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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령의 여운깊은 책읽기] 거룩한 승가에 바르게 귀의하려면

기자명 법보신문

바라문 한 사람이 스님이 되고 싶었습니다. 바라문이란 당시 브라만 신과 관련한 일(제사)을 하는 사람, 또는 그 종교와 관련한 수행을 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하지만 뜻밖에도 스님들은 그의 출가를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아마 그가 당시 스님들에게 그리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았는지도 모릅니다. 바라문은 출가를 거절당하자 큰 충격을 받은 듯 크게 상심하였습니다. 뒤늦게 그를 발견한 부처님은 안색이 누렇게 뜨고 핏줄이 고스란히 드러날 정도로 야위어가는 이유가 출가를 거절당한 때문임을 아시고 비구들을 불러 모아 묻습니다.

“그대들 가운데 저 바라문이 선행을 한 것을 본 사람 없는가?”
그러자 지혜가 으뜸인 사리풋타(사리불) 장로가 어느 때인가 바라문에게서 음식을 한 국자 받은 기억을 떠올렸고, 그 일을 말씀드리자 부처님은 이렇게 당부하셨습니다.
“바른 사람은 은혜를 알아야 하고, 은혜를 잊지 말아야 한다. 사리풋타야, 그대가 그의 선행을 기억하니 그대가 그를 출가시키고 그에게 구족계를 주도록 하라.”

이 일로 인하여 출가를 원하는 사람이 생길 경우 그를 지도할 스승이 있어야 하고, 승단에서는 그 스승의 책임 아래 그의 출가의 가부를 공개적으로 묻는 규칙이 생겨났습니다. 율장 『마하박가』에 실린 내용입니다. 이런 내용을 아는 것이 불자들의 신앙생활에 그리 큰 의미는 없는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삼귀의를 생각해본다면 문제는 달라집니다. 불보와 법보와는 달리 승보(僧寶)는 현재진행형인 공동체입니다.

쉽게 말하면 승보 즉 승가라는 보물은 사람들의 단체입니다. 수행과 성불이라는 공통의 목표를 추구하는 사람들의 모임인 것이지요. 부처님은 자신을 따르는 사람들을 어떻게 이끌어 가셨는지, 그 모임(승가)을 시작하고 유지하기 위해 부처님과 당시의 큰스님들은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를 정확히 알아야 우리는 올바른 승가를 알아보는 안목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자신 있게 ‘거룩한 스님들께 귀의합니다’라고 맹세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마하박가』는 그런 점에서 불자들이 반드시 읽어야 할 율장입니다. 그러나 율장은 스님들에게만 해당되는 내용이고, 재가불자들에게는 어렵고 재미없다는 선입견 때문에 뜻밖에도 이 책의 가치가 드러나지 않아서 아쉽습니다.

이 책은 보리수 아래에서 깨달음을 이루는 과정을 소개하는 데에서부터 시작합니다. 그리고 붓다가 되신 이후 사리불과 목건련이 귀의하기까지의 과정이 소상하게 적혀 있으며 승가가 이루어지고 그 속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에 관한 자세한 내용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승가가 어떤 정신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지, 부처님은 스님들의 수행공동체에게 어떤 덕목을 요구하였는지, 그리고 오늘날의 불자들은 진정 어떤 모습의 승가에게 진심으로 귀의해야 할 것인지 궁금하신 분에게 『마하박가』를 권합니다.  

이미령 동국역경원 역경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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