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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상과 아집을 버렸는가

지구에서 태양까지의 거리는 약 1억 5천만km 인데, 지구는 이 거리를 반지름으로 하는 원을 1년에 한 바퀴씩 공전한다. 그러려면 지구는 초속 30km 의 속력으로 태양 주위를 달려야 한다. 이는 서울에서 대전까지 5초면 충분히 날아갈 수 있는 엄청난 속력이며, 지구 위의 모든 것들은 예외 없이 이 속도로 우주 공간을 날아가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왜 뜰에 서 있는 나무를 정지하여 있다고 하는가?



사람들 늘 자기만을 고집



그 이유는 단 한 가지밖에 없다. 우리 주위의 모든 것들이 지구 표면에 붙어있고 이를 바라보는 우리들 또한 나면서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지표면을 벗어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자신의 세계를 한 번도 벗어난 적이 없고, 자신의 틀을 한 번도 깨 본 적이 없고, 사실은 자신의 틀을 깨기를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인간은 자기 중심적으로 세계를 바라볼 수밖에 없이 태어났는지 모른다. 지구를 벗어나는 일이야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것이어서 못 한다 하더라도, 그 이외의 모든 면에서도 우리는 우리 자신의 틀을 고집하여 아상과 아집의 성을 쌓고 세상을 바라본다.

아상에 기초하여 세계를 바라보니 주변의 모든 사람은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존재하여야하고, 자기 집단이 다른 모든 집단을 억눌러야 하고, 주변의 모든 나라가 적이어야 하고, 자기 종교가 모든 종교를 정복하여야 하고, 다른 모든 것들과 모든 생명은 오로지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어야 하고, 그래서 마침내는 이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어야 한다.

그러나 과학은 세계를 이렇게 바라본다는 것이 근본적으로 잘못되었다는 점을 알려준다.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 아니라 태양 주위를 공전한다는 지동설에서 그치지 않는다. 우주는 수 천억 개의 은하로 이루어져 있고 개개의 은하는 다시 수 천억 개의 항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은하는 수 천억 개의 은하 중의 하나이며, 태양은 우리은하를 구성하는 수 천억 개의 항성 중의 하나로서 그 가장자리에 위치하는 그리 특이하지 않은 항성일 뿐이다. 지구는 다시 그 태양 주위를 도는 여러 개의 행성 중 하나이다.

그러면 그 지구 위에 사는 인간의 지위는 어떠한가? 우리는 현재 지구상에 존재하는 수백만 종의 여러 생명체 중의 하나일 뿐이며, 더구나 우리는 45억 년의 지구 역사 중 길게 잡아야 수백만 년 정도 살았던 생물 종에 불과하다. 그리고 생명의 역사에서 우리 인류도 결코 예외가 아니라는 것을 인정한다면, 우리도 언젠가는 멸망하게 될 것이고 다시 다른 생명들에게 우리의 자리를 내어 주어야 한다. 우리들 개개인만이 아니라 우리 인류 전체도 그저 잠시 이 곳에 왔다 갈 뿐이다. 태양과 지구가 그리 특별한 것이 아니듯, 우리 인류도 생명의 전체 역사에서 보면 뭐 그리 특별한 것이 아니다. 그래도 다만 하나 인간에게 위대한 점이 있다면, 그건 이러한 사실을 그 스스로 자각할 수 있다는 점이다.

자신이 아테네에서 가장 현명하다는 신탁을 받았으나, 그 이유를 몰랐던 소크라테스는 현자라고 생각되는 사람들을 찾아다녔다. 그 결과 소크라테스는 그들이 자신이 아무 것도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는 것을 알았다. 밖으로 많은 것을 알고 있을지는 모르나, 정작 자기 자신에 대한 내면적 성찰은 부족했던 것이다.



자신에 대한 성찰 게을리 말아야



인간이 위대하다면 지구 환경을 파괴하고 다른 생명을 지배하는 죄악을 범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밖으로 향한 눈을 돌려 우리 자신을 바라볼 수 있는 힘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우리가 저지르는 모든 잘못과 우리가 만들어 내는 모든 고뇌가 우리 자신의 무명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아는 힘을 가진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 힘이 석가모니 부처님에게서 비롯되었고, 그 부처의 혜명이 법보와 승보에 의해 우리에게 전해지는 것이다.



양형진 교수(고려대 물리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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