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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선희 보살의 수행일기] 21.아이가 수행의 스승

기자명 법보신문

수행하는 부모의 언행·감정 정확히 판단
부모가 여법하면 아이들도 자연스레 참여

우리가 살면서 참으로 많은 죄를 지으며 사는 것 같다. 작은 것에서부터 큰 것까지 지은 허물이 참으로 다양하다.

그래서 참회기도를 하고도 앉아서 고요히 머무를 때 얕은 것에서부터 깊이 박혀있는 죄업이 드러나 씻어 내릴 때까지 여러 번 깔닥 고개의 힘든 고비와 부딪히게 된다.
이 고개를 무사히 넘기는가 아닌가, 지은 허물에 대한 성격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리고 이런 경계를 바라보고 사라지게 할 힘과 테크닉이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 수행은 진보와 퇴보, 그리고 멈춤의 기로에 서게 되는 것 같다.

지금은 군 복무 중인 아들이 어려서부터 엄마의 수행하는 모습을 여러 각도로 지켜보며, 때론 “엄마는 명상을 하고 있을 때가 가장 아름다워요.”하기도 한다.
또 티베트불교 중 ‘만달라 공양’ 수행을 하는 것을 보고 살며시 지켜보다가는 “음, 이제 알았다. 그 원리를…”하면서 흉내를 내 보기도 하는 걸 보면서 알게 모르게 엄마의 수행하는 것을 늘 지켜보고 있는 감독이 있음에 긴장하며 공부를 이어가기도 했다.
이보다 무서울 때가 있다.

다른 사람과 전화통화 하는 말들을 지켜보고는 “어머니, 수행하는 사람 맞아요?” 한다든지, 내 눈 빛을 들여다보고 “오늘은 수행을 제대로 하지 않으셨구만….”하고 충고를 한다.
은근히 속으로 뿔이 나기도 하고 너무도 정확하게 판단하는 아이가 기특하기도 하여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라고 물으면, “어머니의 눈매가 오늘은 깊질 않습니다. 밖으로 튀어 나왔다구요. 그리고 다른 것 또 있어요….”하며 정곡을 찌른다.
아이 때문에 타력으로 수행을 이어갈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최근 능엄주 100일 기도를 회향하고 며칠 있다가 다시 2차 100일 기도를 하고 있는 도반 한 분이 이런 말을 했다.
가족들에게 다시 집중수행에 들어갔다는 말을 하지 않고 시작했는데, 올해 고등학생이 될 딸 수자타가 “어머니, 기도 시작하셨어요?”라고 묻더란다. 그걸 어떻게 아느냐고 되묻자 “어머니 태도가 단정해서요.”라고 너무도 태연하게 말을 걸어왔다고 했다.
이런 관찰력뿐 아니다. 어머니의 음성, 웃음, 산 것을 요리하는 것에 대한 것 등 모든 언행과 감정을 너무도 정확하게 판단하고 지적을 하여 날마다 긴장 속에 아이들 눈치를 보며 공부하고 살아간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이렇게 물었다.
“아이들이 어떻게 그렇게 정확히 알 수 있을까요?”

우린 본래 우리에게 갖추어진 청정한 그 자성을, 지은 허물로 인해 가로막은 채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한다. 우리가 애써 수행을 하는 이유가 모두 이 허물을 없애기 위함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어른들보다 지은 죄가 작거나 거의 없어 가리막을 쓰지 않고 보기 때문에 있는 그대로 볼 수밖에 없다. 또 수자타는 여기에 수행을 규칙적으로 이어오고 있다. 그러니 어른들이 어떻게 맑은 이 아이들의 지혜에 견줄 수 있겠는가.
그런데 우린 어떻게 살고 있는가?

모든 것이 부족한 줄 알고 아이들에게 온갖 간섭으로 제 갈 길에서 반대로 이탈하게 하고 있지 않는가.
‘이래라, 저래라.’하는 간섭보다는 부모가 명상을 하고 아이들도 그렇게 자연스럽게 동참하여 흔들림 없는 이 사회의 버팀목이 되는 주인들로 자랐으면 한다.
몇 개월 명상을 이어 온 수자타는 어디로 보나 움직임이 없다. 어떤 경계에도 동요하지 않을 만큼 심신이 굳혀져 있음을 볼 수 있다. 

강선희 보살 phadm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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