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생명살림과 모심]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울까?

기자명 법보신문

주인이란 사고 속 뭇생명은 정복대상일 뿐
인간 욕망 채우기에 지구는 턱없이 모자라

국민가요로 애창되는 노래가 있습니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라는 노래입니다. ‘지독한 외로움에 쩔쩔매도 그에 비켜서지 않고, 반짝이는 꽃눈을 닫고 큰 잎들을 키워, 짙푸른 숲이 되고 산을 만들며, 결국은 메아리로 남는, 바로 그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는 벅찬 감동의 시어에다 힘 있는 비트, 절창의 후렴부는 부르는 사람들을 열광의 도가니로 빠뜨리고 이내 부르는 사람들에게 강력한 동질감을 갖게 하는 힘 있는 노래입니다.

그러나 이 노래를 듣고 부를 때 마다 조금 걸리는 대목이 있습니다. ‘보다’라는 비교급의 단어입니다. 은유로 이루어진 시어를 갖고 공연한 시비라고 할지 모르지만 오늘은 시비를 걸며 이야기를 시작해 보겠습니다.

인간은 자신이 지구의 유일한 주인으로 생각하며, 뭇 생명들은 지배와 정복의 대상으로 바라볼 뿐입니다. 죽임의 고통을 피하려는 동물까지도 인간의 탐욕으로 살육되는 마당에 고통을 알지 못하는 식물은 당연히 고려의 대상이 될 수 없었던 것입니다. 당연히 풀과 나무는 마음대로 베어도, 꽃은 마음대로 꺾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습니다. 제아무리 아름다운 꽃도 인간보다 당연히 못한 존재이기 때문에 비교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함부로 개발하고 파헤치고 조작하고 정복해 댔습니다.

그러나 사람이 과연 꽃보다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물론 그러면 ‘꽃이 더 아름답다’는 거냐고 눈을 흘길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과연 ‘보다’라는 말을 쓸 수 있는가 말하고 싶습니다. 호랑이나 사자 등 맹수는 허기를 채울 정도 이상으로 사냥을 하지 않습니다. 식물들은 필요한 이상의 물을 흡수하거나 땅속의 영양분과 태양에너지를 무분별하게 사용하거나 비축해 놓지 않습니다. 그러나 유독 인간만이 필요를 넘어서 모으고 남의 것을 빼앗아 더 많이 쌓아놓으려고 합니다. 그래서 간디는 ‘인간의 필요를 채우는 데는 충분하지만, 인간의 욕망을 채우는 데는 지구는 턱없이 모자란다’는 말을 했습니다.

박노해 시인은 ‘사람만이 희망이다’라고 했지만 도법 스님은 ‘사람만이 문제다’라고 했습니다. 이럴 진 데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고 그리 우렁차게 노래하는 것은 환경을 파괴한 인식과 궤를 같이 하는 인간의 큰 오만이 아닐 수 없습니다.

‘녹색’이라는 용어는 과거 인간중심적 생각을 참회하고 수많은 생명에 대해 깊이 고려하며 목표보다는 과정, 민주주의와 형평성, 균형 있는 생태적인 사회를 만들겠다는 정치적인 표현입니다.
그래서 녹색에서 바라본 ‘발전(Development)’은 제로성장, 혹은 마이너스성장을 전재로 내재적 발전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우리의 ‘녹색성장’은 ‘녹색’의 본래 의미보다는 돈벌이를 위한 하나의 ‘아이템’으로 간주하고 있는 듯 보입니다. 녹색기술을 개발하여 돈을 벌고 경제를 발전시키고, 일자리를 창출하며, 급기야 전 세계 환경단체들이 위험하다고 그토록 반대하는 원자력발전소를 청정에너지로 둔갑시켜 더 많이 짓겠다고 합니다.

불행하게도 우리의 ‘녹색성장’은 위기를 해결하기 보다는 위기를 이용하여 돈을 벌려고 하는 것으로 보여 많은 환경전문가들의 비난을 사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유정길 에코붓다 공동대표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