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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우 스님의 계율 칼럼] 가무를 즐기지 말라 ②

기자명 법보신문

오락은 탐진 번뇌를 더욱 늘어나게 해
부처님, ‘진실로 할 바가 아니다’ 경계

노래와 춤을 즐겨 추던 사람들은 그런 분위기만 만들어지면 법의를 입은 채로 스스럼없이 청중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것 같다. 교육을 받고 계까지 받은 스님이 어느 날 아침 텔레비전에 출연하여 대중가요를 부르는 것을 보았다. 그 뒤에 그 스님은 스타가 되었다. 세속의 습을 버리는 일이 쉽지만은 않겠지만 그렇게도 어려운 일인가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대목이다.

절 집안 스님네가 부처님 앞에서 풍류를 즐기고 노래를 할 수 있는 것은 시주를 위한 인간 법사(法事)를 하는 데서는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노래나 풍류를 즐기는 것은 먼저 참 수행자가 되고 난 후의 일이 아닐까. 수행자로서 거듭난 후에 인간 법사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이제는 우리 불가에도 질 높은 교육을 위해 많은 교육 기관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이들 교육 기관에서는 철저하게 계율이 우선이어야 한다. 세납과 법랍이 쌓이면 계율이 우선이었는지 그렇지 아니었는지는 본인이 더 잘 알 것이며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일상에서 잘 드러나기 때문이다.

주굉 스님은“나고 죽는 일을 위하여 세속을 버리고 출가한 사람으로서 어찌 계를 지키지 아니하고, 참선 독송과 예배로 부지런히 복과 혜를 닦지 않고 시간을 헛되이 보내면서 노래와 풍류를 배우고, 바둑, 장기, 쌍륙, 윷놀이, 노름하는 일을 하며 도 닦는 마음을 어지럽히고 허물을 만드는가”라며 경책했다.

오락은 바른 생각을 요란하게 해서 탐진(貪瞋) 번뇌를 더욱 늘어나게 한다. 생사의 허물과 근심이 이것으로 말미암아 생겨난다. 부처님은 ‘진실로 할 바가 아니다’라며 경계의 가르침을 설하셨다.

진나라 도간(陶侃)이 형주(荊州) 땅의 자사(刺使)가 되었는데 관리들이 장기를 두면서 유희하는 것을 보고 말했다.
“바둑은 요나라 임금과 순나라 임금이 어리석은 아들이 방탕하게 세월을 보내는 것을 보고 꾸짖어 가르쳤고, 장기는 술로 나라를 망친 은나라 주 임금이 만든 것이거늘, 제군들은 아울러 나라의 동량인데 어찌 이런 일을 하는고?”

또 고승전에 이르되 당나라 현장 법사는 나이 11세에 출가하였는데, 모든 사미들이 히히덕거리며 이야기하고 떠들며 노는 것을 보고 말했다.
“대저 출가자는 무위법(無爲法)을 닦아야 하거늘 어찌 다시 나쁜 오락을 하리요, 한갓 세월만 보냄이로다.”
또한 원조(遠祖)는 이와 같이 일렀으니 ‘진실로 뜻을 어지럽히면 모두 옳지 못한 법이 된다’는 가르침이다.
대가섭(大迦葉) 등 선대의 스승들 역시 천왕의 거문고 소리를 듣고 일어나 춤을 추며 스스로 가만히 있지 못했거늘 하물며 범부의 무리들이 가히 스스로 경계하지 않아서야 되겠는가.

또한 앞에서 말한 양나라 무제가 바둑을 두다가 과실로 합두대사를 죽이고 매우 슬퍼서 기절하는 것과 같으니 잡다한 놀이를 어찌 다시 하겠는가, 이러한 말들이 심하다는 생각보다는 긍정적인 부처님 말씀임을 인정해야 한다.

어느 때인가 먹물 옷을 입은 비구, 비구니 스님이 의자에 나란히 앉아 무슨 이야기인지 심취해 있었다. 본인들로서는 그 모습이 다른 이의 눈에 달리 보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릴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법랍이 높은 선배의 눈에는 그것이 바른지 그렇지 못한지를 알 수 있다. 불러 꾸짖기 보다는 바른 모습으로 이끌어주는 선배가 많기를 바라며 이글을 쓴다.
 
철우 스님 파계사 영산율원 율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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