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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불만다라]74. 스승과 도반

기자명 법보신문

나태한 수행자 구제할 이는 스승과 도반 뿐

방종하지 말고
자기 마음을 지켜라.
늪에 빠진 코끼리처럼
어려운 곳에서 자기를 구하라.        
                              - 『법구경』
 

 
그림=이 호신 화백, 수화자문=조계사 원심회 김장경 회장

승려들이 처음 출가의 길에 들어설 때는 남다른 각오로 자신의 길을 선택한다. 중국의 대원선사는『위산대원선사경책(山大圓禪師警策)』에서 ‘출가한 사람들은 발걸음을 크게 뛰어 넘어서 마음과 형상을 세인(世人)과 달리하였고, 세속적인 욕망의 추구가 아니라 지혜의 종자를 가꾸는 성인(聖人)의 무리에 들어감을 목적으로 하며, 세상을 어지럽히는 마군의 무리를 항복받고, 4은(四恩) 곧 부모와 삼보와 중생과 통치자의 은혜에 보답하기 위함이며, 3계(三界)에 생존하는 모든 생명을 다 고통에서 제도하기 위함(夫出家者 發足超方 心形異俗 紹隆聖種 震魔軍 用報四恩 拔濟三有)’이라고 서술하고 있다. 

초심 잃으면 공양 축내고 죄업만 쌓아 

이와 같은 거룩한 뜻을 세우고 출가한 사람들도 세월이 흐르고 현실에 타협하다보면 방종해지고 게을러지게 마련이다. 대원선사는 처음 출가의 초심을 잃어버리면 헛되이 승려의 대열에 끼어있으면서 재가신도의 공양만 축내게 될 뿐만 아니라, 일생을 허송세월하면서 죄업만 쌓아가게 될 것이라고 경책의 글을 남기고 있다. 세상을 살아가는 이치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사람들이 모든 일을 처음 시작할 때의 마음을 잃지 않는다면 자신의 길에 충만감을 갖고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나 자신 처음 출가할 때 세운 뜻은 모든 세상의 시비(是非)로부터 초연해서 살기를 서원하였다. 내가 옳다거나 네가 그르다고 따지는 것이야말로 출가자의 본래의 모습이 아닐 것이라고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시비를 따지기에 앞서서 자신을 깊이 되돌아보고 출가자의 본분에 옳지 않은 일은 떨쳐버리려는 각오로 출가의 길에 들어섰다.

그러나 출가의 길 역시 많은 부분은 사람이 사는 길에 이어져 있었다. 때로는 시비도 있고 미움도 있으며 더욱이 대립과 갈등도 있다. 출가수행의 길에는 스승과 도반이 중요하다. 스승은 멀리는 석가모니 부처님과 가까이로는 마음으로 존경하는 분이다. 나는 멀리 계시지만 언제나 가까이에 함께 하는 부처님 말씀인 경전을 스승으로 삼는다.

3천년의 세월을 뛰어넘고 항상 가까이에 계시는 스승이 부처님의 경전인 것이다. 초기경전에서부터 대승경전에 이르기까지 무궁무진하게 펼쳐져 있으며 경전 속 스승의 가르침은 언제나 나의 눈길을 기다리고 있다. 『숫타니파타』에는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는 당당한 수행자상을,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진흙에 더럽혀지지 않는 연꽃처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고 가르치신다.

또한 ‘태어날 때부터 천한 사람이 되거나, 태어날 때부터 귀족이 되는 것이 아니요. 오로지 그가 몸소 행하는 행위에 의해서 천한 사람과 고귀한 사람이 나누어지는 법’이라고도 깨우치고 계신다. 도반(道伴)은 곧 진리를 찾아서 함께 길을 걷는 벗을 의미한다. ‘사람을 알기위해서는 그 사람의 벗을 보라’고 하는 것과 같이 벗은 참으로 소중한 존재다. 누구와 같이 시간을 보냈느냐에 따라서 욕망에 탐익(貪溺)할 수도 있고 반대로 맑은 정신으로 사유(思惟)의 환희를 느낄 수도 있는 것이다.

벗을 통하여 우리는 많은 것을 주고 받으며 삶을 알차게 살찌울 수가 있는 것이다. 부처님께 아난존자가 ‘도반은 수행의 반’이라고 말하니 부처님께서는 ‘수행의 전부’라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그만큼 수행자에게 도반의 경책은 중요한 좌우명이 되고 있음을 의미하는 대화이다. 

좁은 소견 비우고 성현 말씀 배워야 

세상 사람들도 스승과 벗이 있다. 스승은 각 종교의 교조를 비롯하여 동서고금의 모든 성현(聖賢)이 다 스승의 반열에 오를 수 있다. 인류에 큰 빛으로 남아 있는 스승은 참으로 많다.

어리석은 인간은 인류의 큰 스승이 남기신 가르침에서 진리를 받아 배우려고 하지 않고 자신이 신봉하는 스승의 말만 옳다고 기염을 토하고 있다. 자신의 좁은 소견을 비워버리고 모든 성현의 말씀을 다 스승의 거룩한 가르침으로 배우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화엄경』에서 선재동자가 53선지식을 스승으로 참배하고 가르침을 받은 것이 대표적인 자세다. 53선지식에는 거룩한 보살이나 부처님만 계신 것이 아님은 모두가 잘 아는 상식이다.

동서고금의 성현의 글을 펼쳐놓고 마음에 세기면서 읽고 받아 지니도록 노력하자. 세상을 살아가는 데에는 수많은 인간관계가 있지만 벗은 언제나 즐거운 존재이다.

‘나를 낳은 이는 부모이지만 나를 성공시키는 이는 붕우(朋友)이다’라고 한다. 그 만큼 인생에 있어서 벗은 중요한 존재이다. 어진 벗과 가까이 하는 것은 안개 속을 걸어가는 것과 같아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옷이 눅눅해 짐을 느끼게 된다고 한다. 

좋은 벗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나 자신을 좋은 쪽으로 바꾸어지도록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이다. 나를 바꾸는 데에 스승 다음으로 중요한 역할을 벗이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사람은 항상 초심을 잃어버리고 때때로 방종하기 마련이다. 이럴 때에는 반드시 스승의 말씀과 도반의 힘으로 방종과 나태로부터 자신을 끌어내야 한다. 지혜로운 동물로 상징되는 코끼리가 늪에 빠졌을 때에는 절대로 체념하지 않고 반드시 자신의 노력으로 수렁으로부터 탈출하듯이 지혜로운 인간은 코끼리 이상으로 자신을 지키는 마음의 힘을 가져야 한다.   

본각 스님(중앙승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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