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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우 스님의 계율칼럼] 재물을 갖지 말라 ③

기자명 법보신문

편안하게 수행하는 시대가 됐어도
수행자에겐 검소한 모습이 어울려

우운무 화상(和尙)이 사예설(蛇穢說)에 이르되 “세상 사람들이 살모사나 이무기 꿈을 꾸면 재물이 있을 것이라고 기뻐하고, 대변 보는 꿈을 꾸면 이익을 얻을 것이라고 기뻐한다. 어찌 잠잘 때와 잠 깰 때의 좋아하고 싫어함이 같지 아니한가? 진실로 알라.

깨어났을 적에는 꺼리는 바가 있고 잠잘 적에 두려운 바가 있을진대, 어찌 재물을 보고 기뻐하고 이익 됨을 보고 기뻐하는 자가 있겠는가. 하물며 재물의 독이 살무사나 이무기 보다 심하고, 이익의 더러움이 똥에 지나리요. 재물을 탐하는 자는 살무사와 이무기를 기르는 것이요, 이익을 좋아하는 자는 반드시 몸이나 옷을 더럽히는 것이다. 내가 가난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로되, 이는 독해를 멀리 함이요. 내가 부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로되 이는 더럽고 싫어함을 제어(除御)함이다”고 했다.

사심선사(死心禪師)가 이르되 “도와 더불어 이(利)는 서로 도모하지 아니한다. 이를 구하는 자는 가히 도와 같이 하지 못하고 도를 구하는 자는 가히 이와 같이 하지 못한다. 생각하건대 두 가지를 능히 겸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나, 곧 세력이 가히 어울리지 아니함이다. 만약 이와 더불어 도를 겸행할진대 곧 사고, 팔고, 죽이고, 술파는 여염(閭閻)에서 부판(負販)하는 무리와 같다. 옛 사람이, 어찌 부귀를 버리며 공명(功名)을 잊고, 빈산 큰 연못 가운데서 마음을 죽이고, 지혜를 감추며, 그 몸이 마치도록 시냇물을 마시고 나무껍질을 먹었겠는가?”고 하셨다.

주굉 스님은 “돈을 벌려고 하지도 말고 모아 두지도 말고, 장사하지 말며, 귀중한 칠보로 옷과 기구를 장식하지 아니하면 가히 옳거니와 만일 그렇지 아니하면 죄가 더욱 무거울 것이니 슬프다. 어찌 경계하지 아니하랴”고 했다.

경에 이르기를, 부처님이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시기를 “내가 만약 계를 가지지 아니했던들 마땅히 삼악도(三惡道) 중에 떨어져서 오히려 하천한 사람도 못되거든 하물며 능히 중생을 교화하며 불국토를 청정하게 하여 일체종지(一切種智)를 갖추리요”라고 하셨다. 또 “이런 까닭으로 알라. 차라리 몸을 버려서 가루와 같이 부서질지언정, 가히 금계(禁戒)를 무너뜨려 범하고 삼도(三途)에 떨어져서 보리종자(菩提種子)를 잃지 말지니라”고 하셨다.

우리는 무던히도 부처님의 애를 태웠다. 비구들이 사소한 잘못만 봐도 거사들은 말을 했다. “비구들이 자칭 ‘바른 도를 닦는 부처님의 제자’라고 하면서 행동이 이렇거늘 무슨 바른 법이 있으리요.”

비구들이 금은 돈을 가지고 물건을 사고파니, 부처님께서 ‘돈을 갖지 말라’고 하시니, 손으로 받지 않고 입으로 받았고, 또 ‘그러지 말라’고 하시니, 다른 모습으로 돈을 주고받았다. 비구들이 거사들에게 소소한 일로 비난을 받고 나쁜 소문이 퍼지게 했다. 이렇게 부처님이 세상에 계실 때에도 올바르지 않은 사문은 많았던 것 같다. 이는 계율을 모르기 때문에 사문이 손가락에 반지를 끼거나 목에 목걸이를 걸고 자랑을 한다.

그리고 그 모습이 부끄러운 모습이라는 것조차 모른다.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고 덮어주어야 할 일은 덮어 주는 넓은 마음을 가져야 한다. 지금까지 사미 사미니 십계에 대해 글을 쓰면서, “넓지 않은 좁은 마음으로 시대에 맞지 않는 융통성 없는 말을 한다”고 핀잔을 듣기도 했다. 원칙을 정확하게 모르면서 건성으로 배우는 율학 공부는 수행자의 잘못을 유발시키기 쉽다. 지금 우리가 ‘편안하게만 수행하려는 시대’가 되었다고 해도 수행자의 호의호식은 생각해 봐야한다. 어떤 사람이든 경제적 여유가 있어 보이는 스님보다 검소한 모습이 몸에 베인 모습이 더 수행자답게 보인다. 

파계사 영산율원 율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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