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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 당선의 의미

기자명 연기영
새천년의 첫 번째 대통령 선거에서 국민들은 '개혁'과 '세대교체'의 새 정치를 선택했다. 노무현 후보의 당선은 온갖 시련을 원칙론과 뚝심으로 이겨낸 결과이기 때문에 더욱 뜻 깊은 것이다. 우선 새정치의 기수가 되어 정치혁명을 이끌어 갈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에게 축하의 박수를 보낸다.

민주당 내의 소위 '반노', '비노', '후단협' 세력이 펼친 '후보교체론', '백지신당론', '후보단일화론'은 노무현의 근본을 뒤흔들었다. 무려 21명의 의원이 민주당을 탈당하는 상황에서 노 후보의 곤경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참으로 엄청났다. 어렵게 이루어진 국민통합 21과의 후보단일화 마저도 선거전날 밤 발생한 '정몽준 돌발사태'가 모든 사람들의 정신을 뒤흔들어 놓았다.

노무현 당선자에게는 외부적인 변수마저도 만만치 않았다. 북한은 갑자기 '핵프로그램'을 언급한데 이어 대선 직전에 '제네바합의 포기'마저 선언하였다. 또한 투표 5일전부터는 비무장지대 내에 기관총을 수 차례나 반입하는 '북풍'까지 불어 왔다.

이런 역경과 바람들이 중대한 변수였지만 천신만고 끝에 노무현은 제16대 대통령이 되었다. 단순한 국민의 선택뿐만이 아니라, '부처님의 힘'이 아닐 수 없다.

노무현의 당선은 여러 가지 정치적·역사적 의미를 담고 있다. 무엇보다도 망국적 지역감정을 극복하였고, 젊은 대한민국을 원하는 유권자들이 세대교체를 이루어냈으며, 고질병 같았던 소위 '3김정치'도 청산하였다. 특히 분단 반세기 이상 동안이나 응축되어 있었던 반공이데올로기에 편승한 '색깔론' 시비도 이번에는 별 효과가 없었다. 노동당과 사회주의 정당이 공개적으로 선거에 참여할 수 있을 정도로 한국 사회가 이념적 성숙을 맞이했기 때문이다.

이제 노무현 대통령에게 거는 국민적 기대는 참으로 크다. 정몽준의 자발적 퇴진으로 '권력 나눠먹기' 제약도 해결되었다. 노무현의 디지털시대의 '새정치'는 소신을 갖고 추진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풀어야 할 중요한 과제는 김대중 정부가 제대로 실천하지 못한 정당개혁, 재벌개혁, 교육개혁, 언론개혁이라 할 수 있다.

소속 정당의 당적을 멋대로 바꾸는 철새정치인들이 활개치는 풍토를 청산하지 못하는 한 선진형 정당정치는 불가능하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학교가 죽었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을 정도로 잘못된 교육제도를 개혁함으로써 성장기의 학생들을 입시지옥에서 탈출시켜야 한다.

그리고 대외정책에 있어서도 민족적 자존심을 갖고 소신껏 임해야 한다.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과 경제교류가 지속되지 않을 경우 한반도의 안보상황은 위기로 치달을 것이다. 대북 적대시 정책으로 증가되는 국방비 등 '분단비용'이 남북화해협력을 위한 '통일비용'보다 훨씬 많다는 사실을 재인식해야한다.

여기서 특히 강조하고 싶은 것은 분단이래 지속되어 온 '대미 추종외교'를 극복해야 한다는 점이다. 대등한 한-미 관계를 정립토록 함으로써 더 이상 '장갑차 사건'과 같은 불행이 없도록 해야 한다. 제왕적 대통령을 양성해 온 '측근정치', '가신정치'가 없도록 해야 한다. 능력과 자질을 갖춘 '새로운 인물'을 널리 발굴해 쓰는 인사탕평책을 펴야 한다. 권위주의 문화에 아직도 향수를 품고 있는 구시대적·극우기득권 세력을 배제하지 못한다면 '낡은 정치 청산'은 결국 물 건너가고 말 것이다.

끝으로 국회에서 과반수 이상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한나라당은 국민적 심판을 솔직히 수용하면서, 새정부의 미래지향적 국가경영에 적극적인 협조를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연기영<동국대 법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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