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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심청심]천상천하 유아독존

기자명 법보신문

오랜만에 큰 비가 내리니 초목들은 저마다 법열에 젖어 동자승의 해맑은 미소로 넘실거리고 있다. 그 동안 일체 흐름을 끊고 깊은 무명의 습기를 다스리던 골짜기는 이제 밑바닥을 치고 다시 노래 부르며 법성의 바다로 들어가고 있다.
지붕 위에 후드득 떨어지는 청량한 빗 방울소리를 들으며 모든 사람들의 정수리마다 함께 하여 욕불공양을 이루고 일시에 해탈하기를 발원해 본다. 고사리 밭에는 여린 주먹을 쥐고 솟구쳐 오르는 고사리가 천상천하유하독존을 외치며 모든 생명들은 본래 평등하여 누구나 부처임을 만천하에 선언하고 있다. 대지는 모든 생명들의 어머니가 되듯이 싯다르타 태자가 태어나자마자 외친 탄생게는 누구나 가지고 있는 불성은 남녀와 노소의 구별이 없으며 인간과 자연이 본래 평등한 존재이니 모든 경계를 허물고 인류의 화합과 문화와 산업의 새로운 융합을 제시하는 화두인 것이다. 이것이 오늘 이 땅에 오신 부처님의 뜻이다.
그 동안 인류는 수많은 전쟁과 시행착오로 많은 희생과 대가를 치렀으며 이번에 겪고 있는 경제위기 또한 모든 생명들이 한 몸이라는 화엄법계 연기의 중중무진한 소식이다. 싯다르타태자는 일찍이 한손으로 땅을 가리키고 한 손으로 하늘을 가리키며 이러한 도리를 거듭 누설했지만 이제야 조금 눈을 뜨고 있는 모습이 오늘의 현실이다.
 그래서 실천 방법의 하나로써 모든 생명을 부처로 받들어 모시는 것이 바로 요즈음 뜨고 있는 절 수행의 근본 원리이다. 그러므로 지혜롭게 절을 해야 하는데 형상으로 법당에 모셔진 부처님과 마음과 절하는 내가 하나라고 믿으면 절할 때는 성품이 절하는데 나타나므로 절을 하면서 바로 성품을 확인해야 하며 여기에 머무르면 무기력해지니 한걸음 나아가서 절하는 이것이 무엇인가 각자 가지고 있는 본참공안에 의정을 일으키면 주객이 사라지고 절삼매를 이루어 업력이 점점 녹아지게 된다.
그러나 바르지 못한 오랜 절수행으로 인해서 무기력함에 떨어진 장애를 입은 사람은 절을 하면 일체를 끊어버리는 습이 다시 나타나기 때문에 다시 복잡한 시장통에서 상불경보살처럼 모든 사람들을 부처로 모시며 본래 활발발한 마음을 회복 시켜야 한다. 그러면 이런 경험이 좋은 선지식이 되어 정견을 갖추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렇게 마음이 단련되면 고요하거나 산란한 마음을 벗어나서 정혜쌍수를 이루고 무심으로 절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모습은 아직 수행의 힘이 부족한 사람들이 절하면서 정혜를 쌍수해가며 공부하는 모습이지만 수행의 공력이 성숙한 사람은 절과 화두 참구가 한 조각을 이루게 되어 조금도 간격이 없다. 한편 누구나 이러한 노력 속에서 수행력이 점차로 업그레이드가 되니 핵심은 고요함을 집착하여 정에 치우치면 아날로그의 느리고 고요함에 머무르는 것과 같아 무기력해 지고 또한 지해에 치우쳐 아는 마음으로 공부를 지으면 디지털세계의 빠르고 속도감은 있지만 산란하여 선정이 없으므로 두 가지 치우침을 벗어나서 디지로그의 정혜쌍수가 되어야 한다.
초심자들이 정혜쌍수를 이루기가 참으로 어려운 것은 아직 마음이 본래 부처라는 확실한 신심이 부족하여 등상불과 절하는 나를  둘로 보고 절할 줄 아는 주인공을 망각해버리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절할 때는 성품이 절하는데 나타나기 때문에  화두를 드는 사람은 망상이나 몸에서 일어나는 감각이 바로 성품의 작용인 줄 알아서 절로 끊어버리지 말고 바로 알아차리면서 화두의 의정을 일으키면 절삼매가 이루어지고 업장이 녹아내리게 된다. 그러나 화두가 방편이라는 알음알이가 있는 사람은 의정이 약해서 치성한 업력으로 공부가 어렵기 때문에 끝없이 참회하고 참으로 무상한 마음에 발심을 다시 일으켜 화두가 자기의 생명으로 다가와야 한다.

거금도 금천선원장 일선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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