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호국보훈의 달에 불교는 없었다. 한국불교가 호국불교라는 독특한 이념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호국보훈의 달인 6월 한 달간 중생이 살고 있는 국토를 악(惡)과 전쟁으로부터 보호해 불교적 이상을 적극적으로 실천하려 했던 순국 스님들의 뜻을 기리고 계승하는 행사 자체가 전무했다. 단지 군종교구와 몇몇 사찰에서 호국영령 추모 행사가 있었을 뿐이다.
순국 스님들이 홀대받는 것은 비단 추모행사가 전무한데 그치지 않는다. 당 태종의 침입에 맞섰던 고구려 3만 승군을 비롯해 거란의 침략에 대항했던 승장 법언(法言) 스님 등 9천 승병, 몽고군 침입을 온몸으로 막고 충주산성을 70일간 수호했던 승장 김윤후 등은 그 어디서도 업적을 기리는 예가 없었다. 또 임진왜란 때 왜군에 맞섰던 의능, 영주, 의엄, 설미, 법정 스님 등에 대한 연구나 조명사업도 전무한 실정이다.
이처럼 순국 스님들을 기리는 불교계 행사는 물론 개개인의 활약과 정신을 조명하는 연구사업이 전무한 가운데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영규 스님 위패가 봉안된 칠백의총에서 열린 추모 문화제에는 불교계 인사들이 전혀 참석하지 않는 등 그나마 마련된 추모행사에 대한 관심마저 미미한 실정이다.
국난으로 고통받는 중생을 구제하고 불국토 건설을 위해 호국의 의지를 높이 불살랐던 순국 스님들은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서도 불교계 안팎에서 이처럼 홀대받고 있었다.
이에 따라 한국불교의 독특한 전통인 호국불교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연구·조명사업은 물론, 오늘날 호국불교가 어떠한 형태로 발현되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방향 제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심정섭 기자 sjs88@beop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