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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령의 여운 깊은 책읽기] 당신 아버지의 아버지인 아들들에게

기자명 법보신문

『남자, 그 잃어버린 진실』/스티브 비덜프 지음/박미낭 옮김/젠북

어렸을 때 우리 아버지는 매사에 호되게 야단치고 잔소리를 쏟아놓으셨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아버지를 떠올리면 항상 나를 맘 졸이게 하고 긴장시켰던 그 긴박감이 먼저 엄습합니다. 하지만 지금도 기억에 또렷하게 남는 일이 있습니다. 내가 상급학교에 진학하면서 학력을 차츰차츰 쌓아 올려가자 어느 날 아버지가 이렇게 말씀하셨던 것이지요.

“이제 나는 네게 아무 말 안 하련다. 넌 나보다 더 배웠으니까.”
그 말씀은 백 마디 잔소리, 천 마디 꾸지람보다 더 무서운 경책이었습니다.
그나마 아버지가 이런 표현을 하시는 경우는 딸들을 대할 때뿐입니다. 정작 하나밖에 없는 아들에게는 그러지 않으셨습니다. 아버지는 유독 아들에게 차갑게 구셨고 끊임없이 뭔가를 요구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셨습니다. 내가 보기에 남동생도 하느라고 열심히 했고, 아버지가 병석에 계실 때는 필요한 것은 몸을 아끼지 않고 해드렸건만 여전히 아버지의 표정은 굳어 있었고 대학생이었던 동생은 늘 노심초사했습니다.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세상의 모든 아버지들은 딸이 아닌 아들에게 원하는 무엇인가가 따로 있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대부분의 아들들은 그걸 충족시켜드리지 못해 전전긍긍하게 마련이고요. 그게 뭔지 참 궁금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조금 알 것도 같았습니다. 저자는 세상의 모든 남자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아무리 겉으로는 비판적이고 무심한 척해도 아버지라면 누구나 마음속 깊은 곳에서 자기 아들이 자기를 사랑하는지 그리고 존경하는지 알고 싶어 하면서 살아간다. 이 말이 이해가 되는가? 아버지는 기다리면서 평생을 보낼 것이다. 그러므로 단지 아들이라는 이유만으로 당신은 손 안에 대단한 권력을 쥔 셈이 된다.”

저자는 또 “많은 남자들이 자신들이 무기력한 인간이었다는 것을 확신하면서 죽는다”라는 다른 이의 말을 인용하면서 “그들이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자신들이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받기를 원했던 존경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사랑하는 사람들이 바로 영원한 남성적 삶의 연결고리인 자기 아들들인 경우가 적지 않다. 그 고통이 얼마나 클 것인가를 말로 다할 수 없을 것이다. 당신의 아버지가 언제고 이 문제를 직접 해결하려고 당신을 불러내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우리 세대가 던져준 통찰력의 혜택을 입은 사람은 바로 당신이다. 아버지의 어깨에 무동을 타고서 어른이 된 사람도 바로 당신이다. 따라서 그 고통을 치유하는 첫걸음을 떼는 것은 당연히 당신(아들)의 몫이 되어야 한다.”(76-77쪽)라고 말합니다.

더 나아가 저자는 남성들에게 “당신은 당신 아버지의 아버지이다!”라고까지 말하고 있는데, 세상의 모든 아들들이여, 여기에 동의하십니까?! 

이미령 동국역경원 역경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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