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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우 스님의 계율 칼럼] 부처님 아니면 한 법도 제정할 수 없다

기자명 법보신문

사미도 큰스님 흉내내는 게 승가 현실
계율 제대로 공부 않고 폄하하지 말라

부처님 법에 여래(如來)는 법왕(法王)이시다. 모든 법에 자재하시어 중생 업(業)의 성품이 다한 까닭으로 계율을 제정하시어 제자들로 하여금 의지하고 받들어 행하도록 하셨다.
세속 법은 천자가 아니면 만들지 못한다. 불법도 부처님이 아니면 제정할 수가 없다. 성문(聲問)과 보살은 다만 풀어서 일러줄 뿐이지 제정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문수보살 이후에 사사로이 한 마디도 보태거나 제정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고, 우바리 존자의 결집에 감히 함부로 한 글자도 부연하지 못했다. 다만 같이 준수하고 수지하여 마땅히 존중해야 한다. 이렇게 설명을 해도 ‘계율을 시대에 맞게 고쳐야 한다’는 말은 여전히 들린다.

출가는 부모를 여의고 애정을 끊고 머리 깎고 가사를 입는다. 망혹(妄惑)을 끊어 없애고 무생과(無生果)를 증득하려고 삼계(三界)의 집을 벗어나려는 것이다. 그러므로 경에 이르되‘대저 출가자는 무위법(無爲法) 즉 불법을 닦는 것’이라 했으며, ‘출가는 출세대장부의 일이요, 장군과 재상이 하는 것이 아니다’했다.

부처님 법에 출가한 사람은 안거(安居)라 하여, 여름 철 석 달 동안 경책하며 힘을 다하여 마음과 계행(戒行)을 닦아 정진한다. 또한 만물이 무성한 것과 같은 한 여름 공부가 원만(圓滿)한 것을 일랍(一臘)으로 계산 하는데, 음력 4월 15일부터 7월 15일까지가 납(臘)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출가하여 오하(五夏 : 5년) 동안 수행한다.

또 선(禪)은 부처님의 마음(佛心)이며, 교(敎)는 부처님 말씀이며, 계(戒)는 부처님의 몸이다. 이와 같이 몸으로 계를 갖고 귀로 가르침을 들으며 마음으로 선을 관하면서 근본의 마음자리를 관찰하는 것이다.

만약 참다운 계행이 없다면 반드시 참 지혜가 없다. 계를 여의고 정혜(定慧)를 닦으면 이는 마군(魔軍)과 외도인(外道因)이다. 정혜를 여의고 계를 닦으면 이는 인천인(人天因)이라 한다. 계가 깨끗하므로 말미암아 혜가 깨끗하고 혜가 깨끗하므로 말미암아 계의 깨끗함이 있는 것이다. 이는 두 손을 씻음에 먼저와 나중을 가릴 수 없는 것과 같다. 본래 마음에 혜를 더해서 계·정·혜, 삼학(三學)을 가지런히 닦고자 함이다.

머리를 깎는 것은 버린다는 뜻이며 끊는다는 뜻이다. 수염과 머리카락을 자르고 번뇌 또한 잘라 버리고자 함이다. 옛 사람들은 머리를 깎는 것을 낙발(落髮)이라 했다. 이러한 출가로 삼사칠증 큰스님들이 앉으신 구족계단에 올라 계를 비구계를 받으면, 승보(僧寶)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어리석은 이는 지혜의 눈이 없어서 옳고 그름을 밝히지 못하고, 그 뜻과 성품이 아둔한 이는 마음이 하열하여 법과 더불어 점점 멀어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미친 듯이 교만하고, 망령되고 삿된 소견으로 바른 순서를 따르지 않아서는 안된다. 율장을 함부로 업신여겨서 계 배우는 사람을 시원찮게 생각하여‘소승’이라 비아냥하는 것도 말아야 한다. 그런데도 겨우 십계를 받고도 뛰어넘어 큰스님과 같아지려고 한다. 혼미하여 알지 못하면서도 망령되어 어른들과 나란히 하려고 하며, 계상(戒相)과 위의(威儀)를 물으면 망연(茫然)하여 한 가지의 법도 알지 못한다.

그러므로 사미가 될 적에는 먼저 십계(十戒)를 받아 5년 동안 계율을 배워 익히고, 다음에 계단(戒壇)에 가서 구족계를 받는 것인데, 지금 사미들은 본래 받은 계율을 어리석은 이는 아득하여 알지 못하고, 덤벙거리는 이는 소홀히 여기고 배우지 아니하면서 건너 뛰어 윗자리에 나아갈 뜻만 두니, 이야말로 가히 탄식할 일이다. 그렇게 빨리 나아가기만 하면 되는 것인가?  

파계사 영산율원 율주 철우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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