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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수 불성 일깨우는 여성 교정위원들

기자명 법보신문

“가장 어두운 곳을 보듬는 것이 불자의 도리”

재소자 변하는 모습에 감동…장기 봉사활동 비결
교도소 봉사 편견-오해가 불자 인력 부족의 원인

 
(왼쪽 위) 안효진, 이인자, 최숙희_(왼쪽 아래) 황수경, 윤순옥, 김필연

불교여성개발원 교화팀으로 출발해 법무부 불교분과 교정위원으로 활동한지 올해로 꼭 10년째 접어든 황수경(동국대 선학과 강사) 씨는 서울에서 왕복 10시간 거리의 청송 제2교도소를 7년째 찾고 있다. 이 교도소는 전국 각지의 교도소에서 수감 태도가 불량한 재소자들만이 오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지옥 모든 중생이 다 성불할 때까지 성불하지 않겠노라”는 지장보살의 서원이 가슴을 파고든 이후부터, 그는 교도관들도 근무하길 꺼린다는 이 곳에서 재소자들을 보듬는 대모가 됐다.

15년 전 김천교도소에서 정신교육 강사로 초빙된 인연으로 교화 활동을 시작한 조은만남결혼상담소 김필연 소장은 청소년 집단 상담 전문 교정위원으로 활동해 오다 2000년부터 두 명의 장기수와 인연을 맺어오고 있다. 결연을 맺은 재소자 두 명이 대전교도소로 옮긴 이후에는 기존에 활동하던 서울구치소에서 대전교도소로 등록기관을 옮겨 매달 한번 대전교소도를 찾는다.

불교여성개발원 교화팀에는 이들 외에도 최숙희, 윤순옥, 이인자 씨 등이 법무부 불교분과 사형수 담당 교정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평균 10년 째 전국의 교도소를 방문, 사형수들을 상담하며 철장 속에 감춰진 그들의 불성을 일깨우고 있다.

여자의 몸으로 삭막한 교도소에 홀로 들어가 재소자를 대하는 일은 그리 녹록치가 않다. 한두평 남짓한 상담 공간에서 살기로 빨갛게 빛나는 눈동자를 대하며 섬뜩한 기분이 들 때도 있고, 본인도 모르게 두려움을 느끼기도 한다.

그러나 이들은 “서로에 대한 신뢰를 기반으로 마음을 열고 불법에 의지하며 점차 맑아지는 재소자들의 표정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람이자 감동으로 다가온다”며 “재소자들이 깊은 참회와 후회로 정진하는 모습을 보면 모든 이들의 마음속에 불성이 자리하고 있다는 부처님 말씀을 깊이 실감한다”고 말한다.

악업의 원인이 되는 무명을 걷어내며 조금씩 변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감동, 바로 이 점이 교정위원들이 열일 제쳐두고 재소자와의 약속을 우선하는 이유다.
실제로 불교를 접점으로 맺어진 교정위원과 재소자의 신뢰는 놀라운 변화의 원동력이 된곤 한다. 도저히 교화될 것 같지 않던 폭력 사범이 출소 후 꽃집 배달부가 되어 고마움을 전해올 때, 참회의 마음을 토로하는 눈물 젖은 편지를 받을 때, 피해자의 극락왕생을 발원하며 한자 한자 사경하는 모습들을 볼 때 교화팀의 발걸음은 다시금 교도소를 향한다.
 
그러나 정작 교정위원들이 10여년 간 교도소를 드나들며 마주치는 것은 “왜 하필 범죄자냐? 악업 지은 사람들을 보살필 바에는 어려운 이웃을 돕겠다”는 곱지 않은 시선이다.
“이러한 인식이 교도소에 불자 봉사자가 극히 드문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한 황수경 강사는 “불자라면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라 중생구제의 원력으로 보살행을 실천해야 한다”며 “무명으로 악업을 짓고 비난받는 교도소 속 재소자들이 바로 어두운 음지에서 업장에 눌려 고통받는 중생들”이라고 말했다.
“스님과 불자들이 편견과 분별심을 버리고 이들에게 다가와 내면에 잠재된 불성이 빛을 발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것이 교정위원들의 한결같은 생각이다.
 
이 같은 생각은 교도소 교화 봉사 1세대 안효진 보살(90)이 지난 40년간 품어온 생각이기도 하다. 교도소의 거대한 철문이 굳게 닫혀 있었던 1960년대부터 재소자들의 엄마로 살아온 그는, 비록 지금은 건강상의 이유로 활동을 멈춘 상태지만 재소자들에게 줄 옷가지를 보따리에 싸들고 전국으로 다녔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예나 지금이나 교도소에는 기독교 봉사자들만 넘쳐나지 불자 봉사자는 찾기가 쉽지 않아요. 날 만나고 싶다고 신청해 놓고 100일 동안 기도한 재소자가 있을 정도니 전국으로 다닐 수 밖에요.”

실제로 교도소 교화 현장에서 불자 사형수·장기수들을 보듬을 인력이 극히 부족한 까닭에 재소자들의 개종도 허다하다.
천주교의 경우 지역교구 별로 소임자를 정해, 교도소 교정위원으로 활동하는 동안에는 교화에만 힘쓸 수 있도록 예산을 비롯한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개신교 역시 마찬가지다. 천주교처럼 중앙에서 묶어주는 체계화 된 형태는 아니지만 각 종파마다, 개별 교회마다 재소자 교화를 통한 간증이 활성화 돼 있어 오히려 교도소 차원에서, 넘쳐나는 신청자를 제한하고 있을 정도다.

스님이나 불자 봉사자들에게 아무런 지원 없이, 개인 원력에 맡기는 불교계와는 정 반대의 모습이다. 불교자원봉사단을 꾸려 운영하는 조계종복지재단의 산하 봉사팀은 50여 곳이 넘지만 이 중 교도소 봉사팀은 전무하다. 조직화는 커녕 개별 교정위원들간의 정보교류조차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다. 교정 봉사를 지원하는 단체나 최소한의 교육 프로그램조차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 근간에는 교도소 봉사에 대한 편견이 있다는 것이 불교여성개발원의 교화팀 회원들의 설명이다.   

김필연 소장은 “누구나 불성이 있다는 불교의 정법에 근거해 그들 속의 불성을 믿고 스스로 참회하고 업을 녹여가도록 하는 것이 올바른 재소자 포교”라며 “스님과 불자들이 이들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버리고 철장 속 불성을 일깨우는 교화봉사에 관심을 가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송지희 기자 jh35@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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