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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불교 우롱하는 여주군의 황당한 공문

기자명 법보신문

불교계 환경단체들이 2월 23일 여주 신륵사에서 봉행하기로 한 ‘생명의 강을 위한 연합 방생법회 및 수륙재’를 앞두고 여주군이 뜬금없이 생태계를 교란하는 야생동물의 방생을 금한다는 공문을 발송해 논란이 일고 있다.

여주군은 “붉은귀거북, 블루길, 큰입배스, 황소개구리, 뉴트리아 등은 외래종으로 이들을 방생할 경우 생태계를 교란할 수 있다”며 주의해 줄 것을 요청했다. 친절하게도 공문에 사진까지 실었고 이를 어길 시 야생동물보호법 제69조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도 있다며 엄포까지 놨다.

남한강 유역을 관리하는 여주군의 입장에서 불교계 대형 방생법회를 앞두고 주무관청에 안내공문을 발송하는 것이 당연한 업무일지 모른다. 그러나 여주군이 이번 행사와 관련해 취지나 관련 단체들의 이력에 대해 조금이라도 살폈다면 과연 이런 공문을 발송할 수 있었을지 의문이다.

이번 행사를 주최하는 단체들은 불교환경연대를 비롯해 에코붓다, 실천승가회 등이다. 그 동안 이들 단체들은 불교계 환경운동을 이끌었을 뿐 아니라 올바른 방생법회 정착을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았고 쓰레기 제로를 위한 빈그릇 운동을 전개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정부가 4대강 개발 사업을 추진하자 강을 순례하며 정부의 무분별한 환경훼손을 온몸으로 항의해 왔다. 그런 단체들에게 뜬금없이 생태환경을 보호하라는 공문을 보냈으니, 그야말로 기가 찰 노릇이다.

이들이 주최하는 행사는 생명젖줄 4대강에 깃든 뭇 생명들에게 1500여 대중들이 108배를 올리며 강을 살리겠단 서원을 하는 생명 외경의 장이다. 인간을 위한 개발과 경제성장 과정에서 희생된 유주무주 고혼들의 넋을 위로하는 생명 법회다. 물고기 방생은 아예 일정에도 없다. 여주군의 공문을 접수한 단체들이 “불교계를 어린 애 취급하냐”며 반발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으레 정월 방생법회 때가 되면 관내 사찰에 협조를 요청했던 내용과 같은 공문이라 해명했다. 

여주군의 이번 공문은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번 행사를 주최하는 단체들의 성격과 활동을 면밀히 살피고, 행사의 구체적인 일정을 체크했다면 이런 우를 범하진 않았을 것이다.

더구나 오체투지 등을 통해 환경보호와 생명에 대한 외경심을 불러 일으켜, 환경보살로 존경받고 있는 이들 단체들에 엉뚱한 공문을 발송한 여주군의 이번 처사가 4대강 삽질에 방해되는 행동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도가 아닌지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최호승 기자 sshoutoo@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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