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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일’과 ‘수호천사’

어느 일요일 오전에 TV뉴스를 보다가 깜짝 놀란다. 아나운서가 뉴스를 마치면서 “편안한 주일 되시기 바랍니다”라고 했기 때문이다.

‘주일’ 이라니 그게 무슨 뜻인가. 가만히 생각하니 그건 기독교에서 사용하는 일요일을 지칭해서 말한 것이었다. 일요일을 기독교인들은 주일(主日)이라고 한다. 일주일 가운데 6일은 열심히 일하고 나머지 하루 일요일은 주님이 정한 쉬는 날이라는 뜻이 은연중에 담겨져 있다. 유대교에서는 금요일 해질녘에서 다음날 해질녘까지를 안식일이라고 했다. 모두 천지창조 시대에 하느님이 6일을 일하고 하루를 쉬었다는 설명에 따라 그 신자들도 6일 동안 생업을 위해 일한 뒤에는 반드시 하루를 쉬어야한다는 믿음이 생긴 것이다. 그렇게 일주일 중 하루는 꼭 쉬어야한다는 믿음은 바울 이래의 신앙이라고 하는데 우리 나라 기독교인들 가운데도 그런 믿음이 강한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래서 근래엔 일요일에 공무원 시험도 보아서는 안 된다고 하고 고교나 대학입학검정시험도 평일에 치러야한다고 기독교계가 들고일어나는 바람에 실제 나라가 공휴일을 이용하지 못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때문에 일요일날 뉴스를 하면서 그 아나운서는 자신도 모르게 “편안한 주일 되시기 바랍니다”라는 인사를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조금 냉정하게 생각하면 기독교인이 분명한 그 아나운서는 의도적으로 기도교적인 인사를 한 것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럴 경우 문제는 심각해진다. 우리 나라가 기독교나라도 아니고 기독교 전통에 익은 나라도 아닌데 기독교계통의 방송도 아닌 공영방송에서 과연 공공연히 그런 인사를 해도 되는가 하는 것이 우선 문제가 되겠다. 그런 것이 허용된다면 앞으로 다른 기독교인 아나운서나 앵커나 사회자가 번번이 공공의 전파를 이용해 기독교식 인사를 되풀이해도 된다는 이야기가 된다. 가령 불교도가 공영방송을 통해 ‘부처님의 가피를 받아 성불하십시요’하고 때마다 인사해도 괜찮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렇지만 공공의 매체는 개인의 종교를 일반화할 수 없다는 것이 우리의 상식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주일 운운’의 인사를 한 그 아나운서는 응분의 경고를 받았어야하는데 우리 사회에선 그런 이야기가 들리지 않는다. 신경을 곤두세울만한 불교종단이나 불교매체도 아직 없다는 게 이상하다. 대범해서 그런지 바보라서 그런지 영 관심 밖이다.

그러고 보니 방송에선 ‘수호천사’라는 말이 거의 일상어가 되었다. 전에는 전혀 들을 수 없었던 말인데 요즘 유난히 그 말이 방송에 자주 쓰인다. 일반적으로 ‘수호신’이란 말은 종교에 관계없이 사용하곤 했지만 요즘처럼 ’수호천사‘라고 하면 단연코 기독교적인 냄새가 짙어진다.

기독교인이 방송출연을 많이 하게되었다는 뜻도 되고 그 말이 일반명사화 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적어도 불자들만이라도 그런 말은 삼가는게 좋을 듯 싶다. 왜냐하면 불자들은 ‘관세음보살’이니 ‘수호 신장’ 같은 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과거에는 꼭 불자가 아니라도 ‘관세음보살’이란 말을 일상적으로 썼다. 그런데 요즘은 ‘수호천사’ 일색이 되었으니 참 난감한 세상이 되었다. 그만큼 기독교가 알게 모르게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는 뜻이겠다.

그러고 보니 방송에서 무슨 큰상을 받는 연예인은 틀림없이 “이 영광을 하나님께 돌립니다”고 하는 것을 자주 본다. 그래도 그것은 너무 기뿐 나머지 자신의 신심을 표현하는 말이라고 믿어지기 때문에 크게 귀에 거슬리지는 않는다. 하지만 우리 불자들은 ‘부처님 가피의 덕으로’라고 하는 일이 없으니 좋은 비교거리다. 말이 기독교화하면 생각도 그렇게 된다는 것이 걱정될 뿐이다.



공종원(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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