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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 이름 딴 고속도로IC-기차역

기자명 법보신문

고속도 IC에 5대 총림…기차역엔 백양사·불국사

송광사·수덕사는 갈등 끝에 명칭 확정

천년고찰의 이름을 딴 고속도로 나들목(IC)이나 기차역 등의 이정표는 종교를 떠나 우리나라의 역사·문화적 가치를 고려한 결과물이다. 또 오랜 역사를 간직한 사찰들이 대부분 지역의 대표 명소로 자리잡고 있어 지방자치단체 역시 문화관광객 유치를 통한 지역경제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천년고찰 이정표를 곳곳에 세우려 노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국 고속도로에는 조계종 5대 총림을 비롯한 주요 사찰들의 이름을 딴 나들목이 생겨나고 있다. 경부고속도로 통도사 나들목을 시작으로 호남고속도로에 금산사, 백양사, 송광사 나들목이 들어섰고 88올림픽고속도로에 해인사 나들목이 생겼다. 이어 서해안 고속도로에는 선운사 나들목이 만들어졌고, 지난 5월 28일 개통한 대전~당진간 고속도로에 수덕사와 마곡사 나들목이 탄생했다.

영축총림 통도사, 해인총림 해인사, 조계총림 송광사, 고불총림 백양사에 이어 올해 들어 개통한 대전~당진간 고속도로에 수덕사 나들목이 생겨남으로써 전국고속도로에 조계종 5대 총림 이름을 딴 나들목이 모두 등장한 셈이다. 또한 고속도로 나들목 명칭으로 확정되지는 않았으나 이정표가 함께 세워진 곳도 적지 않다. 대표적으로 영동고속도로에서 월정사, 구룡사 등의 사찰 이정표를 볼 수 있다.

그러나 사찰 이름을 딴 나들목은 지역이기주의가 팽배해지면서 지역을 대표하는 명소 여부를 떠나 갈등의 고리가 되기도 했다. 대표적 예가 올해 개통한 대전~당진간 고속도로에 이름을 올린 수덕사 나들목이다.

예산군은 지난 2001년 설계 당시 대전~당진 고속도로의 충남 예산군 고덕면 나들목 이름을 지역의 대표적 명소인 수덕사 이름을 따 ‘수덕사 IC’로 정했었다. 그러나 예산군이 지난해 지역주민 의견 수렴과정에서 지역의 이름을 알리는데 유리할 것으로 판단한 고덕면 주민들의 요구에 따라 이를 ‘고덕 IC’로 변경하면서 사찰과 지역주민 간에 갈등이 불거졌다.

당시 예산군은 나들목 이름을 변경하면서 수덕사 측에 사전 동의도 구하지 않는 안일한 행정을 보임으로써 사찰과 불교계의 강한 반발을 불러왔다. 이에 따라 수덕사는 국토해양부 등 관계기관을 상대로 명칭 환원을 강하게 요구하고 나섰다. 수덕사가 이처럼 고속도로 나들목 명칭 사용에 강한 의지를 보인 데는 사찰이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대변하는 가치를 지닌 명소라는 당위성이 작용했다. 또한 인지도 면에서도 행정구역명보다 사찰이 월등하게 높다는 점도 수덕사 나들목의 당위성을 더했다.

결국 예산군은 도로공사와 합의를 거쳐 ‘고덕 IC’ 명칭을 그대로 유지하고 기존의 예산 나들목을 ‘예산 수덕사 IC’로 변경, 확정했다. 수덕사 나들목은 이같은 우여곡절 끝에 탄생하게 된 것이다.

수덕사에 앞서 송광사도 나들목 명칭이 확정되기까지 크게 홍역을 치러야 했다. 1996년 준공한 순천시 주암면 요곡리에 위치한 나들목은 송광사와 주암면 주민 사이에 나들목 명칭을 둘러싼 갈등이 불거지면서 6년간이나 ‘이름 없는 나들목’으로 남아 있었다. 사찰과 주민 사이의 갈등으로 인해 당시 도로표지판에는 ‘주암 IC’로, 한국도로공사 안내 홈페이지에는 ‘송광사 IC’로 표기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전개됐다. 또 관광안내도와 지도에는 각각 ‘주암 IC’와 ‘송광사 IC’로 표기돼 혼란이 일기도 했다.

고속도로 완공 이후 6년에 걸쳐 진행된 나들목 명칭 다툼은 송광사와 주암면민 대표가 합의를 통해 고속도로 입구 명칭은 ‘주암·송광사 IC’로, 고속도로 출구 명칭은 ‘송광사·주암 IC’로 확정하면서 비로소 막을 내렸다. 고속도로 나들목 명칭은 단순히 이정표 차원을 넘어 지역의 대표성을 지닌다는 점에서 이처럼 갈등요인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고속도로 나들목 명칭에 이어 가장 큰 사찰 이정표 가운데 하나가 기차역명이다. 최근 KTX 울산역에 통도사를 병기하는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가운데 통도사를 비롯한 양산시와 경상남도가 역사·문화적 가치를 앞세워 ‘통도사’ 병기를 강력히 주장하며 고군분투하는 상황이어서 눈길을 끌고 있다.

현재 사찰 이름을 기차역명으로 사용하고 있는 곳은 백양사, 개태사, 희방사, 직지사, 불국사, 성주사, 다솔사 등이다.
 
심정섭 기자 sjs88@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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