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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선희 보살의 수행일기] 15.수행일기의 유익함

기자명 법보신문

스스로의 약속을 점검하는 가장 좋은 방법
자신의 변화를 들여다보는 방편이 되기도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기록해 간다는 것은 확실히 많은 발전을 가져다주는 것 같다. 예전에 능엄주를 하루에 108독 이상씩 100일을 하기로 정해놓고 매일 기록을 해 보았다. 막연히 100일을 세면서 기도를 하는 것보다 기록을 하게 됨으로써 놀라운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가 날짜만 정해놓고 공부를 하면 그날그날의 임무만 마칠 수 있다. 하지만 기록을 하게 되면 여러 가지를 관찰할 수 있다. 먼저 시간 관리를 할 수 있게 된다. 뒹굴고 텔레비전을 보거나 잡담을 하는 등 불필요하게 보낸 시간들을 모두 명상으로 전환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하루에 체험한 것들을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다. 그 경험은 무엇을 먹고 먹지 말아야 하는지, 소식을 할 때와 과식을 할 때의 장단점, 어떤 언행을 하면 유익하고 또는 해로움이 큰지, 시간을 어떻게 잘 활용할 수 있는지 등 매순간을 체크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때문에 심신에 변화가 매우 빠르고 따라서 매사가 바르게 제자리를 찾게 됨을 알 수 있다.

불교인재개발원에서 주최한 1차 명상수업을 마친 많은 분들이 집중수행에 들어갔다. 인터넷 카페에 자신의 수행일기를 매일 올리도록 하고 서로 탁마하며 100일의 정진을 하기로 약속한 것이다. 결과는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다. 이번에 참여한 분들은 대부분 1인 3역을 하신 분들이다. 주부이면서 직장을 다니고 어른들을 모시고 사는 분들이 대부분이다. 물론 다른 주제로 공부하는 분들과 스님, 거사님들도 계신다.

처음 자진해서 능엄주를 하루에 108독 하겠다고 하여 내심 걱정이 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두 달간의 수업진행 동안 결석을 한 사람이 없고 수업에 충실한 분들이었기에 믿음 하나로 시작했다. 함께 힘이 되기 위해 나도 오랜만에 이 대열에 합류해 능엄주를 이어갔다. 처음에 도반들에게 힘을 실어준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공부는 그동안 공부해 온 과정을 점검하는 계기가 되었다.

과거에 혼자서 주력수행을 할 때는 너무 힘들어 몸부림치며 했었다. 자신과의 고독한 싸움을 하면서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로 이겨냈던 것이다. 때문에 몸이 아프기도 하고, 경계에 부딪혔을 때 어려움에 화를 내는 등 고비가 몇 번씩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기쁨과 행복 그 자체였다. 나를 위한 공부보다는 중생들을 향해 회향하는 공부는 그 폭과 깊이가 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것도 모두 자신에게 부메랑이 되어 기대 이상으로 되돌아온 것 같다.

아침에 설렘으로 카페문을 열며 하루 동안 열심히 공부한 도반들의 수행일기들을 읽는다. 때론 웃고, 울기도 하며 입이 ‘떡’ 벌어지는 내용들도 있다. 각자의 삶에 충실하면서 하루하루 임무를 완성해 가는 모습은 존경과 감사뿐이다. 능엄주를 108독 이상 하고 천수다라니를 많이 한다고 해서가 아니라 매일매일 긍정적으로 변해가는 모습, 하루하루 건강해지고 밝아지며 깨어있는 모습이 그러하고, 그 행복을 가족으로 퍼뜨리며 온 가족이 함께 변해가는 모습은 그 어떤 아름다움과도 비교할 수 없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변한 모습에 자연스럽게 가족들이 하나 둘 명상에 참여하면서 집안은 불도장으로 변해간다.

아무리 많은 이론을 안다고 해도 수행을 해 체현을 해야만 진정한 신심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이분들에게는 따로 신심을 강조할 필요도 없다. 오래전 부처님께서 체득하고 말씀하신 것을 스스로 하나씩 증명해 감으로써 저절로 알아지기 때문이다. 시작한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100일이 되었다. 낙오자는 한 사람도 없었다. 도반들은 모두 나의 스승이었다.

강선희 보살 phadm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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