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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억 산출 배경과 문제점

기자명 법보신문

막대한 피해에도 시간 쫓겨 주먹구구식 예산 요구
“합리적 근거-명분 토대로 당당히 주장해야”

 
1989년 10월 27일 동국대에서 개최된 10·27법난 진상규명을 위한 실천대회. 사진제공=민족사

10·27 법난 명예회복심의위원회(위원장 원학, 이하 10·27위원회)가 최근 정부에 역사교육관 건립에 사용한다며 1500억 원을 요구한 것과 관련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10·27위원회가 8월 7일 개최한 간담회에서 지적된 것처럼 돈의 많고 적음을 떠나 명확해야 할 산출근거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국가예산을 사용하는데 있어 근거와 용처가 ‘부실’할 경우 명예회복은커녕 자칫 국민적인 반감을 불러올 수 있으며, 정치적으로 또다시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도 많다. 그런 만큼 10.27법난의 참다운 의미가 퇴색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선 신중에 신중을 기해 정확한 피해조사가 파악되고 이에 따른 보상이 뒤따라야 한다는 게 관련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예산 책정 왜 서둘렀나=10·27위원회가 충분한 사업계획 검토 없이 무리하게 예산을 책정한 배경은 시간적으로 촉박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10·27법난 특별법은 2010년 6월로 법정 시한이 종료된다. 수치적으로는 아직 10개월의 시간이 남아있지만 내년 예산 반영을 위해선 늦어도 10월 1일까지 기획재정부에 예산안을 제출해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2개월여의 시간밖에 남아있지 않은 셈이다. 지난 6월 한나라당 김무성 의원 등이 이 법에 대한 시효연장 등을 포함한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지만 ‘미디어법’ 등 문제로 여야가 대치하면서 개정안 통과도 불투명한 상태다. 그런 까닭에 10·27법난 명예회복을 위한 최소한의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비록 부실하지만 대략적인 예산을 반영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위원회의 설명이다.

실제 8월 7일 간담회에서 윤원호 의원은 “10·27법난 명예회복을 위한 특별법은 참여정부에서 진행한 과거사 정리를 위한 마지막 특별법이었다”며 “진상조사 등의 체계적인 절차도 필요하지만 우선적으로 특별법의 시효가 끝나기 전에 일단 사업을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1500억 어떻게 산출됐나=지난 7월 14일 10·27위원회는 법난 명예회복사업을 위해 정부에 역사교육관 건립 명목으로 1500억 원의 예산을 요청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10·27위원회는 1500억 원에 대한 구체적인 산출근거를 밝히지 않았다. 이 때문에 종단 안팎에서는 갖가지 추측이 난무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10·27위원회에 참석했던 한 관계자는 “1500억 원의 예산은 법난으로 인해 100만 명의 신도가 감소했고, 이후 30년간 피해보상액을 산출하면 3000억에 이르지만 그 절반의 금액으로 하기로 했다”고 밝혀 큰 파장이 일었다. 정부의 예산을 반영하는 일에 너무나 허술한 산술적 수치가 적용됐기 때문이다. 논란이 확산되자 위원장 원학 스님은 “예산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거론된 적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공식적으로 결의된 것은 아니었다”며 “1500억 원의 예산은 역사교육관을 건립하는 건축비용과 유지비용”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원학 스님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아직 전체적인 운영계획은 고사하고 사업 부지조차 선정하지 못한 상태에서 1500억 원의 예산이 책정돼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10·27위원회가 8월 7일 개최한 간담회에서도 위원들 사이에서 1500억 원 예산에 대한 서로 다른 의견들이 개진됐다. 특히 일부 위원들은 국가의 예산을 집행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사업에 대한 투명성이 전제돼야 한다며 이에 대한 정확한 산출기준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는 주문들이 쏟아지기도 했다.

◆소통 없는 사업추진=10·27위원회가 기념사업을 추진하면서 충분한 여론 수렴 작업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사업진행에 앞서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구성한 자문위원회와도 충분한 공감대가 형성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8월 7일 간담회에서 안홍부 자문위원은 “10·27위원회가 역사교육관 건립비용으로 1500억 원을 요구한다는 내용의 기사를 보고 깜짝 놀랐다”고 밝히기도 했다.

자문위원들의 이 같은 지적은 10·27위원회가 비교 사례로 들고 있는 노근리 사건과 매우 대조적이다. 노근리의 경우 2004년 명예회복위원회가 구성된 이후 위령사업 부지선정에서부터 기본계획, 중장기 사업계획 마련 등을 위해 정례적인 자문위원회를 개최해 충분히 논의한 후 안건으로 채택, 결정했기 때문이다.

10·27위원회 허평환 자문위원은 “불교계가 10·27법난에 대한 억울한 심정으로 국가에 무조건적 보상을 요구하기보다는 과학적 근거와 확실한 명분을 토대로 정부에 당당히 요구해야 한다”며 “이것이 10·27법난에 대한 올바른 명예회복을 위한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최호승 기자 sshoutoo@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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