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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우 스님의 계율 칼럼] 재물을 갖지 말라 ②

기자명 법보신문

어쩔 수 없이 재물 갖더라도
부끄럽게 여기는 게 수행자

또 이런 인연이 있었다. 옛날에 부처님이 기사굴산을 내려오시는데, 그 때 아난이 한 구덩이에 금이 묻힌 것을 보고 부처님께 “부처님이시여, 독사입니다”라고 말씀드리니, 부처님은 “독사 이니라”하며 지나갔다. 나무꾼이 뒤에서 그 소리를 듣고 와서 보니, 구덩이에 금과 은이 있었다.

나무꾼은 “이런 독사는 나에게만 독사이기를 원한다”고 하고, 가지고 돌아가서 집과 누각을 짓고 1년 안에 갖가지 집들을 번듯하게 지었다. 왕이 사냥을 나왔다가 그것을 보고 신하들에게 “지난해에 볼 적에는 이곳이 황량한 들판이었는데 어떻게 해서 이와 같이 변화하였는고?”라고 초부(樵夫)에게 물으니, 초부가 위의 일을 말하였다.

왕은 “넓은 하늘아래 왕의 땅이 아님이 없으니, 땅에 묻힌 것은 모두 관물이거늘 너는 어찌 훔쳤는고?”라고 말하며 관청에 불러들여 죄를 물었다. 그러자 나무꾼은 “부처님, 아난 때문”이라고 하였다. 관리가 이를 임금에게 고하니, 왕이 “너는 관물을 훔치고서 부처님을 생각하는 것은 무엇 때문이냐?”고 나무꾼에게 물으니, 나무꾼은 자세히 독사의 일을 말했다. 왕은 “부처님 곁에서 얻은 보물이니, 생명은 살려주되 재물은 관청으로 들이라”고 했다. 이는 금과 은은 해가 있음을 말하는 고사이다.

또 한나라 관유안(管幼安)의 휘(諱)는 영(寧)이다. 젊었을 때에는 화흠(華歆)과 더불어 벗이 되어 자리를 같이하며 글을 읽었다.

화흠과 함께 채소밭을 매다가 땅에 금이 있는 것을 보고 관영은 깨어진 기와 조각이나 돌과 금은 다를 바가 없다하며 돌아보지 않고 걸었고 화흠은 금을 주워 던지니, 이때 사람들은 이것으로 그 우열(優劣)을 알았다.

또 낙양자가 일찍이 길을 가다가 다른 사람이 잃어버린 금덩이 하나를 주워 가지고 와서 아내에게 주었다. 아내가 “내가 들으니, 뜻있는 선비는 도천지수(盜泉之水)를 마시지 아니하고, 청렴한 사람은 차래지식(嗟來之食)은 받지 아니 했다 하는데, 하물며 주운 금으로 이(利)를 구해서 그 행동을 더럽힙니까?”라고 했다. 그 말을 들은 낙양자는 크게 부끄러워하며 곧 금을 들에 내다버렸다. 속세 선비의 아내도 이러한데 하물며 출가하여 부처를 배우는 사람들이야 어떠해야겠는가.

진(晉)나라 도안법사(道安法師)가 불도징(佛圖澄)에게 배움을 받아서 “스승은 부처님보다 지남이 없다. 세속을 버리고 출가하니 마땅히 석자(釋子)라 부르라”고 말했다. 뒤에 『열반경』이 동토(東土)로 와서 부처님이 세상에 계실 때에 모두 석자라 불렀음을 알았다. 주굉 스님은 “칭빈(稱貧)은 겸손을 말하는 것이다. 우리의 도(道)는 옛 선현(先賢)에 부끄럽다. 저 칠성인(七聖人)의 법재(法財)는 다분히 가난하고 궁핍한 바가 있는 까닭이다. 도는 가난하고 궁핍한 것이니, 만약 돈과 재물을 축적하면 말과 행동이 서로 어긋나고 도가 멀어지는 것이다.

그런 까닭으로 재물을 쌓아 어디에 쓰려는가”라고 했다. 지금 우리는 걸식을 하지 않고 총림에 있고, 암자에도 살고, 멀리 다니기도 한다. 어쩔 수 없이 돈을 사용하게 되지만, 이것이 부처님 법에 어긋나는 줄 알고 부끄러운 생각을 가져야 한다. 또 다른 사람들의 가난과 형편을 생각하고 항상 보시를 행해야 한다.

말법시대에는 사람들의 신심이 부족하기가 부처님이 세상에 계실 때와는 비교하기 어려웠다. 염불을 하라면 목소리가 잠기고, 절을 하라면 허리가 약하다고 한다. 티끌만한 일이라도 마음이 내키지 않으면 할 수 없다. 하지만 남에게 마음을 쓰는 일 만큼은 인색하지 말아야 한다.  

철우 스님 파계사 영산율원 율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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