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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木馬 타고 청와대 돌아보라

기자명 법보신문

[논설위원 칼럼]채한기 상임논설위원

경남 하동 칠불암에는 위트 넘치는 ‘목마탄 사미승’ 전설이 전해진다. 숭유억불의 조선 시대 당시 하동으로 막 부임한 신임 군수는 스님들이 얼마나 열심히 수행하는지가 궁금했다. 안거 중에는 누구도 출입할 수 없음에도 군수는 권력을 이용해 문을 열게 하고는 용맹정진 하는 스님을 떠올리며 선방을 들여다보았다.

그러나, 봄철 점심공양을 마친 직후인지라 스님들의 앉아있는 자세가 엉망이었다. 이 광경을 목격한 군수는 이번 기회에 스님들을 혼내 줄 요량으로 꾀를 하나 냈다. “목마를 타고 동헌 마당을 한 바퀴 돌면 상을 내리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큰 벌을 주겠다.”

산사 대중 모두가 낙심하고 있을 그 때, 한 사미승이 이 일을 해결하겠다며 목마를 둘러메고 관아로 들어가 군수 앞에 당당히 서서 말했다. 목마를 타고 동헌 한 바퀴 돌겠다고 말이다. 사미승의 대담함에 어안이 벙벙하면서도 이것저것 물었는데 사미승의 답이 일품이다.

“수행한다는 선승이 모두 졸기만 하더라. 어찌된 영문이냐?” “수도승이 별다른 사람은 아닙니다.” "천장 쳐다보는 것도 공부냐?" “하늘을 우러러보며 별을 관찰하는 공부(仰天星宿觀)입니다. 상통천문(上通天文) 해야 중생을 제도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고개를 숙이고 땅을 보며 조는 것도 수행이냐?” “지옥 중생을 어떻게 구제할 것인가를 생각하는 수행(地下亡命觀)입니다.” “그래? 그럼, 몸을 좌우로 흔드는 것은 무엇이냐?” “몸을 좌우로 흔드는 것은 춘풍양류관(春風楊柳觀)이라 하는 수행법입니다. 있음과 없음, 전후좌우 어느 쪽에도 집착하거나 얽매여서는 안 된다는 공부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쯤이면 물러설 법도 한데 오만했던 군수는 또 한 번 물었다. “그렇다면, 방귀는 또 무엇이란 말이냐?” “방귀 뀌는 것이 바로 타파칠통관 (打破漆桶觀)입니다. 사또같이 우매한 관리들을 깨닫게 하는 공부입니다.”
군수의 물음에 모두 답한 사미승은 목마를 타고 동헌 마당을 한 바퀴 빙 돌더니 하늘로 사라졌다. 문수보살이었던 것이다. 군수의 계략을 사미승은 지혜로 타개하며 마지막 일침까지 가한 통쾌한 일화다.

이명박 대통령도 취임 후 TV와 라디오 매체에 출연하며 대중의 속내를 들여다보려 했다. 그러나, 예상과는 너무도 다른 들끓는 반대 여론에 직면해야 했다. ‘MB악법 철폐’등의 여론을 한 순간에 잠재우기 위해 선택한 것은 헌법에서 보장하는 시위를 아예 차단해 버리자는 것. 그리고는 군수처럼 문제 하나를 냈다.

“도심에서의 평화시위는 보장한다. 그러나 폭력시위는 불허한다.” 상습폭력 단체의 시위는 폭력이 난무할 것임이 확실하니 원천봉쇄하겠다고 하는데, 그 단체는 다름 아닌 지난 해 촛불시위에 참여한 시민단체들이다. 자신의 정치를 지지하지 않는 세력의 목소리는 들을 것도 없이 아예 막아버리겠다는 심산이다. 이쯤이면 군수와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문제가 됐다. 꾀가 아니라, 협박이요, 민주정치가 아니라 독재권력에 가깝다. 사미승 대신 선사를 중심으로 한 오체투지순례단이 이 시점에서 나섰다. 조계사에서 봉행된 시국법회에서 울려 퍼진 ‘호소문’에는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을 간단하면서도 명쾌하게 적시했다.

“법의 이름으로 힘의 정치를 펴려 하지 마십시오. 국민을 염두에 두지 않는 정치가 바로 전제정치입니다. 아무리 법을 내세워도, 여당이 다수의 힘으로 밀어붙인 법은 공권 폭력의 일시적 면죄부일 뿐입니다. 현 정부에서 메마른 법치를 강조할수록 대통령의 권위는 더 초라해질 뿐입니다. 우리 국민은 그런 대통령을 원하지 않습니다.” 지혜로운 역설이다.

낮은 듯 하지만 숭고하고도 준엄한 경고가 스며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알아차렸을까! 이것이 사미승이 보인 타파칠통관 (打破漆桶觀)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이제, 이명박 대통령에게 문제를 하나 내야겠다.

“목마를 타고 청와대 한 바퀴 돌아보시지요!”  문수보살의 지혜로 타파할 지, 아니면 피를 흘리며 세운 민주주의를 수십 년 후퇴시키는 어리석음을 저지를지 잠깐 지켜볼 일이다. 두 눈 크게 뜨고 말이다. 

채한기 상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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