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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전에 나타난 ‘종교권력화 경계’

기자명 법보신문

세력화는 물론 현실정치 참여도 엄격히 금지

“비구들이여 이제 유행하라. 인천의 이익과 행복을 위해서 두 사람이 한 길로 가지 말라.” 부처님은 제자들에게 진리를 널리 전하라는 전도(傳道)선언을 하며 흩어져 혼자 다닐 것을 당부했다. 이는 더 많은 사람들을 구제하라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집단을 형성하지 말라는 염두도 담겨있다. 집단을 형성하면 필연적으로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는 목소리가 생겨날 수밖에 없고, 이에 따른 권력에 대한 욕망도 함께 커지기 때문이다.

경전에는 종교의 권력화를 우려하고 현실정치 참여를 경계하는 내용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부처님 재세시에도 불교의 권력화를 도모하기 위해 국가권력과 결탁해 승가의 분열을 초래했던 일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갖가지 악행으로 악명 높은 부처님의 사촌 데바닷타와 마가다국의 아자타삿투이다.

이들은 현실 상황에 대한 불만과 권력욕에 사로잡혀 한쪽은 불교교단을 또 다른 쪽은 마가다국의 정치권력을 장악하기로 의기투합한다. 아자타삿투는 친부인 빔비사라 왕을 몰아내고 국가권력을 장악하게 되고, 데바닷타는 아자타삿투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불교교단을 장악해 간다. 아자타삿투의 지원으로 많은 사람들이 부처님을 떠나 데바닷타로 향하게 되지만, 오래지않아 아자타삿투가 부처님께 귀의함에 따라 데바닷타는 추방되고 그의 교단은 소멸된다.

『율장』, 『십송률』 등에서는 데바닷타가 결국은 무간지옥에 떨어졌다고 묘사하고 있는데,  결국 종교의 권력화가 가져오게 될 참담한 결과를 강조한 대목이다. 부처님 역시 마가다나국과 코살라 등에서 끊임없이 구애를 보내왔지만 권력이 가져오는 위험을 예단했기 때문에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며 교단의 순수성을 지켜낼 수 있었다.

원시불교 이래 불교는 국왕 즉 정치권력과 가까이 하지 않는다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율장』에서는 “만일 비구가 왕궁에 들어가 문지방을 넘으면 바라이죄가 된다” 며 위정자들과의 만남을 철저히 경계했다. 또 『법망경』 48계 중에는 “비구는 국왕, 왕자, 대신, 백관을 가까이 하지 말라”고 하고 있으며, 『정법염처경』에서도 비구가 멀리 해야 할 13가지 가운데 하나로 출가자의 정치 참여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또 『화엄경』에서는 “국왕은 부처님의 바른 교법을 옳게 받들고, 불법으로 중생을 깨우쳐 주어 그들로 하여금 본 마음을 알게 한다”고 가르치고 있다. 결국 국왕도 제도해야할 중생으로, 그를 통해 불교의 이상향인 불국정토를 만들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김현태 기자 meopit@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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