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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불만다라]62. 안락한 사회를 만드는 길

기자명 법보신문

청렴한 위정자
정의로운 사법
道는 그곳에 구현

강제가 아니고 정의와 순리대로
남을 인도하고
정의를 지키는 지혜 있는 사람을
도를 실천하는 사람이라고 부른다.
                                       - 『법구경』

『사십이장경』에서는 사람이 이 세상을 살아나가는데 실행하기 어려운 20가지 일이 있다고 한다. 그 20가지란 다음과 같다.
1.가난하게 살면서 다른 이를 위하여 베푸는 삶을 살기 어려우며(貧窮布施難), 2.부귀하고 지위가 높으면서 도를 배우기 어려우며(富貴學道難), 3.제한된 목숨이 죽지 않기 어려우며(制命不死難), 4.부처님 가르침인 경전을 얻어서 읽고 외우기 어려우며(得覩佛經難), 5.부처님이 살아 계시는 세상에 태어나기 어려우며(生値佛世難), 6.색욕과 욕심을 참고 견디기 어려우며(忍色忍欲難), 7.좋은 것을 보고 욕심을 내지 않기 어려우며(見好不求難), 8.남에게 욕을 듣고 성내지 않기 어려우며(被辱不瞋難), 9.권력을 가지고 있으면서 만용을 부리지 않기 어려우며(有勢不臨難), 10.당면하는 모든 일에 무심히 대응하기 어려우며(觸事無心難), 11.폭넓게 배우고 연구하기 어려우며(廣學博究難),12.자신의 교만함을 없애버리기 어려우며(除滅我慢難), 13.배우지 못한 사람을 업신여기지 않기 어려우며(不輕未學難), 14.마음을 평등하게 쓰기 어려우며(心行平等難), 15.남의 옳고 그름을 말하지 않기 어려우며(不說是非難), 16.참다운 스승을 만나기 어려우며(會善知識難), 17.자기의 본성품을 깨닫고 도를 배우기 어려우며(見性學道難), 18.교화할 대상을 따라서 중생을 제도하기 어려우며(隨化度人難), 19.바깥 경계를 보고 마음이 동요되지 않기 어려우며(覩境不動難), 20.방편을 숙지하여 남을 위해서 실행하기 어렵다(善解方便難)고 한다. 부처님께서는 이와 같이 사람이 몸소 실천하거나 만들어 가기 어려운 일을 20가지로 들어서 스스로 경책하고 가다듬어 나가기를 가르치고 계시는 것이다. 

20가지 경책은 스스로를 다듬는 길

요즈음 세상의 뉴스를 보고 있노라면 한국은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어 가기가 참으로 어렵겠다는 개탄의 마음이 든다. 정치 노선을 달리하고 있는 사람들이 국가와 국민을 위하여 마음을 모으기 어려우며, 힘 있는 사람들이 나약한 사람을 보호하려는 마음을 내는 것도 어려운 듯하다. 또한 돈 앞에 무욕(無慾)을 실천하기는 더더욱 어려운 일인가 보다.

수억대에 달하는 돈이 뇌물이라는 이름으로 떠돌아다니면서 권력과 결탁하여 사회정의를 뿌리 채 흔들어버리고 있기 때문이다. 고금동서를 막론하고 권좌에 앉아있으면서 재물을 멀리하기는 참으로 어려운 일인가보다. 전직 국가 수장들의 헝클어진 모습을 보면서 개인을 넘어서 국가적인 차원에서 매우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소위 국가의 지도자층이 진실한 자세로 국가를 경영하지 못한다면 부패한 사회를 만들어 내는 것은 불을 보듯이 자명한 일이다. 이러한 나라에서 가진 자와 못가진자가 함께 편안하게 살아간다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위정자가 혼탁한 삶을 살면서 사회에서 정의가 지켜지기를 바라는 것은 너무나 큰 어려운 일이 될 것이다. 아마도 이 혼탁한 사회를 다시 정의로운 사회로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어떠한 수많은 어려운 일을 우리는 감내해야 되는 것인지 자신의 일처럼 반문해 보자.

국가를 경영하는 데에는 3부요인이 각각 자신의 위치에서 정의롭게 바로서야 한다. 정부와 국회와 사법권이 그래서 각각 독립되어 국가의 부강과 민의(民意)의 향방과 정의의 실천이 구현되도록 권력을 부여받고 있는 것이다. 이 세 권력이 서로 결탁하여 권력을 남용하고 국민의 세금이 가진 자에게 더욱 힘을 실어주는 뇌물로 이용되어버리면, 많은 사람들이 권익과 평안을 찾는 일은 요원하게 된다. 

부처님 당시에도 이러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고 한다. 뇌물을 받은 판사가 정의롭지 못한 판결을 하는 것을 보고 부처님은 정의의 구현과 지혜로움과 도(道)의 실천이 결코 별개의 것이 아니라는 가르침을 피력하셨던 것이다. 정의와 순리를 지켜가는 일이야 말로 도를 실천하는 사람들의 행위라는 말씀이다. 도를 찾는 것은 사회의 정의를 떠나서 다른 세상에 있는 것이 아니다. 위정자가 청렴결백하고 사법권이 정의를 실천하며 국회가 국민의 마음을 진정으로 대변해 줄 수 있을 때, 도(道)는 바로 그곳에 구현된다고 보는 것이 부처님의 가르침이다. 죽어서 다른 공간에 천당이 있고 극락이 있는 것이 아니라, 위에서 밝힌 여러 가지 어려움을 몸소 실천하는 사람들이 있는 바로 그곳에 모두를 위한 안락한 사회는 나타나게 된다는 말씀이다.

이제 국가의 지도자들은 나름대로의 학식이 있고 자신의 종교를 따라서 훌륭한 가르침을 갖고 있다. 학식과 종교의 가르침이 각자 구비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몸소 행하는 진실한 실천이 없다면 입으로는 동쪽을 물으면서 몸은 서쪽을 향해서 가는 어리석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국가를 부강하게 한다고 하면서 가까운 사람들의 편의 제공에 먼저 마음이 쏠리거나 눈앞의 이익에 동요되어 버린다면 정의로운 사회는 헛된 염원이 되고 말 것이다. 

정의-지혜-道는 별개가 아니다

원효스님의 말씀과 같이 밥을 만들려고 한다면 좋은 쌀을 씻어서 적당한 물을 붓고 불을 집혀야 한다. 모래를 찧고 있으면서 밥을 지으려고 한다면 이치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는 모든 일이 먼저 이치에 합당하고, 정의가 구현되는 편안한 대한민국이 되기를 염원한다. 더 이상 면구스러운 일들이 한국사회에서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본각 스님(중앙승가대 교수)

그림=이호신 화백 수화자문=조계사 원심회 김장경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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