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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불만다라]58.삶이 힘든 사람에게

기자명 법보신문

하찮은 선행에도 행복은 따라온다

사람이 항상 깨어 있고
밤낮으로 부지런히 배우고
절대 자유를 추구하고자 한다면
온갖 번뇌는 저절로 사라지리라.
 『법구경』

『법구경』 거해 스님 편역에 의하면 223번 게송에는 가난한 농부 뿐나의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또한 226번 게송에는 미천한 신분의 여자 뿐나라는 같은 이름의 남녀가 등장한다. 이 이야기들을 살펴보기로 하자.

첫 번째 뿐나 이야기는 가난한 농부이면서 신심 깊은 재가신자 뿐나와 그의 딸 웃따라의 보시공덕이야기이다. 뿐나는 농부이면서 남의 집에서 일을 하는 매우 가난한 고용인이었다. 모든 고용인이 휴가를 맞이하여 쉬고 있을 때에도 뿐나는 열심히 일을 해서 가족을 부양하려고 애를 썼다. 뿐나의 이와 같은 부지런한 삶을 선정의 힘으로 살핀 사리뿟따 장로는 뿐나에게 공덕을 짓게 하려고 바리때를 들고 뿐나가 일하고 있는 곳으로 걸식을 나갔다. 논일을 열심히 하던 뿐나는 사리뿟따 장로를 뵙고는 자신의 괴로운 삶을 모두 잊고 환희심에서 공양을 올리려는 마음을 내었다. 장로는 뿐나에게 바리때 가득히 맑은 물을 담아 오도록 지시하였고, 뿐나는 물을 가득히 올리며 예배 공경하였다.

정성스런 공양이 불러온 기적

한편 뿐나의 부인은 남편의 점심을 준비해 오던 길에서 역시 사리뿟따 장로를 뵙고 남편을 위하여 준비한 점심밥을 모두 쏟아서 장로에게 지극한 마음으로 공양을 올렸다. 그리고 다시 집에 돌아가서 남편을 위하여 새로 밥을 지었다. 남편이 혹시 일하다가 허기가 져서 화를 내면 오늘 장로에게 공양올린 공덕이 다 없어질 것을 염려하면서 걸음을 재촉하여 남편에게 점심이 늦어진 이유를 설명하였다. 아내의 이야기를 들은 뿐나 역시 아내가 장로에게 공양을 베푼 보시행을 더 없이 기뻐해 주었다.
 
둘이 점심을 마치고 들에서 잠이 들어 한참을 쉬고 깨어나서 들녘을 바라보니 논을 파헤친 흙덩이가 모두 황금으로 변해져 있었다. 뿐나 부부의 지극한 보시공덕으로 흙이 황금으로 변하는 기적이 일어난 것이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진심으로 공양을 올린 보시공덕으로 가난한 두 사람은 큰 부자가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부자가 된 뿐나 부부에게는 웃따라라는 예쁜 딸이 있었다. 큰 부자인 재정관의 아들에게 시집간 웃따라 역시 깊은 신심으로 부처님과 부처님 제자에게 공양을 올리기 위해서 남편의 시중을 유녀(遊女)에게 맡기고 수행처에서 보름 간 수행자들에게 공양보시를 올렸다고 한다. 집에 돌아 온 웃따라에게 유녀는 질투심을 내고 웃따라를 괴롭혔다. 그러나 웃따라는 수행자에게 공양을 올릴 수 있도록 도와준 유녀에게 원망하는 마음보다는 무한한 감사와 자애로운 마음이 가득하였다. 이에 감동한 유녀는 참회의 마음으로 자신의 잘못을 뉘우쳤다. 이 두 여인은 함께 부처님께 나아가서 환희와 참회의 마음을 올리게 되었고 부처님은 다음의 게송으로 웃따라를 칭찬하셨다. 

분노를 이기는 것은 겸손과 자비심이며
사악함을 이기는 것은 선과 지혜이다.
인색함을 이기는 것은 관용과 베풂이며
거짓말을 이기는 것은 진실을 말하는 것이다.

 
좌절은 아무것도 바꾸지 못해

또 다른 뿐나 여인의 이야기는 이렇다. 뿐나는 남의 집에서 고용살이를 하는 미천한 신분의 여인이었다. 잠시도 쉴 틈 없이 청소하고 빨래하고 밤늦게까지 주인집 쌀 방아를 찧었다. 밤에 일을 하다가 잠시 쉬면서 밖을 내다보니 거룩한 장로스님과 그 제자들이 부처님 설법을 듣고 자신들의 처소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래서 뿐나는 생각했다. 장로스님들은 무슨 일로 이렇게 늦은 밤에도 바쁘게 거리를 걸어가고 계실까하면서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는 남의 집 일로 밤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고생하는 자신의 처지에 슬픈 생각이 들었다.

다음 날 뿐나는 주인집 방아를 찧고 얻은 싸라기 쌀을 물에 담가서 불린 다음 떡을 만들어서 걸식하시는 부처님께 공양을 올리고 싶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싸라기 쌀로 만든 거친 음식을 부처님께 올리는 것이 죄스러워서 망설이고 있었다. 이러한 뿐나의 마음을 아시고 부처님은 뿐나에게 다가오셔서 그녀에게 공양을 청하시고 그녀가 보는 앞에서 자리를 펴시고 맛있게 음식을 드셨다고 한다.

공양을 마치신 다음에 뿐나 여인을 불러서 어제 밤에 장로비구와 제자들이 바쁘게 거리를 왕래한 것은 뿐나가 밤을 새워서 일을 하고 부처님께 공양을 올리듯이 부처님제자들은 밤을 새워서 마음을 집중하고 깨어 있으면서 잠시도 게으르지 않고 수행을 하기 때문이라고 알려주셨다. 뿐만 아니라 부처님의 성스러운 제자들은 부지런히 계정혜 3학을 배워 모든 번뇌와 얽매임으로부터 벗어나서 열반의 경지에 머무는 대자유인이 된다고 가르쳐 주셨다. 환희심으로 법문을 들은 뿐나 여인도 현세에 겪는 고통을 극복하고 그 자리에서 수다원과를 성취하였다고 한다.

위의 두 이야기는 우연히 뿐나라는 이름으로 전해지는 가난하고 고통스런 삶을 사는 두 사람의 이야기이다. 현실적인 고통에 좌절할 수도 있었지만 이들은 좌절하지 않고 부처님을 향한 지극한 마음으로 작은 선을 실천하여 큰 행복을 얻었다는 가르침이다. 

본각 스님(중앙승가대 교수) 그림=이호신 화백, 수화자문=조계사 원심회 김장경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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