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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국불교의 어제와 오늘

기자명 법보신문

중생구제 차원서 순국…사회참여로 승화
일부 기득권, 권력 유착 수단으로 왜곡하기도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서 순국 스님들을 추모하는 행사가 전무한 가운데 조계종 군종교구는 6월 21일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호국영령영가천도법회’를 열어 호국영령들의 넋을 기렸다.

6월 호국보훈의 달에 한국불교의 독특한 특징인 호국불교의 전통을 세운 순국 스님들이 홀대를 받고 있는데는 호국불교에 대한 이해 부족과 왜곡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수많은 외침으로 중생들이 핍박받는 상황에서 불가피하게 형성된 호국불교는 한국불교만의 독특한 전통이다. 불교가 ‘불살생’을 가르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이어지는 외적의 침략으로 인해 중생들이 생명을 위협받는 고통의 삶을 살아가야만 했기에 인천의 사표인 스님들이 직접 무기를 들고 나설 수밖에 없었던 역사에서 유래한 것이 바로 호국불교다.

그러나 스님들이 전장에 나선 것은 중생의 편에서 중생이 안고 있는 절박한 고통을 헤아려 그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었을 뿐, 왕조나 정치권력에 다가서기 위한 수단이 아니었다. 그 때문에 한국불교에서 호국은 불교가 전래된 이래 삼국시대부터 시작됐다. 당나라 태종이 고구려를 침입해 수많은 백성의 삶이 파탄에 빠지게 됨에 따라 3만 명의 승군이 출전한 것을 시작으로, 고려 현종 1년(1010)에 거란군이 서경을 침략하자 승장 법언이 9천명의 승병을 이끌고 나가 싸웠고, 고종 3년(1216) 또다시 거란이 국경을 침범했을 때 승군 수백 명이 전투에 참여했다.

그리고 몽고군이 침입했을 때는 승장 김윤후가 몽고 장군 살례탑을 직접 활로 쏘아 죽이고 충주산성을 70일간 수호한 끝에 적을 퇴각시키기도 했고, 공민왕 8년(1359)에는 홍건적이 침입하자 전국 사원이 말을 군용으로 내놓고 승군이 직접 전투에 참여한 예도 있다.
뿐만 아니라 임진왜란 때는 널리 알려진 대로 숭유억불 정책에 따라 불교가 핍박받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서산, 사명, 영규, 처영 등이 승군을 일으켰고 수많은 스님들이 함께 전장에 나갔다. 또한 병자호란 때도 각성 스님과 명조 스님 등의 의승군이 활약해 외침을 막아냈다.

이렇게 이어진 호국불교는 어디까지나 화택의 현실세계를 정토화해서 불국토를 건설하겠다는 원력을 바탕으로 하고 있었다. 하지만 호국불교를 빙자한 역사 왜곡도 적지 않았다. 승군이 중생의 아픔과 고통을 덜어내기 위해 활동할 당시에도 왕조와 지배계급의 집권논리를 옹호하며 권력에 빌붙는 등 호국을 가장한 세력들이 존재했고, 결국 이들의 왜곡된 호국불교관은 권력으로부터의 불교탄압을 부르는가 하면 백성들로부터 얻었던 신망을 잃어버리는 원인을 제공하기도 했다.

그리고 호국불교의 향수에 젖은 왜곡 행태는 군사정부시절 ‘국태민안’을 빙자한 권력유착형 법회로 나타나기도 했다. 심지어 박정희 군사정부 시절이던 1975년에는 조계사에서 스님과 신도 5000여 명이 모여 ‘나라 안전을 위한 호국승군단’ 발단식을 갖고 ‘불법을 통한 호국안보에 이바지할 것’을 다짐하기도 했다. 호국불교 왜곡의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이어 한국불교계는 곳곳에서 호국영령의 혼을 천도한다는 명목으로 수많은 법회를 봉행했으나, 이 역시 순수하게 호국영령들의 넋을 기리기보다 정치권력과의 우호관계 형성을 위한 방편에 불과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어쨌든 호국불교는 중생의 고통 극복을 위한 스님들의 순국과 불교계 기득권 세력의 권력유착형 왜곡이 공존하며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오늘날 호국불교는 여전히 지속되는 일부의 왜곡된 행태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인 사회참여 형식으로 승화되고 있다. 오늘날 호국불교 사례 가운데 가장 특징적인 부분이 불교계 역대 최대규모인 1500여 명 스님들의 시국선언이다. 스님들의 시국선언은 국민들이 잃어 가는 자유를 되찾는데 기여하기 위한 중생심의 발로라는 점에서 호국의 한 형식으로 평가되고 있다.

또한 불교계가 국민들 삶에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사회정의 및 경제정의 실천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나 해외구호사업 및 국내 복지사업 역시 호국불교의 또 다른 양식이라고 할 수 있다. 

심정섭 기자 sjs88@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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