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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불은 道다

인간은 노래를 통하여 하나가 되고, 또 그것이 계기가 되어 정서순화를 「볼 수 있다. 나아가서는 음성에 의해 노래되는 진리의 세계에 몰입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우선 노래자체로서의 아름다움이 갖추어져야 한다. 노래 자체가 좋아야 하고 그것을 또 잘 표현해야 한다. 불교에는 좋은 노래들이 있다.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염불들 말이다. 일반 법회서 사용되는 예참들이나 권공들은 긴 역사와 전통 속에서 불교적으로 순화되고 다듬어진 것들이다. 그런데 현재 각 사원에서 그것을 잘 연주하고 있는가는 절마다 개인차가 심하다. 노래 가사는 그저 그런대로 따라하기는 하는데 소리는 영판 아닌 법회도 있다. 이래서야 어디 불교적인 감동을 촉발시킬 수 있을까.

부처님의 성전에 모인 회중이 하나 되어 부처님께 공양을 올릴 때 거기에 이른바 음악이 사용된다. 법회에서 일상적으로 통용되는 의식을 보면 거기에는 기본적으로 자신이 지은 죄에 대한 참회, 부처님의 공덕에 대한 찬양, 그리고 자신의 소원을 비는 내용으로 구성된다. 이 과정에는 언제나 사람의 음성이나, 목탁, 요령, 태징, 법고, 태평소, 바라 등의 법구가 사용된다. 뿐만 아니라 무용도 가미되기도 한다. 이런 모든 행위를 통하여 동참한 회중들은 신심이 깊어지고 나아가 불교적인 깨달음으로 나아간다. 즉 염불삼매에 들게 된다.

사실 불교신도 중에 부처님의 경전을 제대로 읽기 위해 많은 공을 들이기도 하고, 참선을 통해 깨달음을 얻기 위해 많은 세월을 보내기도 하면서, 정작 염불을 제대로 하기 위해 공을 들이는 사람은 별로 없다. 집전하는 스님이야 경우에 따라 정통적인 염불이 가능한 분도 있기는 하다. 그런데 신도들에게 염불을 교육하는 경우는 거의 보지 못했다. 절에 수 십 년을 다녀도 자신이 염불하는 내용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게다가 음정이고 박자이고 마구잡이인 경우가 허다하다. 그저 타령조로 읊기만 하면 염불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음치가 명곡을 부르는 것과 다를 게 무엇인가? 인간이 낼 수 있는 가장 좋은 소리로 부처님을 찬양하고 자신의 죄를 참회하는 것은 그 자체가 수도이다. 염불이란 세속에 있는 인간이 성스런 세계에 들어가는 중요한 길이다.

사람들은 좋은 음향기기를 구입하려고 많은 돈을 투자하기도 한다. 감동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하물며 부처님을 찬양하는데 소리를 고르지 않아서야 되겠는가. 우선 집전을 하는 스님부터가 염불을 배워야 할 것이다. 3류 가수가 아닌 1류 가수가 되어야 한다.

노래를 부르는 가수가 시원찮으면 곡이 아무리 좋은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스님들 중에는 경전을 강의 하는 강사스님도 있고 참선을 전공하는 조사도 있듯이 염불을 전공하는 어장들이 계신다. 스님이라고 다 염불을 하는 것은 아니다. 집전은 그것을 담당하기 위한 훈련을 거쳐야 한다.

그리고 잘 훈련된 스님들은 신도들에게 염불하는 방식을 교육해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신도들에게 발성법도 교육하고, 호흡법도 교육하고, 가사 의미도 교육해야 할 것이다. 거두절미하고 '관음시식'에 한번 동참하면 그 속에서 우리는 부처님의 귀한 말씀을 집약적으로 들을 수 있다. 그 내용은 어설픈 설법에 비교할 바가 못 된다.

목욕재계하고 정갈하게 꾸며진 법당을 찾아, 부처님 전에 촛불을 밝히고 향을 사루고 바르게 앉아 집전하는 스님의 인도에 따라 참회하고 찬양하고 발원하는 동안에 우리는 사바세계에서 열반의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다. 무명에 싸인 중생의 몸으로 청정한 부처님을 만날 수 있다. 불교음악은 사람의 마음을 애달프게 하지만 그렇다고 마음을 상하게 하지는 않는다. 말 그대로 애이불상(哀而不傷)이다. 염불은 불도에 이르는 수단이 아니라 그것은 불도 그 자체이며 목적이다.



신규탁(연세대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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