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선희 보살의 수행일기] 3.참회는 어떻게 해야할까

기자명 법보신문

스스로를 속이는 깊은 곳까지 도려내야
부정적 업·장애가 녹고 어둠도 사라져

우리가 계속 수행을 해도 지혜나 공덕이 생기지 않고, 비록 생기더라도 쉽게 사그라들며, 번뇌가 끊임없이 치밀어 오르게 되는 것은 모두가 업장 때문이다. 또 이번 생에 나쁜 일들이 생기는 것도 과거 생과 이번 생을 살면서 지은 죄 때문인 것이다. 이런 부정적인 업력은 수행의 방해만이 아니라 우리들이 살아가는데도 너무 힘이 들고, 때로는 죽으면 끝으로 생각하는 어리석음 때문에 극단적인 행동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평소 우리가 정진한다하여도 이러한 업력의 성향을 모르고는 번뇌에 굴복하여 수행을 포기하게 되고, 더 많은 죄를 짓거나 이곳저곳 기웃거리다 인생을 허비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다.

우리는 어떻게 참회를 해야 백겁적집죄(百劫積集罪)가 일념(一念)에 돈탕(頓蕩)될 수 있을까? 공부하다 수행일기를 써 보라고 하면 거의 대부분이 참회는 빠져있고, ‘절 몇 번, 다라니 몇 독, 화두 몇 시간, 수식관(…)’ 이런 식으로 쓰고 있다. 우리 대부분은 지금까지 체계적이고 객관적이며 합리적인 공부시스템보다는, 이것저것 섞어 넣고 고추장으로 마무리한 비빔밥을 수저에 담아 한 입에 넣듯, 뭉뚱그려 얼버무리기를 많이 해 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와 같이 뭉뚱그려서 “과거로부터 지금까지 지은 죄를 참회합니다”하고 얼렁뚱땅 하는 참회는 참회가 아니다. 지금부터 과거의 시간을 타고 거꾸로 내려가든, 태어나면서부터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지은 죄를 떠올리면서 시작하든, 모든 잘못을 하나하나 햇볕에 쪼이듯 드러내 참회하고 다시는 그런 죄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고 또 해야 한다.

확고한 대 참회를 하게 될 때 자신이 지은 모든 죄업을 완전하게 소멸시킬 수 있다. 일어나서부터 잠잘 때까지 찬찬히 살펴보라. 마음과 말과 몸으로 남을 화나게 하고 교만을 부리거나 욕을 하며 의심하는 등의 죄를 짓고 있으며, 죄짓는 과정도 하나하나 보인다. 그 실상을 자세히 들여다볼수록 안타까울 만큼 죄업이 많고 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용기를 내 더 깊이 들여다보면 자신의 죄를 스스로에게도 부끄러워 내놓지 못하고 있는 죄가 남아 있다. 스스로를 기만하고 속이고 있는 그 깊은 곳까지 도려내고 다시는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해야 비로소 참회는 끝이 난다. 그리고 이런 참회는 미세하게 숨겨진 자신의 업장까지 녹이는 용해제가 된다. 이렇게 해 나가면서 가슴 뭉클함과 함께 흘러내리는 많은 눈물과 콧물, 가래 등은 다 참회에 따른 업장소멸의 자연스런 과정이다.

이럴 때 모든 부정적인 업과 장애가 녹아내리면서 어둠은 완전히 사라지고 온 몸에는 맑은 치유의 에너지로 가득 차면서 동시에 여러 가지 몸의 변화나 정신적인 경험들이 일어난다. 이 모든 현상은 신비적인 것이라기보다는 거친 몸과 마음의 업과 장애가 스스로 녹으면서 일어나는 현상들이기 때문에, 그 자체에 집착하지 말고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성실히 가야 한다.

화두로 말하자면 고려 말 중국의 석옥청공 화상에게 인가를 받은 태고보우 국사의 일대기에 이런 말이 나온다. “아무리 애써 공부해도 화두가 간절하지 않아 상원암에서 100일 동안 참회기도를 했는데, 뼛속 깊이에서까지의 죄업을 다 참회하고 나니, 비로소 화두가 성성하여 ‘확철대오’를 하게 됐다”는 것이다. 지은 죄를 참회하지 않고 공부한다고 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보여주는 한 예이다.

이렇게 크신 선사님도 공부가 안되면 그 원인을 진단하고 자리를 털고 일어나 방법을 전환했는데, 하물며 그때보다 환경이 성숙하지 못하고 복잡한 현대사회에서 더 말 할 나위 있겠는가. 우리가 이처럼 진참회를 하면, 우리의 몸과 말과 마음을 부처님의 신성한 신·구·의로 전환할 수가 있으며, 수행을 해가는 과정에서부터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강선희 보살 phadma@hanmail.net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