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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와 지하철(도시철도) 역명

기자명 법보신문

회룡역-불광역 등 불교 관련 역명 21곳

유명 사찰들 마을이름으로 정착되기도
불교역명 거론 때 타종교 노골적 반발

 
광주 기독교 단체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역 대표성을 인정 받아 역명으로 정해진 ‘증심사 입구역’.

지난 2004년 3월 12일 광주시의회는 임시회를 열고 무기명 투표에 들어갔다. 광주시 기독교 교단협의회 등이 중심이 된 ‘증심사 입구역명 변경 공동대책위원회’가 역명을 바꿔달라며 청원서를 광주시와 광주시의회에 제출했고 이 문제를 결정짓기 위해 최종 투표를 실시하게 된 것이다.

시의회 일각에서는 “광주시의회와 광주시가 여론조사를 바탕으로 역사성과 상징성을 고려해 결정한 역명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은 광주시민을 우롱하는 처사”라며 투표를 해선 안 된다는 의견도 나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결국 투표는 무기명으로 진행됐고 그 결과 찬성 10표, 반대 9표로 부결됐다. 하지만 이후에도 일부 기독교 단체의 노골적인 반발이 계속됐고, 이에 기존의 ‘증심사입구(학동삼거리)역’에서 ‘학동·증심사역’으로 절충하는 선에서 결국 일단락됐다.

일반적으로 지하철역명 제정은 역세권의 행정동명, 문화재 유무, 주요 공공시설의 명칭 및 지역 주민의 의견 등을 종합해 검토한 후 향토사학자 및 대학 교수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된 지명위원회가 명칭을 최종적으로 결정한다. 그럼에도 많은 사찰들이 그 지역의 역사와 문화의 중심으로 천년 이상 존속해왔음에도 ‘불교’라는 이름으로 역차별 받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마치 화폐 인물 선정에 있어 자장, 원효, 의상, 의천, 지눌, 나옹, 태고, 휴정, 유정, 용성, 만해 등 기라성 같은 인물들이 ‘불교인’이라는 이유로 아예 처음부터 물망에 오르지 못하는 것과 비슷하다.

그럼에도 온갖 ‘난관’을 뚫고 불교 관련 이름으로 확정된 전철역은 전국적으로 21곳에 이른다. 먼저 수도권 1호선의 망월사역, 회룡역, 청량리역, 안양역 등을 꼽을 수 있다. 639년 창건된 망월사와 681년 창건된 회룡사가 오랜 세월 이 지역 역사와 문화의 중심지였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청량리역은 이 지역에 조선 초부터 청량사라는 유서 깊은 절이 위치하고 있어 청량리라고 이름 붙여졌다는 것이 정설이다. 안양역은 고려 태조 왕건에 의해 창건된 안양사에서 유래된 이름으로 안양(安養)은 곧 ‘극락정토’를 일컫는 말이기도 하다.

또 2호선 왕십리역과 상왕십리역은 한양천도에 중추적인 역할을 했던 무학대사와 관련된 전설에서 비롯됐다. 즉 태조 이성계가 조선을 건국한 후 송도의 고려 도읍지를 옮기고자 당시 무학대사에게 도읍지를 찾아보라고 명했고, 이에 무학대사는 도읍지를 찾아 남으로 내려와 왕십리에서 지형을 살폈다. 그 때 도선대사의 화신인 한 노인이 ‘십리’를 더 가서 도읍지를 찾으라고 했고 그 노인의 말대로 현재 왕십리에서 10리를 더 가 궁궐터를 잡은 곳이 바로 지금의 경복궁이었다는 것. 이 때부터 무학 대사가 10리를 더 갔다하여 왕십리라 불렸다는 것이다.

3호선에는 불광역과 무악재역이 있다. 불광역은 옛날 이곳에 많은 절들이 있었고 그 중 부처님의 서광이 어린 불광사라는 큰 절이 유명해 마을 이름으로까지 정착돼 역명이 된 것이며, 무악재역은 무악대사를 기린 데서 유래된 역명이다. 4호선 미아역과 미아삼거리역도 불교와 관련된다. 현재 미아(彌阿)7동 불당곡(佛堂谷)에 미아사(彌阿寺)라는 절이 있었다고 전해지는 가운데 이 절의 이름에서 미아라는 마을이름이 유래됐을 것이라는 견해들이 많다. 지하철 5호선 답십리역도 무학대사가 도읍지를 정하려고 이곳을 밟았다고 해서 생긴 이름이다.

6호선 새절역과 보문역도 사찰에서 비롯된 역명이며, 7호선 천왕역도 천왕사라는 옛 절에서 나온 역의 이름이다. 마찬가지로 8호선 암사역도 옛날 신라시대부터 이 지역에 여러 사찰들이 있었고 이 중 바위절이 유명했는데 이를 한자명으로 암사라고 붙인데서 유래됐다는 게 정설이다.

부산도시철도의 경우 1호선 범어사역은 부산의 대표적인 사찰로 조계종 제14교구 범어사에서 비롯된 이름이며, 2호선 가야(伽倻)역은 부처님이 성도한 ‘붓다가야’에서 유래한 역명이라는 견해들이 지배적이다. 이와 함께 2호선 금련산역은 산이 연꽃모양을 해서 금련산이라 했다는 설도 있지만, 부처님 앞에 공양을 올릴 때 황금산 금련화(金蓮花)로 말미암아 금련산이 되었다는 설도 전해지고 있다. 그리고 3호선 만덕역은 고려시대 대찰인 만덕사라는 절 이름에서 유래된 역의 이름이다.

대구 1호선 안지랑역도 이 지역에 위치한 안일사와 깊은 관련이 있다는 견해들이 많으며, 광주 도시철도의 학동·증심사역은 통일신라시대 철감선사가 개창한 증심사가 천년고찰일 뿐 아니라 보물 제131호 철조비로자나불좌상을 보유하고 있는 문화재사찰이기도 하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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