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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심청심] 내가 작아지는 즐거움

기자명 법보신문

경인년 새해가 밝았다. 새해의 벽두에는 누구나 할 것 없이 신년의 발원을 세우곤 한다. 매년 신도님들의 새해 발원을 보면서 한 가지 공통된 점이 있음을 발견한다. 그것은 대부분의 발원이 아상(我相)을 강화시키고 확장하려는 방향이라는 점이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있어 아상을 확장시키는 것이야말로 삶의 목적이며, 원동력이 되곤 한다.

내 돈, 내 소유, 내 집, 내 명예, 내 권력, 내 사람 등등의 아상을 늘리고 확장시키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중요한 의미를 부여해 준다. 어쩌면 삶이란 끊임없는 ‘내 것’을 늘리는 작업의 연장이다. 누구나 자기가 처한 환경 속에서 자기를 드러내며 과시하고 싶고, 자기라는 상을 확장, 확대하고 싶다. 그래서 돈을 많이 벌거나, 유명세를 타거나, 명예나 지위가 높아지거나 하는 것 등을 통해 자신이 ‘더 높아진 것’ 같은 착각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아상의 확장이요 이기주의의 확대다.

그러나 아상이라는 것의 속성이 무한정 확장될 수 없는 것이며, 언젠가는 축소될 수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났기에 아무리 확장되던 아상도 때가 되면 축소될 수밖에 없다. 예를 들면 정년퇴직을 하게 되거나, 사업을 망했다거나,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다거나, 몸에 큰 병이 왔다거나, 솟구치던 인기가 시들어 갈 때, 그 때 우리는 엄청난 아상의 소멸과 함께 좌절과 실패, 절망을 경험한다.

불교에서는 아이러니하게도 세상에서 가장 큰 괴로움으로 여기는 아상의 축소, 소멸을 오히려 가장 큰 즐거움, 가장 큰 수행의 목적으로 여긴다. 세상에서는 아상의 축소를 괴로워하지만, 진리에서는 아상의 축소가 가장 즐겁다. 어쩌면 수행자에게는 아상의 확장이 곧 절망이요 반대로 아상이 꺾이고 좌절될 때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기회이자 영적 성장의 토대가 되기도 한다.

이러한 인생의 이치를 눈여겨 보라. 그동안 아상을 확장시키려고, 성공하려, 진급하려, 돈 벌려고 앞도 뒤도 안 돌아보고 정신없이 질주하던 삶에 제동을 걸고 멈춰 서서 돌이켜 보라. 내가 성공이라고 생각하던 바로 그 길이 바로 허망한 아상확대의 길은 아니었던가.
아상의 확대를 경계하고 아상의 축소를 즐거워하라. 가난한가? 영향력이 축소되었는가? 직장을 잃었는가? 명예가 실추되었는가? 실패했는가? 세상에서는 괴로운 일처럼 보이는 그것들이 진리의 차원에서 본다면 모든 수행자가 기뻐한 아상 축소의 즐거운 일이다.

더 나아가 어리석은 이는 아상이 축소될 때 괴로워하고, 아상이 확장될 때 즐거워하면서 양 극단에 좌지우지되는 휘둘리는 삶을 살지만, 지혜로운 이는 아상의 축소를 기쁘게 받아들이고, 아상의 확장에도 집착하지 않고 받아들임으로써 아상의 확장과 축소에 걸리지 않은 여여하고 평화로운 삶을 영위해 간다. 아상이 확대되면 거기에 걸리지 않으면서 그 확대된 것을 이웃과 나누며 살면 되고, 아상이 축소된다면 그것을 자연스러운 비움으로 받아들이고, 아상타파라는 금강경 실천의 기회로 받아들일 수 있다.

이렇게만 된다면 즐거운 일도 괴로운 일도 모두가 아상타파의 차원에서는 거부할 이유가 없는 법계가 내려준 최상의 조건이다. 결국 내 삶에 등장하는 모든 경계가 모조리 수행의 재료이며, 아상타파의 공부 아닌 것이 없다. 새해 아침, 아상의 확장을 위한 소망이 아닌 아상에서 놓여나는 장부의 대원을 세우자.


법상 스님
현역 군승으로 불심도문 스님을 은사로 출가하였으며, 현재 인터넷 목탁소리(www.moktaksori.org) 지도법사 및 고성 군법당 운학사 주지 소임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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