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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불만다라] 90.고따미 비구니의 출가

기자명 법보신문

자신 잘 다스린 수행자 , 부처님조차 존경

 
그림=이호신 화백, 수화자문=조계사 원심회 김장경 회장

『법구경』 391번 게송은 부처님의 양어머니이신 마하빠자빠띠고따미비구니와 관련하여 설하신 게송이다. 친언니 마야부인의 죽음을 맞이하여 석존과 자신의 친아들 난다와의 사이에 아무런 사심 없이 부처님을 길러내신 거룩한 어머니이시다.

그리고 더욱 거룩한 일은 숫도다나왕의 사후, 홀로 남은 자신과 5백 명의 석가족 여인을 이끌고 불교사에 비구니교단을 창설한 일이다. 여인도 더 이상 남성의 종속적인 존재로서 만족하지 않고, 존엄한 인격체로서 남성과 동등하게 출가수행자의 삶을 걸을 수 있도록 길을 열어 놓은 여장부이다. 비구니의 교단을 창설한 공로뿐만 아니라, 고대 인도사회에서 여성이 폭군 남편과 절굿공이로 상징되는 가사 노동의 굴레를 벗어나서 자주적인 진리 탐구의 길로 나아가도록 길을 개척한 공이 바로 마하빠자빠띠고따미비구니에게 있다.

고따미비구니가 처음 출가할 때는 부처님으로부터 쉽게 출가의 허락을 받지 못했다. 고따미비구니는 왕족으로서 일생을 호화롭게 살았고 더욱이 여성의 몸으로 출가수행이라는 고행의 길을 가려고 하는 것을 부처님은 쉽게 허락할 수 없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고대 인도의 여성에 대한 관습적인 차별도 여성의 출가를 더욱 어렵게 하였다.

고따미비구니는 부처님의 출가 허락을 받아내지 못하자 5백 명의 여인과 함께 스스로 머리를 깎고 화려한 왕비의 옷을 벗어버렸다. 그리고 누더기 가사를 입고 먼 길을 걸어서 고행을 몸소 실천함으로써 출가의 허락을 받아낸 용기 있는 비구니이다. 고따미비구니의 출가의지를 꺾지 못하신 부처님께서는 당시 여성 출가자에게 특별히 비구승가에 대하여 여덟 가지 공경하는 계법(八敬戒法)을 지키게 함으로써 출가를 허락하셨던 것이다.

출가 통해 ‘남녀 평등’ 선언

이러한 고따미비구니의 출가 경위에 대하여 뒤에 출가한 몇몇 비구니 가운데 고따미비구니의 출가는 법답지 못하다고 비난하는 무리가 있었다고 한다. 정식으로 출가의 갈마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고따미비구니의 출가 자격에 대한 의문이 일어났고 비구니 승가의 중요한 행사에 고따미비구니를 제외시키는 일까지 있게 되었다.

이러한 이야기를 전해 들으신 부처님께서는 고따미비구니의 거룩함을 너무나 잘 알고 계시기 때문에 고따미비구니에 대한 지극한 칭찬으로 위의 게송을 설하셨다고 한다. 부처님은 자신이 고따미비구니의 아들임과 동시에 특별히 공경하는 계법을 주어 출가를 허락하신 스승이 된다고 선언하셨다. 그리고 고따미비구니의 훌륭한 면모를 위의 게송에 담아서 찬탄하신 것이다.

고따미비구니는 출가를 단행한 이후에 부처님을 기르신 어머니로서의 어떠한 권위도 내세우지 않고 언제나 스스로 몸을 낮추고 공경 예배하는 모범을 보이신 분으로 기록되어 있다. 고행을 몸소 실천함으로서 왕비로서의 호사스러움도 버렸고, 출가를 통하여 여성도 진리를 추구하는 길에 남성과 동등한 인격자임을 인정받은 최초의 여성인 것이다.

그 후 수많은 여성 출가자는 고따미비구니의 후예로서 당당하게 출가구도의 길을 걸어왔다. 고따미비구니는 단순히 이름만의 출가수행자이거나 거드름을 피우는 부처님의 양모(養母)가 아니었다. 뼈를 깎는 수행과 자신을 자제하는 절제된 생활로서 부처님 승가에 모범을 보였다. 부처님께서 위의 게송을 통하여 말씀하셨듯이 그는 항상 자신의 몸과 말과 생각을 잘 다스리는 거룩한 수행자였다.

고따미비구니의 출가 경위에 대해서 누가 무엇이라고 비난을 하더라도 부처님께서는 그가 자신의 몸과 말과 생각을 잘 다스려 나쁜 짓을 결코 저지르지 않는 절제된 수행자임을 크게 칭찬하신 것이다. 비구니들의 출가와 수행 및 깨달음의 감회를 기록한 『테리가타』157-162 게송은 고따미비구니의 부처님께 대한 감동의 글이 실려 있다.

‘부처 양모’ 출가 수행서도 모범

“나고 죽는 모든 것들의 최상자(最上者)이시여, 영걸이시여, 모든 사람들을 괴로움으로부터 구원해 주신 당신께 예배드리나이다. 저는 모든 괴로움을 널리 살펴 끊고 그 괴로움의 원인인 망집(妄執)을 떨쳐내고 팔정도를 실천하여 망집의 끊어짐을 체득했습니다. 전생에 저는 모자와 부형과 조모로 태어났습니다. 저는 사물의 실상(實相)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고 깨달음의 경지를 등진 채 윤회했습니다.

그때 저는 저 거룩하신 스승님을 뵙게 되었습니다. 금생이야말로 저의 최후신(最後身)으로서, 저는 거듭 태어나는 윤회를 완전히 멸했습니다. 이제 다시 헛된 삶을 계속하는 일은 없습니다.” 그리고 그는 또 계속하여 말하기를, “노력하고 전념하며 굳은 정진으로 화합을 이룬 붓다의 제자들을 보라. 이야말로 일체제불(一切諸佛)을 한자리에서 친견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랴. 실로 많은 사람들을 위해 마야 부인은 고따마를 낳았다. 마야부인은 질병과 죽음의 고통에 얽매인 사람들을 위해 많은 괴로움을 덜어 주었다.”

고따미비구니와 부처님은 어머니와 스승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서로를 존경하였다. 그리고 최초의 비구니 고따미는 용기와 절제를 통하여 참다운 여성수행자의 모범을 보임으로써 부처님의 거룩한 칭찬을 받았던 것이다.
   
본각 스님(중앙승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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