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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우 스님의 계율칼럼] 불투도(不偸盜) ①

기자명 법보신문

작은 이삭조차 남의 것은 가져선 안 돼
탐심은 작은 것에서 시작됨을 명심해야

‘남의 귀중한 금과 은으로부터 바늘 한 개, 풀 한 포기까지라도 주지 않은 것은 가지지 못한다. 시방 대중이 나누고 가질 수 있는 상주물(常住物)이나, 시주의 것이나, 현전대중(現前大衆)의 것이나, 관청의 것이나, 개인의 것이나, 온갖 물건을 자기 것으로 만들려고 빼앗거나 훔치거나, 속여 가지거나, 세금을 내어야 하는데 내지 않으려고 속이거나, 배 삯이나, 차 삯을 안 내는 것은 모두 훔치는 것이다. 불투도계(不偸盜戒)의 계상(戒相)이다.’

‘부처님은 훔치려는 마음을 버릴 수만 있다면 누구나 불과(佛果)에 오를 수 있다’고 율장에서 말씀하셨다. 훔친다는 것은 물건마다 각각 주인이 있어서 다른 사람이 보호하므로 주지 않는 것을 가지는 것을 말한다. 진실로 몸을 받는 육도(六途)가 탐욕을 근본으로 하지 않음이 없다.

『무량수경』에 이르되, 교범바제(?梵婆提)는 과거 세상에 비구였는데, 남의 조 밭에서 이삭 하나를 따서 영글었는가? 영글지 않았는가를 보다가 몇 알을 땅에 떨어뜨렸다. 이로 인해 500년 동안 소가 되어 그 빚을 갚았다. 뒤에 사람의 몸을 받았으나 소였을 때의 남은 습성이 아직 있어서 발꿈치와 음식을 먹는 모양이 소의 되새김질과 같았다. 부처님이 불쌍히 여겨 제도하시니, 아라한과를 얻었다.

또 『잡아함경』에 이르되, 비구가 눈병이 나서 연못가를 거닐었다. 연꽃에 향기가 코로 들어오는 것을 마음으로 좋아하니, 지신(池神)이 비구에게 말했다.

“어찌 고요히 앉아 좌선함을 버리고 향기를 훔치는 도적이 되려고 하는가?”
비구가 말했다.
“만져서 망가뜨리지 않았고 남의 것을 빼앗지도 않았거늘 어찌해서 도적이라 하는가?”
지신이 말했다.
“구하지 않고 가졌으니, 어찌 도적이 아니라고 말하는가?”
그 때 어떤 사람이 연못에 들어가 꽃을 꺾고 뿌리를 캐니, 지신에게 비구가 말했다.
“그대는 무슨 까닭으로 못하게 막지 않고 도무지 말을 하지 않는가? 나는 다만 산책하면서 향기만 맡았는데도 나에게 향기를 훔쳤다고 꾸짖는가?”
지신이 말했다.
“세간 사람은 더러움에 빠져 사는지라, 나는 말하지 않았다. 악인은 검은 옷과 같아서 비록 검은 점이 찍혀도 사람들은 보지 못하는데, 누가 그것을 묻겠는가?

그러나 그대는 선(禪)을 닦는 좋은 사람인데 이 향기에 집착하니, 선(禪)을 닦는 좋은 일을 잃었다. 파리 다리가 깨끗한 곳을 더럽히는 것처럼 흑점이 있는 조개는 비록 작아도 다 나타나고, 흰 모포에 점이 있으면 사람들은 모두 다 그것을 쳐다보는 것처럼 지혜 있는 사람은 작은 허물이 털끝만큼만 있어도 다른 이가 볼 때는 크기가 태산과 같이 보나니, 그러므로 마땅히 항상 그 청정함을 구할지니라.”

비구가 듣고 오로지 고요하게 좌선하여 모든 번뇌를 끊고 아라한과를 얻었다고 했다.
우리는 불전에 향을 피워 올리면서 자기가 먼저 코로 향을 맡고 향로에 꽂기도 하기도 하고, 부처님께 올릴 음식을 만들면서 먼저 간을 본다 말하며 먼저 맛보는 습관도 가지고 있다. 어디 그 뿐인가. 수계식 때에 삼보를 청하는 청성(請聖)차례에서 ‘향화영 향화청(香花迎香花請)’이라고 외우면서도 불전에 꽃 한 송이 올리지 않고 의식을 진행한다. 이렇게 세심하게 살피지 않고 저지르는 잘못이 많다.  
 
철우 스님 파계사 영산율원 율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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