든 가르침이 생명을 살리는 길로 이어지고 있다. 부처님 가르침 속에서 우리는 봄기운을 느껴야하고 생명의 기운을 실천하는 삶이 되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우리의 육체가 요구하는 욕망을 떨쳐버리는 것이 급선무이다. 육체의 욕망을 떨쳐버리는 수행의 방법으로서는 부처님께서 초지일관 가르치신 연기의 법을 바르게 알아차리고, 알아차린 대로 실천하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거해 스님의 편역에 의하면 부처님께서 제자를 거느리시고 걸식을 하고 계셨는데, 그 때 나이 든 재가 브라흐만이 부처님께 다가와서 마치 아들처럼 반가워하였다. 그리고 집으로 모시고 가니 집에서 기다리고 있던 나이든 부인 역시 부처님을 아들처럼 반겨 맞이하였다. 더욱 이상한 것은 부처님 역시 마치 그 노부부의 친아들처럼 조금도 어색함 없이 행동하셨다고 한다. 매일 같이 그 노부부의 집에 찾아가셔서 공양을 받으시고 거룩한 법문을 설하셨다. 노부부는 오래지 않아서 아나함의 경지에 오르고 열반을 향하여 정진하였다. 이러한 모든 광경을 이상하게 여긴 제자들이 부처님께 그 연유를 여쭈어 보았다. 부처님께서는 아주 담담하게 말씀을 하셨다. 자신이 과거 수행의 과정에 있으실 때에, 저들 부부와는 때로는 자식으로 때로는 친척으로 수없는 관계 속에 연기(緣起)하였을 것이므로, 연기의 진리에 입각하여 사물을 바라보면 서로 관계 지어지지 않고 홀로 있는 생명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씀하셨다. 모든 생명은 서로 관계 지어져서 현상세계를 형성해 간다고 하는 가르침이다. 부처님께서는 그 브라흐만 노부부의 곁에서 3개월을 보내시면서 옛날의 은혜에 보답이라도 하려는 듯 가르침을 펴셨고, 노부부는 가르침을 따라서 열심히 수행 정진하여 아라한과를 성취하였다. 그리고 오래지 않아서 열반을 실현하였다고 한다.

홀로 존재하는 생명은 없다

부처님께서는 그냥 우리들 곁에서 벌어지는 작은 현상을 쫓아서 연기의 법을 관찰하셨고 바로 가르침을 펴심으로써 모두를 깨달음에 이르게 하시는 큰 스승이셨다. 이 가르침 역시 우리의 생명은 독단적으로 존재하거나 홀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고 항상 더불어 함께한다는 깨우침을 담고 있는 가르침이다. 그러므로 내 생명의 일부분인 다른 이의 생명을 함부로 죽이거나 손상하는 잘못을 저질러서는 안 되는 것이다. 부득이 생명을 손상시켰을 때에는 깊은 외경심(畏敬心)으로 참회해야 한다. 고의적으로 죽이고 죽는 죄업이 쉬어질 때 모든 생명은 죽음이 없는 불멸의 경지에서 편안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또한 원한으로 들끓는 이 괴로움의 바다로부터 빨리 벗어날 수 있게 될 것이다.
 우리는 지난 겨울을 보내고 새봄을 맞이하면서 인간의 양면성을 알게 되었고, 존재의 양면성을 볼 수 있었다. 우리 인간은 생명을 죽이는 잔인함 보다는 자비로워지도록 노력 정진할 일이다. 태양이 밝아오고 밤이 깊어 질 때에 밝은 태양 아래서는 생명이 활기차게 성장하도록 도와야할 것이고 칠흑 같은 어두운 밤에는 모든 생명이 두려움에 떨지 않도록 보호하고 내일을 준비하도록 편히 쉬게 해야 할 것이다. 이 모든 선악의 행위가 또한 인간의 한 마음에 달려 있음을 깊이 깨닫는 봄이기를 기도한다.  

본각 스님(중앙승가대 교수) 그림=이호신 화백, 수화자문=조계사 원심회 김장경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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