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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심청심] 지혜의 광장

기자명 법보신문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울고 사방은 안개에 쌓여있어 적막한 도량에는 후두둑 빗방울 소리와 함께 어둠이 내리고 있다.

육조단경에서는 법을 설할 때는 반드시 대법으로 하되 나고 듦에 양변을 여의고 자성을 떠나지 말라고 했다. 만약 어떤 사람이 법을 묻거든 말을 하되 모두 쌍으로 하여 전부 대법을 취하며 오는 것과 가는 것은 서로 인이라 마침내는 두 가지 법을 모두 없애버려 다시 가는 곳마저 없게 하라고 했다. 어둠은 스스로 어둡지 않고 밝음으로 어두운 것이며 밝음은 어둠으로 드러나니 오고 감이 서로 인연한 까닭이다. 또한 유와 무도 그러하여 있다에 대한 없다에서 중도가 드러나며 마침내 유무가 함께 사라진다. 선과 악도 이와 같아서 자기 마음이 만드는 상대적인 것이어서 어떠한 사물이나 현상도 자체로는 양변이 없기 때문이다.

악한 마음을 쓰면 곧 중생의 용이며 착하게 쓰면 부처의 용이다. 이 모든 작용이 자성의 대법으로 말미암아 일어나므로 핵심은 양극단에 떨어지지 말고 법을 설해야 한다. 또한 사람과 더불어 법을 설 할 때는 밖으로 상에서 상을 떠나고 안으로 공에서 공을 여의어야 한다. 만약에 밖으로 상에 집착하면 곧 사견이 자랄 것이며 안으로 공에만 집착하면 무명이 자랄 것이 라고 했다. 보통 출가한 사람은 공에 떨어지며 재가인은 상에 떨어져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러나 큰 선지식이 양변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널리 중생을 제도하는 것은 진여자성이 본래 청정하니 다만 이 마음을 쓰면 성불하여 마쳤노라고 했기 때문이다.

위와 같이 대법을 알아서 쓰면 일체의 경에 통하고 출입함에 양변을 떠나게 되며 결국에는 모든 대법이 자성에서 일어나 사람의 언어와 더불어 함께 하므로 밖으로는 모양에서 모양을 떠나고 안으로는 공에서 공을 떠나게 된다. 만약 상에 집착하여 사견으로 밖을 향하여 참됨을 구하거나 도량을 세우고 유무의 허물을 말한다면 견성하지 못한 것이니 다만 법을 듣고 법에 의지하여 수행을 해야 한다고 육조스님은 당부하고 있다.

민주화의 상징이며 국민여론수렴의 장소인 서울 광장에서는 지난해 촛불집회 이후 공권력 대 시민단체의 대치가 끊이지 않고 있다. 국정쇄신을 요구하는 국민들의 소리를 무시하는 고집불통 정부와의 갈등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광장은 그야말로 훤하게 트여있는 넓은 마당으로 밝음과 어둠이 만나고 선과 악이 만나며 유와 무가 함께하는 열린 공간이다. 또한 시민과 정부가 만나서 치열하게 토론하여 결국에는 양변이 함께 사라지고 서로 소통하여 상생하는 중도를 실천하는 지혜의 광장이다. 그 동안 정부는 정책입안 과정에서 국민을 무시하는 일방적인 결정으로 발목이 잡혀 국민에너지를 통합하지 못했으며 결국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라는 국가적인 불행을 자초하고 말았다. 모든 문제는 홀로 일어나지 않으며 서로 상대하여 일어난다는  광장의 진리를 조금이라도 실천했다면 이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으니 초심으로 돌아가 열린 광장으로 나와서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다는 국민의 함성을 수렴해야 할 것이다. 

물길을 막으면 둑이 터지고 말길이 끊어지면 소통이 무너지며 권위도 함께 추락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또한 생각을 삿되게 쓰면 일체가 삿되게 되고 한 생각이 바르면 일체가 바르게 된다고 했다. 이제 사사로이 권력을 남용하지 말고 모든 법을 쌍방으로 쓰는 대법을 취하여 소통을 이루어야 할 것이며 더 이상 일방통행으로 국민의 소리를 무시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른 아침 파도소리는 광장에 모인 성난 시민들의 함성처럼 끝없이 밀려오고 있다.

거금도 금천선원장 일선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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