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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령의 여운깊은 책읽기]당신의 믿음은 몇 살입니까?

기자명 법보신문

『예수는 없다』/오강남 지음/현암사

“하나의 종교만 아는 사람은 아무 종교도 알지 못한다.”
종교학의 창시자 막스 뮬러의 이 일갈(一喝)은 우리에게는 너무나 익숙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생을 살아가면서 어려움에 부딪치거나 깊은 고민에 빠졌을 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종교를 갖고 의지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사람에게 막스 뮬러의 주장은 사실 쓸데없는 말일지도 모릅니다. 그런 건 종교를 학문적으로 다루는 사람들에게나 적용되는 것이지요.

하지만 몇 해 전 지하철에서 일어난 일을 떠올려보면 막스 뮬러의 말에 깊이 공감할 수 있습니다.“잠깐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데요.”
내 옆자리에 앉은 어떤 여성이 말을 걸어왔을 때입니다. 고개를 끄덕였더니 그 여성은 내게 이렇게 물었습니다.
“신앙을 갖고 계세요?”
“네.”

무슨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하는지 빤하기에 귀찮은 생각이 들어 그냥 ‘네’라고 대답해버렸더니 그녀의 다음 말은 의외였습니다.
“무슨 교회 다니시는데요?”정작 놀란 사람은 나였습니다. 적어도 다음 질문은 “교회 다니세요, 절에 다니세요?”같은 내용일 거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아니, 이건 너무나 당연한 순서입니다. “불자입니다.”

내가 이렇게 대답하자 그녀는 어이없다는 웃음과 함께 “그건 신앙이 아니지요.”라고 대답했습니다. 내게서 그리 곱지 못한 말이 나갔음은 여러분도 짐작하실 것입니다. 그녀가 자기 종교 아닌 불교에 대해서 손톱만큼이라도 알고 있다면 그런 말을 함부로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어찌 되었거나 그녀는 결국 “당신을 위해서 매일 기도 드리겠다”는 축복인지 저주인지 모를 말을 던지고서 다음 역에서 내렸습니다.

『예수는 없다』라는 다소 저돌적인 제목의 이 책에서 나는 매우 흥미로운 이론을 발견하였습니다. 저자는 “인간이 살아가면서 신앙적으로 완전히 자라게 된다면 모두 6단계를 거친다”고 하는 종교심리학자 파울러(James Fowler) 교수의 이론을 소개하면서, 전(前)단계인 유아기 단계(무분별적 신앙의 단계)를 시작으로 해서, 2~6,7세 단계(직관적 투사적 신앙의 단계), 초등학생 단계(신화적 문자적 신앙), 사춘기 단계(종합적 인습적 신앙), 청년기 단계(개성화와 성찰의 신앙), 중년기 단계(접속적 신앙), 성인의 경지(보편화하는 신앙)의 신앙 6단계를 설명하고 있습니다(이 책 49~53쪽 요약 인용).

하나의 종교를 선택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 다를 것이요, 어쩌면 대부분 유아기 단계로 시작하겠지만 그 종교를 통해서 성숙한 어른이 되든가 그렇지 않으면 영원히 미성숙한 채로 살다 갈 것인가는 전적으로 자신의 이성과 판단에 달려 있습니다. 평생 신앙을 키워온 당신은 지금 몇 살이신가요?

이미령 동국역경원 역경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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