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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불만다라] 91. 끼사고따미 비구니

기자명 법보신문

두타행으로 ‘기구한 운명’ 떨치고 성자 반열에

다 해진 누더기를 걸치고
여위어 앙상하게 힘줄이 드러나 있고
홀로 숲 속에서 명상에 깊이 잠겨 있는 이
그를 나는 수행자라 부른다.                
                                                     - 『법구경』


 
그림=이호신 화백, 수화자문=조계사 원심회 김장경 회장

위의 게송은 끼사고따미비구니에 대한 게송이다. 『테리가타』 213~223번 게송은 끼사고따미비구니의 이야기이다.

끼사고따미는 비구니가 되기 전, 가난하고 기구한 운명의 주인공이 된 자신의 과거를 이야기 하고 있다. 그녀는 만삭이 된 몸으로 해산하기 위하여 길을 가던 중, 길 위에 남편이 죽어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너무나 놀래서 갑자기 해산을 하다가 아이도 함께 죽어 버렸다. 부모와 형제들도 갑작스런 사고로 일가족을 모두 잃고 화장터에서 함께 장사를 지냈다고 한다. 일순간에 가족을 잃은 가련한 여인이 되어 세상에 조롱을 당하며 모진 괴로움을 가슴에 품고 길을 헤매며 방황했다.

그러다가 우연히 거룩한 여래를 만나서 여덟 항목의 존엄한 실천법(八正道)을 수행하면서 불사(不死)의 도(道)를 체득했다는 이야기이다. 그리하여 이제 끼사고따미비구니는 번뇌의 화살을 꺾고 무거운 짐을 내려놓았으며, 수행자로서의 할 일을 다 이루어 마쳤다고 술회하고 있다.

또한 『아라한구덕경』「비구니품」에 의하면, 부처님이 급고독원 정사에 계실 때 모든 대중들에게 불법 중에 청정히 수행하여 이미 그 덕을 모두 갖춘 대성문(大聲聞)에 대해 범행제일(梵行第一)의 교진여 등 99명의 비구스님을 거명하고 있다. 그리고 이어서 비구니의 덕행에 대해서도 다음과 같이 칭찬하신 글이 있다.

가족 잃은 슬픔 딛고 출가 수행

“내 성문 중에 첫째 비구니로서 오랫동안 집을 나와 도를 배워 국왕의 존경을 받는 이는 바로 마하빠자빠띠고따미비구니요, 지혜롭고 총명한 이는 바로 케마(Khemā, 識摩)비구니요, 신족(神足)이 으뜸이어서 모든 신(神)들을 감동시키는 이는 바로 우팔라꽃빛(優鉢華色)비구니요, 두타법의 열한 가지 어려운 일을 행하는 이는 끼사고따미(Kisā-Gotamī, 機梨舍瞿曇彌)비구니요, 하늘 눈이 으뜸이어서 걸림 없이 비추는 이는 바로 사쿨라(奢拘梨)비구니요, 앉아서 선정에 들어 마음이 흩어지지 않는 이는 바로 사마(奢摩)비구니요, 이치를 분별해 널리 도를 펴는 이는 바로 파두란사나비구니요, 계율을 받들어 가져서 범하지 않는 이는 바로 파따차라(Patācārā)비구니요, 믿음의 해탈을 얻어 다시는 물러나지 않는 이는 바로 깟차나(Kaccāna)비구니요, 네 가지 변재를 얻어 두려워하지 않는 이는 바로 최승(最勝)비구니요, 자기 전생의 수없는 겁의 일을 아는 이는 바로 밧타카필라안(拔陀迦毘離)비구니요, 얼굴이 단정하여 남의 존경과 사랑을 받는 이는 바로 혜마사(醯摩사) 비구니요, 외도를 항복 받아 바른 교를 세우는 이는 바로 우다라(優多羅)비구니요, 모든 감각이 고요하고 그 마음이 한결 같은 이는 바로 광명(光明)비구니요, 옷을 바르게 입어 언제나 법다운 이는 바로 선두(禪頭)비구니요, 여러 가지를 의논하되 의심이나 걸림이 없는 이는 바로 단다(檀多)비구니요, 게송을 잘 지어 여래의 덕을 찬탄하는 이는 바로 천여(天與)비구니요, 많이 듣고 널리 알며 은혜와 지혜로 아랫사람을 대하는 이는 바로 구비(瞿卑)비구니다.”

위의 인용이 『아라한구덕경』『증일아함경』등의「비구니품」또는 「제자품」에서 제일 비구니들의 장점을 들어 부처님이 칭찬하신 내용이다. 제일 비구의 숫자에 비하면 제일 비구니는 적은 수이지만, 부처님은 비구니의 수행이나 덕성, 그리고 자질을 비구스님과 동등하게 높이 칭찬하고 계신다.

비구-비구니 동등하게 칭찬한 붓다

이 20명의 비구니들은 각각 자신의 능력 있는 분야에서 정진하고 불법을 펴 나가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그러한 비구니들의 소소한 덕행까지 부처님께서 높이 평가하였다는 점이 초기불교 교단에 있어서의 비구니들의 위상을 살필 수 있다.

부처님께서는 선두비구니가 ‘항상 옷을 잘 바르게 정돈해 입어서 그의 법다운 모습’까지도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다. 이러한 부처님의 자상한 칭찬이 있었기에 비구니들은 더욱 덕행을 쌓아 가는 데에 노력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제일비구니에 이어서는 우바색(Upāsaka 淸信士)과 우바이(Upāsikā 淸信女)에 대해서도 지혜제일의 난타파라우바이 항상 좌선을 즐겨하는 구수다라우바이등도 제일우바이로서 그 선행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따라서 부처님은 공평하게 비구 비구니 우바색 우바이를 칭찬하고 계시는 것이다.

위의 경문에서 ‘두타법의 열한 가지 어려운 일을 행하는 이는 끼사고따미비구니’라는 말씀은, 곧 ‘다 해진 누더기를 걸치고 여위어 앙상하게 힘줄이 드러나 있고 홀로 숲 속에서 명상에 깊이 잠겨 있는 이 그를 나는 수행자라 부른다.’라는 내용과 이어지는 것으로, 끼사고따미비구니의 두타법을 수행하는 모습을 칭찬하신 말씀이다.

모든 소유로부터 벗어나서 청정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끼사고따미비구니는 그 옛날 기구한 운명의 주인공이 이미 아니다. 모든 괴로움을 떨쳐버리고 성자의 반열에 올라 있었던 것이다.

본각 스님(중앙승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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