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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경 열풍 원인과 배경

기자명 법보신문

다양한 해석-고정관념 깨는 파격성이 ‘힘’
해설서 50종 유통…수행모임-인터넷 카페 활발

 
조계종은 지난 1월 20일 조계사 대웅전에서 표준금강경 봉정법회를 봉행했다.

팔만대장경이라고 불릴 정도로 많은 불교 경전. 금강경은 수많은 경전 중에서도 유독 특별하다. 화엄경, 법화경과 더불어 한국불교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을 뿐 아니라 오늘날에도 가장 많이 독송되는 경전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특히 금강경에 대한 관심은 일반적인 불교의 틀을 훌쩍 넘어서 있다. 학자, 대학총장, 소설가, 시인, 목사, 변호사, 판사, NGO활동가, 명상가, 경제인 등이 금강경 해설서를 쓰는가 하면 지난 2월엔 경희대가 선정한 100권의 고전 중 중 불교서적으로 유일하게 금강경이 포함되기도 했다. 그렇다면 그토록 오랜 세월, 많은 사람들이 금강경을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치지 않는 금강경 열기=조계종이 편찬한 표준 금강경이 불과 4개월여 만에 4만3000여 권이 판매되고 연내 10만부를 돌파할 거라는 출판사 측 예상은 금강경에 대한 대중의 뜨거운 관심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하지만 이러한 금강경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최근 한두 해에 비롯된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나온 금강경 해설서가 이미 100여 종을 훨씬 넘고 이 가운데 유통되는 금강경 해설서만도 현재 40~50여 종에 이른다. 여기에 매년 출간되는 금강경 해설서가 4~6종, 개정판까지 포함하면 10여 종에 이를 정도다. 실제 올해 『삶에서 깨치는 금강경』, 『금강경독송의 이론과 실제』, 『불교의 근본원리로 보는 반야심경·금강경』 등이 새롭게 선보였으며, 앞으로 조계종 승가대학원장 지안 스님의 금강경 해설서를 비롯해 이상규 변호사의 아함경 관점에서 본 금강경 등이 출간 예정으로 올해는 그 수가 더욱 많아질 전망이다.

또 서울 조계사를 비롯한 전국의 많은 사찰에서 금강경 강좌가 연일 끊이질 않고 있으며, 특히 선찰대본산이라는 부산 범어사는 지난 5월 26일부터 매주 화요일 오전 10시 ‘금강경 1250제자 수기대법회’를 실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금강경독송회나 바른법연구원 등 금강경을 독송하고 공부하는 수행단체가 적지 않으며, 수천 명의 회원들이 가입해 활동하고 있는 금강경 관련 인터넷 카페도 여럿 있다.

◆왜 금강경에 환호하나=금강경 읽는 소리를 듣고 출가했던 중국 선종의 6조 혜능대사는 ‘누구든지 금강경을 독경하고 심오한 뜻을 바르게 깨친다면 성불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금강경은 선승들을 비롯해 수많은 구도자들의 수행지침서 역할을 해왔다. ‘금강경은 중생의식의 환상세계를 깨부수고 부처님 지혜의 실상세계로 안내하는 나침반’(김선근 동국대 교수)이자 ‘발심에 대해서 묻고 수행에 대해서 묻고 항복기심에 대해서 묻고 이를 통해 반야바라밀의 성취로 이끄는 경전’(전 중앙승가대 총장 종범 스님)이기 때문이다. 즉 ‘번개처럼 자르는 지혜의 완성’을 의미하는 금강경은 모든 번뇌와 고통의 원인인 아상(我相), 인상(人相), 중생상(衆生相), 수자상(壽者相) 등 4가지 상(相)을 깨뜨리고 참다운 자유에 이르는 길을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금강경 확산에 한 몫 톡톡히 하는 것은 이 경전의 수지독송의 공덕이다. 금강경에서는 삼천대천세계에 가득한 칠보로써 보시하는 것보다 선남자 선여인이 이 경을 잘 간직하되, ‘사구게’라도 수지독송해 다른 사람에게 설하는 공덕이 훨씬 크다고 강조한다. 법회 때나 각종 재(齋)에서 금강경을 독송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가 무엇보다 크며, 실제 금강경을 독송한 후 병이 나았거나 시험에 합격했다는 등 가피 실화가 많은 것도 ‘금강경의 힘’이다.

또 금강경의 대표적인 사구게인 ‘무릇 있는 바 상은 다 허망하니 만약 모든 상이 상 아님을 보면 곧 여래를 보리라(凡所有相 皆是虛妄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라는 구절처럼 남다른 구도의지나 종교적인 열정이 없더라도 자신이 처한 현실에서 바라보고 해석하고 나아가 스스로의 고정관념을 깨도록 하는 점도 많은 이들이 손꼽는 ‘금강경의 매력’ 중 하나다.

◆금강경 이해의 세 가지 형태=모든 경전이 그러하겠지만 금강경의 경우 바라보는 관점의 온도 차가 유독 크다. 요컨대 금강경은 누군가에겐 수행의 지침서이지만 동시에 누군가에겐 기복의 대상이 될 수도 있으며, 또 누군가에게는 대상이 합리적이지만 삶과는 동떨어진 ‘메마른 지식(乾解)’에 불과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는 곧 금강경의 스펙트럼이 다양함을 나타내는 것이기만 자칫 금강경의 이해 방식이 금강경의 본래 취지와는 동떨어질 수 있음도 의미한다.

조계종불학연구소 서재영 선임연구원은 “금강경은 삼독번뇌로 중병을 앓고 있는 중생들을 지혜로써 치료하기 위해 부처님께서 설하신 경전으로 세속적인 잣대로 해석하고 자신의 견해만 옳다고 고집하는 것은 금강경에서 가장 경계하는 것 중의 하나”라며 “금강경은 모든 번뇌의 마음을 항복받는 지혜의 칼이라는 점이 금강경 이해와 신앙의 중심에 항상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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