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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대통령을 만들자

기자명 혜원 스님
사람들은 일단 자신이 선호하는 종교를 가지게 되면 상대방의 종교성향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마련이다. 특히 한국인의 절반이상이 특정한 종교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아도 국민의 종교성향은 대단한 것이다. 이 같은 종교에 대한 열정은 자신의 행복이 종교에 있다고 여겨지고 그 종교는 이데올로기가 되고 문화가 되기까지 한다.

지난주, 우리국민은 온 나라가 법석되면서 16대 대통령선거를 치렀다. 선거가 막바지에 이를 때 누구나 정치에 일가견이 있는 것처럼 한마디씩 할 정도이고, 선거를 치른 후에는 '당선'의 뒷얘기에 귀를 모은다.

이런 와중에 역시 관심을 끄는 것은 대통령의 종교단체에 향한 공약에 대해서다. 대통령당선자의 불교계 선거공약이 어떻게 이행될 것인지에 대해 관심이 모아질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공약된 정책도 변질될 수도 있고, 유명무실하게 연기처럼 사라지기도 하여, 공약의 이행여부에 따라 대통령과 정책구성원들의 종교안배와 종교편향성을 의심하기도 한다.

특히 지난 정부에 이어 현정권에 이르기까지 종교편향의 인사정책으로, 불교가 소외되었다거나 이로 인해 불교계에서 요구하는 사안들이 미해결로 곳곳에 적잖은 고충들이 있다고 하여, 조계종에서는 '종교편향 정책시정을 위한 대책위'가 구성될 정도였다. 이만큼 종교현안과 정책은 자칫 매끄럽지 못한 거친 관계를 유지할 소지가 있는 것이다.

그 시대의 문화는 역사적 계승만이 아니라 창조와 진화로 형성되는 문화이다. 특히 종교는 그 나라의 문화형성의 배경이 된다. 문화는 인간관계에서 이루어지는 향기이며 조화의 결정체이다. 이러한 문화성향을 위해 대통령은 모든 종교가 아우러진 제3의 문화를 도출해 낼 수 있도록 문화정책에 공을 들여야 할 것이다. 신토불이만을 주장하는 보수적 문화견식에서, 진보적이고 개혁적이면서도 세계적인 문화안목을 가져야 할 것이다.

각 종교단체마다 그들이 요구하는 현안들이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한 공약은 상충되는 요소도 있을 것이며 정책상 재조정되어야 하는 사안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선거공약은 공약자체의 해결에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공약에 내포된 종교적 문화적 의미에 주안점을 두어 살펴야 할 것이다. 특히 불교계 공약은 그 대부분이 국민문화정책과 관련이 있다고 보아도 허물이 없을 것이다. 한국불교는 민족정신과 문화의 얼이 담긴, 뭇 생명의 인연의 조화에 존엄성을 둔 종교다. 그래서 한국문화는 한국불교 진면목이라고 감히 말해도 좋을 것이다.

21세기 이 나라 대통령은 한국문화를 재발견하고 그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는 문화대통령이 되었으면 싶다. 불교계는 치졸하게 대통령의 종교편향만을 따질 것이 아니라, 문화정책이 올바르게 수립되지 않을 때, 대통령과 그 집권자들을 향해 문화에 대한 견식이 없는 자들이라고 질타할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인간의 행복은 어디에 있을까? 어느 언론에서 밝힌 것처럼, 높은 국민소득과 국가적 합의, 자유스러운 경쟁자체가 있어야 행복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외부에서 얻는 이러한 행복은 내부의 '평화로운 인간성'이 열릴 때 일 것이다.

그 나라의 문화는 바로 이러한 행복을 느끼도록 하는 신성한 산소의 역할을 한다. 좋은 물은 훌륭한 숲을 만들고 그 숲은 다시 물을 공급하여 물고기를 살게 하듯, 인간의 행복과 문화는 등일(等一)한 관계이다. 대통령이 국민을 행복하게 하고 싶다면 문화대국이 되도록 노력하면 될 것이다. 우리 불교계는 대통령의 문화견식과 그 정책에 눈여겨보아야 할 것이며, 그가 최상의 문화를 창출할 수 있도록 불교교단은 도와야 할 것이다. 이번엔 문화대통령을 만들어 보자.



혜원 스님<동국대 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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