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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선희 보살의 수행일기] 4.잘못은 나에게 있다

기자명 법보신문

대부분 자신 과오보다 상대의 잘못만 생각
내탓 알면 인연 소중함 깨닫고 삶도 긍정적

나에게 가장 큰 장점이라면 부처님과 스승님들의 가르침에 신심을 갖고 정진하는 것이다. 내게 이런 선근이 없었다면 수많은 죄를 지으며 잘난 체 하고 살았을 것이다. 과거에 동업을 하다가 상대가 너무 이기적이고 맘에 안들어 스스로 정리해버린 적이 있다. 그리고 세상이 너무 무서워 한참을 밖에 나가지 않았었다. ‘평소에 그토록 친절하고 친 형제보다 더 잘해주던 사람이 이익 앞에선 저토록 돌변할 수 있을까’생각하니 모든 사람이 밉고 무서웠다.

하지만 이는 나를 공부하게 만든 또 하나의 계기가 되었다. 공부를 하면서 참으로 고마움과 미안한 마음이 들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갈피를 잡을 수 없는 마음때문에 집안에서 오직 능엄주를 외웠다. 능엄주를 외우면서 다시 도도한 마음이 고개를 들 무렵, 가까운 절에 갔는데 예불시간에 하는 스님의 참회기도 음성이 나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그래 내가 세상 잘난 맛에 살다보니 무슨 죄를 저지른 지도 모르고 살았구나. 아니 어떨 때는 나쁜 짓인지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죄를 짓고, 그 지은 죄를 덮기 위해 또 거짓말을 하는 죄를 되풀이하고(…)’ 거짓된 양심이 보이기 시작하자 스스로 주체하기 힘들었다.

젊은 나이에도 사방을 휘젓고 다니느라 지은 죄가 너무 많아 어디서부터 참회를 해야 할지 막막했다. 그러다가 오늘 지은 죄부터 어제, 그제(…), 이와 같이 해 나가기로 하고 바로 참회에 들어갔다. 방석에 지도가 그려질 정도로 울면서 참회를 하고 또 했다.참회를 해 갈수록 교묘하게 죄를 지은 과정들이 낱낱이 보였다. 모두 내가 일으킨 허물로 인한 잘못이었다. 그러니 이 세상에 다른 사람을 미워하고 원망한 일들이 부끄러워 또 밖을 나갈 수가 없었다. 걸음걸음 말 한마디 정말 어디로 향하고 어떻게 용서를 구해야할지 아득했기 때문이었다.

한국에서 공부를 얼마쯤하고 발걸음이 자동으로 티베트로 향했다. 무엇부터 어떻게 배울 것인지 기대와 설레임에 열한시간의 비행기와 스무 시간이 넘는 차를 타는 강행군이었건만, 피곤함도 잊고 잠을 설친 채 뒷날 관정을 받게 되었다. 그리고 배우게 된 수행의 첫 공부 사가행법(오체전신투지, 백자만트라, 공양만다라, 구루요가를 기본 10만 번 씩이지만 사람에 따라 그 숫자는 훨씬 많아질 수도 있다)은 모두 참회와 심신의 정화요가였다.
그동안 한 것을 두고 다시 절과 만트라를 시작했다. 그전에 많은 참회를 하였음에도, 그 사이 공부를 하고 있다 하면서도 지은 죄가 또 줄을 이었다. 그렇게 참회하고 참회하는 속에 마음의 힘도 조금씩 탄탄해지고 몸도 자동으로 정화되면서 더욱 건강해졌다.

여러 사람들과 상담을 하다보면 자신의 과오보다는 상대를 먼저 탓하는 게 대부분이다. 남편, 시부모, 자식, 친구, 동업자(…), 심지어 어떤 분은 남편이나 자식, 부모와 몇 년씩이나 대화를 단절하고 사는 경우도 있었다. 이들의 공통점은 나보다는 상대의 탓으로 책임을 돌리는 것이었다. 하지만 제 3자의 입장에서 들었을 때, 상대보다는 당사자의 문제가 더 많아보였다. 얘기를 다 듣고 원인을 짚으면 그 땐 어느 정도 수긍하지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도 간혹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스로 잘못된 원인을 인정하고 참회한다.

그리고 결과는 놀랄 만큼 긍정적 변화의 발전이 뒤따른다. 서로가 얼마나 소중한 인연인가를 다시 일깨우게 되고 부둥켜안고 화해한 뒤 더욱 귀중한 인연으로 다시 태어난다. 물론 그 외로 유익한 일들은 셀 수 없이 많다.

화목과 건강의 회복, 만사가 순조롭게 이루어지고 얼굴의 상호가 바뀌는 등 긍정적으로 달라진 삶 말고도 공부가 순일하게 이어가게 되는 가장 큰 가치가 그것이다. 누구를 비난하고 스스로 신세를 한탄하던 언행은 연신 ‘고맙습니다’로 바뀌고, 이기심은 이타행으로 폭력적 언어와 행동은 자비심으로 전환되었다. 이런 분들을 보면 자동으로 수희동참해 진다.  

강선희 보살 phadm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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