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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묵 스님의 풍경소리]

기자명 법보신문

법회 동참 자체가 수승한 인연 심는 일
자녀에 佛法 전하는 것이 가장 큰 유산

절 안을 오가다보면 어느 때는 답례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인사를 나누지만 가장 반가운 인사는 아이들과 나누는 인사다. 어머니가 하는 양을 따라 고사리 손을 모아 땅에 머리를 박을까 싶게 인사를 하는 꼬마의 모습을 접할 때는 그 천진스러움에 우리 마음마저 깨끗해진다. 그리고 합장 인사를 건네고는 수줍은 듯 달려가는 초등학교 꼬마 아이들을 대할 때면 맑은 희망을 본다. 그리고 간혹 TV나 영화에서 본 것을 흉내 내어 한손만을 가슴에 대고 장난기를 섞어 ‘아미~타불’하는 아이들을 보면 ‘그래도 인연 종자를 심었구나’ 싶다.

이런 아이들을 법회 시간에도 함께 하는 것이 쉽지가 않다. 통도사의 경우 매달 적지 않은 금액을 후원하고 차로 모셔오고 지도법사와 선생님들이 온갖 정성을 들이는데도 아이들은 그저 스물 댓 명 남짓하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오히려 법회 나오는 아이들이 이상하게 여겨질 정도다. 보통의 아이들이라면 잠자리에서 칭얼대거나 재미있는 게임이나 TV에서 방영하는 만화영화에 푹 빠져 있을 시간인데 그 모든 유혹을 뿌리치고 부처님 전에 모여 있으니 말이다.

아마도 그 공덕은 나이 들어 출가하는 스님들 못지않을 것이다. 이렇게 법회에 참석한 아이들의 수가 많아 그 재잘대는 소리가 온 도량이 가득 차면 좋으련만, 어쩌다 들려오는 아이들 소리는 대부분 수학여행이나 소풍 온 아이들 몫이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 마음에서 산모퉁이 돌아서면 정겹게 다가서는 어여쁘고 고즈넉한 절은 거의 사라지고 ‘언덕위에 하얀 예배당’만 그려지고 있을 뿐이다.

이렇게 된 일차적 원인은 스님들의 더 많은 노력과 관심 그리고 배려가 부족이기도 하겠지만 우리 불자님들의 신행 형태에도 문제가 있다고 본다. 대부분 보살님이 자신 혼자 다니며 정성 올리면 되지 괜히 귀찮아하는 거사님이나 아이들을 억지로 데리고 오려다 집안 불란 만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분들은 아직 불법의 깊은 맛을 느끼지 못하신 분들로 참된 불자가 못 된다.

맛난 음식이 있으면 남편이나 자식에게 한 입이라도 더 떠 먹이고 싶은 마음이 들 듯, 불법에 대해서도 그러해야 된다. 억지로 해서 무슨 복덕이 있겠느냐 싶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그 예가 되는 이야기가 있다.

석가모니 부처님이 세상에 계실 때에 한 연로한 이가 와서 출가하기를 청했다. 해서 부처님은 사리불존자에게 인연을 살펴 득도하게 하라 하셨다. 사리불이 이 노인을 데리고 처소에 가서 과연 출가할 만한 복덕을 심어 놓은 것이 있는지 살펴보니 몇 겁의 생애 동안 전혀 그런 복덕이 없었다. 그래서 존자는 ‘노거사님은 출가할 인연이 없으니 돌아가십시오.’ 했다.

이에 노인은 다시 부처님께 찾아가서 하소연을 했다. 그래서 부처님이 직접 이 노인의 몇 겁 생애를 살펴보니 하나의 복덕 인연이 있었다. 그래서 사리불존자를 불러 “이 사람은 몇 겁 생애 동안 이렇다 할 출가 복덕은 없다. 하지만 아주 여러 겁 전, 이 사람이 숲에서 호랑이를 만나 피해 달아나 나무 위에 올라가 있다가 호랑이가 사라지자 얼떨결에 ‘나무아미타불’ 하고 내뱉었는데 그 인연이 이제 익었다. 하니 데리고 가 득도케 하여라.”고 말씀하셨다.

위의 말씀처럼 비록 스쳐지나가는 인연일지라도 부처님과 맺은 인연은 사라지는 일이 없다. 마치 금덩이를 삼키면 언젠가는 반드시 그것이 밖으로 나오듯 말이다. 하물며 한 번이라도 법회에 동참하게 된다면 헤아릴 수 없이 수승한 인연을 심는 일이 될 것이다. 가족을 포교 하는 일보다 큰 복덕을 짓는 일이 없으며, 자녀에게 불법을 전해주는 일 만큼 큰 유산이 없다.

이번 여름, 아이들과 함께 절에서 하는 수련회나 템플스테이에 참여해 가족이 불심으로 하나가 되고 몸과 마음의 열뇌를 아울러 식힌다면 가장 멋지고 훌륭한 휴가가 될 것이다. 

정묵 스님 manib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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