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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심청심] 부드러운 카리스마

기자명 법보신문

자이나교의 고대 경전에는 의미심장한 이야기가 들어있다고 한다. 어떤 사람이 온 세계를 통치하는 황제가 되면 그에게는 ‘차크라바르틴(chakravartin)’이라는 존칭이 붙는다. ‘전륜성왕(轉輪聖王)’으로 번역되는 이 단어는 인도 신화에서 통치의 수레바퀴를 굴려 세계를 통일·지배하는 이상적인 제왕으로 불린다. 기원전 3세기, 인도 마가다국의 왕으로 인도사상 최초의 통일국가를 이룬 아쇼카 왕이 그렇고, 동아시아에서도 불교 흥성기의 불법홍포에 공덕이 있는 왕을 이렇게 미화해서 칭하기도 했다. ‘차크라’는 ‘바퀴‘란 뜻이다.

고대 인도에는 불필요한 전쟁과 폭력을 피할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이 있었다. 이륜전차가 한 왕국에서 다른 왕국으로 지나가는 것이다. 명마가 이끄는 황금으로 치장된 이 마차는 왕이 보내는 무언의 메시지다. 상대 왕국에서 전차를 별 저항 없이 받아들여 통과시킨다면 이 나라는 그를 자신들의 왕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이고, 그는 차크라바르틴이 된다.

반대로 가로 막히는 경우는 말할 것도 없이 전쟁을 의미했다. 그래서 굳이 싸우지 않고도 세상을 통일하는 차크라바르틴은 모든 왕들의 공통된 소원이었다. 고대 신화에나 등장할 법한 이런 위인은, 마케도니아라는 작은 국가의 젊은 왕으로서 광활한 페르시아 제국을 정복한 기원전 4세기의 알렉산더 대왕이랄지, 13세기 세계를 제패한 징기스칸을 뛰어 넘는 무엇이 있다.

전차를 보내는 일은 대수롭지 않아 보이지만, 상상을 초월하는 권력과 그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 한다. 전쟁과 타협의 갈림길. 이럴 때, 인간은 고민스럽다. 황제는 상징적인 의미로 마차를 보내면 그뿐이다. 꽃으로 환영받을지, 마차를 다시 볼 수 없는 치욕을 맛보게 될지는 다음의 일이다. 

상대를 끌어 들이는 강력한 흡인력을 일컬어 ‘카리스마(charisma)’라 한다. 이 말은 원래 은총·선물을 의미한다. 막스 베버(Max Weber, 1864~1920)가 『경제와 사회』에서 지배의 유형을 세 가지- 전통적 지배, 합법적 지배, 카리스마적 지배- 로 분류하면서 쓰여 진 후 사회학의 전문용어가 되었다.

이 때 카리스마적 지배는 보통 사람이 아니라 위대한 지도자나 예언자처럼 비범하고 초인적이며 신성한 능력에 근거하여 권력을 정당화시키는 것을 말한다. 행복한 사람은 삶을 의식하지 않는다. 시간을 잘 보내는 사람은 시간을 잊는다.

물고기는 물을 모르며 진리의 사람은 갈등이 없다. 오리다리가 짧다고 길게 이어준다거나 학의 다리가 길다고 잘라주면 좋아할 리 없다. 절집에서 말하는 ‘묘한 작용[妙用]’은 이렇듯 본성에 맞게 잘 살려주고 따라오게 하는 것이다. 작금의 우리사회구성원간의 불화가 지나치다. 무슨 원수도 아니고, 때늦은 이념타령인가. 밥 한 그릇, 피자 한판을 먹는데도 어느 쪽부터 시작하느냐에 따라 좌· 우파로 나눠질 판이다.

최근 한 신문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90도로 허리를 구부려 한 흑인 꼬마에게 머리를 만져보게 하는 장면을 봤다. 백악관 직원의 흑인 꼬마 하나가 놀러왔다가 대통령의 짧은 머리를 만져보고 싶어 해서 응했다 한다. 이런 권력, 이런 정치도 있는 것이다.
날은 덥고.

그래도 차는 뜨겁게 마신다.

법련사 주지 보경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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