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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칼럼] 어느 판사의 사자후

기자명 법보신문

“피고들은 법희식(法喜食)과 선열식(禪悅食)이 아닌 황금식, 뇌물식을 추구함으로써 스스로 종교인의 권위를 훼손했고 불가에 세속의 심판을 자초했다.”

최근 대전지법의 한 판사가 말사 주지 품신과 관련해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된 비리 승려들에게 던진 말이 세간에 회자되고 있다. 이 판사는 이들 비리 승려들을 심판하면서 이례적으로 『법화경』과 『유마경』등 경전 구절을 인용, 마땅히 법을 구하는 기쁨과 선정으로 얻는 희열에 만족해야 할 출가자가 황금과 뇌물만을 좇는 모습에 대해 준엄하게 꾸짖었다.

세속의 율사라 불리는 판사의 이 같은 사자후는 비단 이들 비리 스님들에게만 국한되지는 않아 보인다. 출가수행자가 본분을 망각하고 부를 축적하는가하면 고급승용차에 고급스포츠를 즐기는 등 승단의 세속화를 부추기는 풍토가 곳곳에 만연돼 있기 때문이다.

실제 어떤 스님은 사유재산을 은닉해 개인용 호화주택(토굴)을 만드는가 하면 또 다른 어떤 스님은 국가보조금을 횡령해 실형을 받기도 했다. 심지어 종단의 한 중진 스님은 자신의 부정한 부동산 축적이 논란이 되자 기자회견을 자청해 “월급 수십억 원을 모아 땅을 샀다”고 스스럼없이 밝혀 세간으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기도 했다.

그럼에도 참회와 자숙은 고사하고 종단의 권력 중심부에서 활개를 치고 있는 일부 스님들의 수치심을 모르는 행보로 인해 승가의 위의가 더욱 실추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고 있다. 예로부터 맑은 가난과 자비는 승가의 오랜 미덕이었고 세속으로부터 인천의 스승으로 추앙받을 수 있었던 힘이기도 했다.

“비록 하루를 살지언정 계율을 어기지 않겠다”는 자장 율사의 서슬퍼런 지계 정신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출가자로서 양심만큼은 버리지 않겠다는 승단 내부의 청정성 회복에 대한 강도 높은 자정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해 보인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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