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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불만다라] 81. 속박에서 벗어나려면

기자명 법보신문

일상의 타성을 떨쳐냄이 해탈의 시작

의혹이 사라짐을 기뻐하고
부정한 것을 부정하게 보고
항상 생각이 깊은 사람은
악의 속박을 함께 끊을 것이다.
                                 - 『법구경』


 
그림=이호신 화백, 수화자문=조계사 원심회 김장경 회장

본 게송의 거해 스님 번역은 “감각적인 즐거움의 생각을 고요히 다스리고, 언제나 마음집중이 되어 있으며, 이 몸이 허무함을 보아 욕망을 다스린다면, 그는 생사의 얽매임을 끊게 되리라.”로 되어 있다. 두 번역을 통하여 이해하면, 감각적인 즐거움에 사로잡혀서 생활하는 것을 경계하고, 항상 깊은 선정을 닦음으로서 어리석은 판단을 떨쳐버리고 끝없는 윤회의 속박으로부터 벗어나라는 가르침이다.

다람쥐가 쳇바퀴를 멈추려는 각오

부처님의 근본가르침인 8정도는 정견(正見)에서 시작하고 있다. 모든 사물을 올바르게 보고 판단하는 것이야 말로 모든 올바름의 첫 시작이 된다는 뜻이다. 우리는 매일 매일을 다람쥐가 쳇바퀴를 돌리듯이 생활하면서도 그것이 윤회의 얽매임인 줄을 깨닫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어느 것이 올바르고 올바르지 않은가에 대한 정확한 판단도 세우지 못한 채, 반복되는 매일의 일상(日常)에 사로잡혀 있는 것이다. 부처님은 이러한 타성으로부터 박차고 일어날 것을 가르치고 있다. 여기에 제시된 것이 해탈의 길과 열반의 세계인 것이다.

해탈 열반을 얻기 위해서는 새로운 각오와 준비가 필요하다. 그 각오란 바로 우리의 삶에 전개되어 있는 모든 현상에 대해서 정확히 판단하는 지혜의 마음을 갖는 것에서 시작된다. 이 지혜는 고요한 마음에서 얻어질 수 있다. 호수의 물이 바람에 일렁이지 않으면 삼라만상이 있는 그대로 호수에 밝게 비춰지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자신의 마음이 고요하면 모든 존재의 있는 그대로의 실상(實相)을 보게 된다. 이를 여실지견(如實知見)이라고 한다. 곧 선정(禪定)의 고요함 속에 지혜가 샘솟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 여실지견을 얻은 사람은 비로소 어리석음에 의한 생사의 고통에 휩싸이지 않게 되며, 다람쥐 쳇바퀴를 멈추려는 마음의 주인공이 된다. 맹목적인 반복의 순환(循環)으로부터 벗어나서 해탈의 길을 따라 열반의 경지에 향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욕망이나 쾌락이 일시적인 감각적 환락에 불과함을 깨달은 사람은 칼끝에 맺혀 있는 꿀방울과 같은 세속의 헛된 욕망에 더 이상 사로잡히지 않게 된다. 매 순간 참다운 진리의 세계를 향하려는 각오가 자신의 마음가짐에서 시작됨을 알 수 있다.

얼마 전 교정을 거닐다가 이름 모르는 풀꽃 한 송이를 꺾어서 나의 작은 불단에 올려놓은 일이 있었다. 그리고 시간은 흘러갔고 꽃은 시들어서 치워버렸다. 그리고 또 며칠이 지나고 나서 나의 작은 불단 앞에 솜뭉치 같기도 하고 먼지 덩어리 같기도 한 물체가 불단 가득히 펴져 있음을 발견하였다. 먼지인줄로 알고 쓸어버리려 하다가 자세히 살펴보니 며칠 전 꽂아놓았던 풀꽃의 씨방이 떨어져서 시간의 흐름과 함께 모습이 변한 것이었다.

풀꽃이 남긴 솜뭉치 같은 모습은 너무나 엄청난 것을 시작하고 있음을 보게 되었다. 풀꽃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다른 모습으로 그 자리에 남아 있었던 것이다. 깨알 같은 씨앗이 어디론가 바람을 타고 날라 가서 새로운 땅에 새싹을 싹틔우기 위하여 솜털 같은 날개를 준비하고 있었다. 사방의 창문조차도 풀벌레의 침입을 막기 위하여 철망으로 쳐져 있는 나의 연구실에서 허공을 향하여 날아갈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때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작은 풀꽃의 생을 향한 강열한 모습을 발견하고서 생명의 실상을 나는 보았다. 모든 것은 因果의 관계를 맺고서 앞으로 나아갈 새로운 모습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 움직임이 윤회가 되었든 해탈이 되었든 간에 생명은 끝없이 각오하고 또한 준비하고 있음을 볼 수 있었다.

지혜로운 인간만이 미래를 예견

지혜로운 인간만이 미래를 예견하고 자신의 의지로 궤도를 수정해 가면서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도 함께할 수가 있었다. 오래도록 작은 풀씨에게서 배운 끝없는 정진과 다음을 향한 준비가 타성에 젖어서 사는 인간의 삶을 부끄럽게 하였다. 풀꽃의 씨앗이 하늘을 나르려고 하는 노력에 대하여 나 자신의 깊은 반성의 시간을 보내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부처님께서는 항상 악(惡)의 속박이나, 무의미한 욕망의 순환 고리를 과감하게 끊어 버리라고 가르치신다. 사람들은 다람쥐를 쳇바퀴 속에 가두어 두고 탈출하기 위하여 끝없이 달리고 있는 다람쥐의 단순한 어리석음을 즐기고 있다. 다람쥐의 어리석음을 즐기는 인간은 악의 고리를 끊으려는 노력보다는, 더욱 질기게 이어가고 있는 자신의 어리석음은 뒤돌아보지 않는다.

그리고 잔인하리만치 자신의 환락과 탐욕만을 채우면서 다른 생명을 경시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한 모든 행위는 현상의 참모습을 보지 못하고 어리석음의 노예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매 순간 바른 견해와 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다면 더 이상 쳇바퀴 같은 윤회에 시달리지 않을 것이다. 이제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존재의 실상을 바로 봄으로써, 푸르른 창공을 향하여 날아가려고 준비하는 씨앗의 생명력을 본받기를 서원해 본다.
 
본각 스님(중앙승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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