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군포교] 훈련병에게 법당은 ‘어머니 품’ 같은 공간

기자명 법보신문

경기도 동두천 육군 28사단 신병교육대 문수법당

신병 200여명 5주 훈련 끝날 때면 불자로 거듭나
퀴즈식 교리교육-종교강요 금물이 성공 노하우

 
제28사단 신병교육대 문수법당을 가득 메운 훈련병들이 김대성 법사의 질문에 답하기 위해 손을 번쩍 들어보이고 있다.

지난 2일 경기도 동두천시 육군 28사단 무적 태풍부대 문수법당은 이른 아침부터 젊은 장병들의 힘찬 구령소리로 시끌벅적했다. 매주 일요일마다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불교 종교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28사단 신병교육대에서 훈련을 받고 있는 예비 장병 200여 명이 문수법당을 찾았기 때문이다.

“법사님 안녕하십니까.” 군기가 바짝 든 훈련병들의 우렁찬 함성이 휴일의 고요를 깨우며 부대 안팎에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호국 광명사 주지 김대성 법사가 법회 집전을 위해 법당에 들어서자 문수법당을 찾은 훈련병들이 환호성을 지른다. 일요일마다 자율적으로 이뤄지는 종교 활동. 종교를 갖지 않은 훈련병들이 종교를 선택하는 특별한 이유는 없다.

하지만 법당에 첫 발을 들인 훈련병은 법사님의 법문에 흠뻑 취해 일요일 오전 9시면 어김없이 법당을 찾게 된다고. 이날도 200여 명이 넘는 훈련병들이 330㎡ 규모의 법당을 가득 메웠다. 짧게 깎은 머리가 아직은 어색하고 저마다 검게 그을린 얼굴에서 고된 훈련의 피로감이 묻어나지만 일요일 아침, 저녁 두 번 진행되는 법회 시간만을 손꼽아 기다려온 훈련병들의 얼굴에는 환한 웃음이 가득했다. 단상에는 초코파이며 간식거리들이 수북히 쌓여 있었다.

4주째 법회에 참석하고 있다는 김유신 훈련병은 “훈련 기간 중 가장 기다려지는 요일이 종교 활동 시간이 있는 일요일이 되었다”며 “법사님에게 배운 연기법의 오묘한 진리를 차츰 깨닫게 되면서 당장에는 어렵고 힘들게 여겨지는 군생활이지만 이 시간을 기쁘게 받아 들이고 즐거움을 찾을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권효상 훈련병은 “주변 친구들이 지나치게 종교를 강요해 신앙에 대한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는데 스님의 법문을 들으면서 종교에 대한 편견을 일소에 해소할 수 있었다”며 “바른 길로 인도하는 부처님의 가르침이 보편적인 진리임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오늘은 법사님이 어떤 질문을 던질까’ ‘지난주에 배운 불교교리를 얼마나 맞출 수 있을까’ 긴장한 눈빛이 역력하다. 결과에 따르는 보상도 보상이지만 훈련병들은 전 주에 배웠던 불교교리를 익혔다는 성취감에 더욱 신이 난 듯 했다. 질문과 답변을 하는 과정에서 훈련병들이 잘 들을 수 있도록 큰 목소리로 질문을 던지던 김 법사의 목도 훈련병들처럼 쉬어 있었다.

5주간의 짧은 신병 교육 기간 동안 훈련병들이 경험한 종교 활동은 자대에서 종교를 결정짓는데 큰 영향을 미친다. 김 법사는 훈련병들에게 불교의 기초적인 교리를 정확히 습득하고 퇴소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불교를 처음 접하는 훈련병 시절의 경험이 자대 배치 이후 종교 활동을 선택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잣대가 되기 때문이다.

28사단은 불교세가 강하기로 유명한 곳이다. 두 달에 한 번 입소하는 신병들 중 60%가 법당을 찾을 만큼 불교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이는 그간 28사단을 거쳐 간 군법사들의 굳은 의지와 포교 열정에 부대 지휘관들의 협조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현 28사단 사단장을 맡고 있는 김현집 소장은 “우울증이나 위증을 앓고 있는 군장병들이 우리 부대만 30%가 넘는다”며 “종교 활동은 각각 장병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최고의 치료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종교 활동의 중요성을 매번 강조하며 적극적으로 돕고 있다”고 전했다. 

최승현 기자 trollss@beopbo.com


“법사의 열정, 장병들이 더 잘 알죠”

호국 광명사 주지 김대성 법사

“군불교 중흥은 군법사의 자질과 열정에 달려 있습니다. 군장병들의 욕구에 부합하는 법회를 열기 위해서는 시대 흐름에 맞는 포교 방법을 항상 연구하고 고민해야 합니다. 고심한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군장병 프로그램은 그들의 사기 진작을 도모할 뿐만 아니라 군불교 발전을 이끄는 무형의 재산으로 남기 때문입니다.”

경기도 양주에 위치한 제28사단 호국 광명사 주지 김대성〈사진〉 법사. 그의 일주일은 숨가쁘다. 18개나 되는 법당 법회를 연대 법사와 도맡아야 하는 열악한 현실도 현실이지만 무엇보다 군포교에 대한 열정이 자신을 가만 놔두지 않기 때문이다.

장병들에게 줄 초코파이조차 넉넉지 않은 열악한 환경, 군장병에 대한 포교 방법 또한 체계적으로 갖춰져 있는 않은 현실을 극복하는 방안을 강구하다보니 포교 방법이 일념 화두가 돼 버렸다. “가장 시급한 것은 턱없이 부족한 간식을 충당하는 일입니다.

도움을 구할 수 있는 곳은 어디든지 찾아가 문을 두드렸지요.” 군포교 물품을 지원받기 위해 도선사가 진행하는 108산사순례 기도회가 있는 날이면 직접 순례 처를 찾아 다녔다. 또 쉽고 재미있는 법문으로 신세대 장병들의 마음을 두드린 결과 장병들의 신행 생활을 지속적으로 이끌어 낼 수 있었다.

“황무지를 기름진 땅으로 일구는 데 포교의 진정한 의미가 있지 않을까요? 비불자를 불자로 만들어 부처님의 가르침을 올바르게 전하는 것이 우리 법사들의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 그는 임관 후 군포교 일선에서 활동하며 얻은 노하우를 정리해 군포교 매뉴얼을 제작하고 있다. 김 법사는 군법사들이 각각이 능력이 뛰어나다 해도 이를 활용할 방법을 찾지 못하는 후배들을 보면 아쉬움을 금치 못한다고 했다. 김 법사는 “뛰어난 재주를 가진 후배 군법사들이 많다”며 “오랜 시일이 지난 후 군법사 활동을 하면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포교 방법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후임 군법사들을 양성하는 일을 하는 게 작은 희망”이라고 말했다.

최승현 기자 trollss@beopbo.com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