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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선거와 조계종 선거

기자명 윤청광
'이 세상 모든 것은 인연 따라 이루어지고, 머물다가 부서져 결국은 사라진다.'

일찍이 부처님께서는 '성주괴공(成住壞空)'의 진리를 이렇게 말씀하셨다. 부처님께서는 또 '이 세상에 항상 그대로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설파하셨다.

무상(無常). 그렇다. '항상 그대로 있는 것은 없다'는 말이 바로 무상이다.

나는 그 동안 기회 있을 적마다 세상이 무서운 속도로 변해가고 있으므로 우리도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게 된다고 수없이 지적해 왔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 나라는 인구의 절반이 문맹자에 가까웠다. 문맹자가 많은 세상은 권력이 제멋대로 백성을 핍박하고, 돈이 제 마음대로 세상을 주무르고, 조작된 여론이 백성을 선동하고 백성을 조종해서 백성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었다.

그러나 오늘의 대한민국은 해마다 70만명 이상의 고등학교 졸업자가 배출되고 해마다 30만명 이상의 대학졸업자가 나오는 완벽한 고학력사회(高學力社會)가 되었다. 글을 읽지 못하는 문맹자의 비율은 세계최강국이라고 오만을 떨고 있는 미국보다도 훨씬 낮은, 교육의 선진국이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 나라는 참으로 인쇄미디어의 왕자인 신문(新聞)의 왕국이었다. 몇몇 권력과 밀착한 신문이 자기들 입맛대로 침소봉대하고 여론을 날조해서 대서특필하면 백성들은 꼼짝없이 속아넘어갔다. 그러나 80년대, 90년대의 전파미디어시대를 거쳐 이 땅에 초고속 정보고속도로가 깔리고 인터넷의 시대가 급속히 확산되면서 신문의 영향력은 힘을 잃기 시작했고 고학력 독자의 날카로운 비판력 앞에 몇몇 신문들의 여론조작과 선동은 별 볼일 없게 되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전국민의 80%가 농어민이었지만 산업사회가 급속히 확산되면서 이제는 인구의 20% 이하만이 농·어업에 종사할 만큼 한국사회는 어쩔 수 없는 '산업사회'가 되어 버렸고, 대도시 집중의 기이한 세상을 만들어버렸다. 게다가 급격한 산업사회로 진입하면서 '핵가족시대'를 촉발시켜 전국을 아파트단지로 만들었는데도 주택은 여전히 모자라 아우성을 치고 있다. 또 하나 무서운 변화의 바람은 '주5일 근무제'가 머지않아 이 세상을 또 한번 바꾸게 될 것이다.

세상은 이렇게 시시각각 무서운 속도로 변해가고 있다. 1년 전의 일이 옛날이 되는 세상, 한 달이 다르고, 일주일이 다르고, 하루가 다르게 시시각각 무섭게 변하는 이 세상에 과연 한국최대, 최고(最古)의 역사를 자랑하는 한국불교는 과연 무슨 해답을 준비하고 있는가?

이제 새로운 한해, 2003년의 찬란한 태양이 우리 위에 떠올랐다. 그리고 2003년 초, 한국불교 최대의 대표종단인 대한불교조계종에서는 새로운 총무원장을 뽑는 선거가 있을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선거가 있다니 또 겁부터 난다.

구태의연한 옛날 방식대로 괴문서나 돌리고 상대방의 약점이나 폭로하고 패거리를 짓고, 이쪽 문중이다, 저쪽 문중이다 편가르기를 하고, 회유와 협박과 매수가 판치는 정치판의 흉내를 답습하는 일이 불교계 선거에서도 있을까봐 걱정이 앞선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19일에 치러진 제16대 대통령선거의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된다. 아날로그 시대에서는 상대방의 약점을 폭로하고 공격하는 '네가티브 전략'이 먹혔지만 디지털시대에는 그런 치사하고 더러운 방법은 먹히지 않는다.

1950년대식 낡은 틀을 깨고 한국불교에 새바람을 불러일으킬 새로운 지도자는 과연 누구인가? 그리고 얼마나 깨끗하고 멋진 선거를 치르는가. 2천만 불자는 지켜볼 것이다.



윤청광<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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