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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우 스님의 계율칼럼] 경전 배우는 법

기자명 법보신문

경전 익히는 건 수행자 본분임에도
세전에만 관심 높은 세태 안타까워

경전은 때를 잃지 아니하고 배워야 한다. 또 배움은 깨달음이며 결과이다. 후학자(後學者)가 반드시 본받아서 선(善)을 밝혀야 한다. 이로써 배움은 정신을 통일시키고 생각을 활달하게 하며, 마음을 기쁘게 하고 성품을 다스리는 것이다. 성인들이 하는 훌륭한 일이다.
옛말에 이르되, “나무는 가지가 없으면 병이 들고, 사람은 배우지 아니 하면 장님”이라고 했다.

율학에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선사(禪思)요, 둘째는 송해(誦解)다. 참선은 지혜를 여는 것이요, 경을 배우는 것은 지혜를 펴는 것이다. 먼저 계율을 배우는 것은 종자를 뿌리고 그 뿌리를 두둑하게 해주는 것과 같다. 차례를 어기면 안 된다. 뒤에 경을 배우는 것은 그 싹에 물을 주면 뿌리가 크게 튼튼해지고 가지에 잎이 피고 꽃이 활짝 피는 것과 같다.

무슨 경을 배울 때에는 먼저 스님께 여쭈어야 하고, 경을 다 배우고는 다시 무슨 경을 배우겠다고 여쭈어야 한다. 경전에 있는 먼지를 입으로 불면 못쓴다. 경전(經典)은 성현의 혈맥이며, 또한 우리들의 부모이다. 손괴(損壞)한 즉시 보수해서 찢어지고 망가짐이 없게 해야 한다. 만일 부모가 병이 났을 때 빨리 치료하지 아니하면 나중에는 치료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는 것과 같다. 경상 위에서 차 가루나 다른 것을 싸면 못쓴다. 다른 이가 경을 보는데 경상 가까이 지나가지 않는다.

사미로서 본업을 다 배우지 못하고는 외가서(外家書)와 사서오경(四書五經)의 제자서(諸子書)의 역사와 세간 법률 같은 것을 배우지 못한다. 『불장경(佛藏經)』에 이르기를, “당래 비구가 외경(外經)을 즐겨 읽어서 설법 할 때에 문사(文辭)를 잘 사용해서 대중으로 하여금 기쁘게 하니, 이 모든 사람들은 마(魔)에 혹(惑)을 받은 바이다. 혜안(慧眼)을 가려서 깊이 이양(利養)을 탐하면 마치 눈먼 사람들이 미친 사람의 속임을 당함과 같다”고 했다. 이를 불공승사(佛供承事)하는데, 필요한 경전을 골라서 배우면 못쓴다.

위조한 경전을 익히면 못쓴다. 사주보고 관상 보는 책이나, 의서나, 병서나, 점치고, 천문보고 지리 보는 책이나, 비결서, 신선되는 법, 귀신보고 신병(神兵) 부리는 법, 부적 같은 것을 배우면 못쓴다. 외도의 서적을 배우면 못쓴다. 총명이 남다른 이로서, 내교(內敎)와 외도의 교리가 깊고 얕은 것을 알아보려 하는 이는 한 번 읽어도 무방하거니와, 연구할 생각을 가지면 안 된다.

또한 율 가운데에, 사리불과 목건련 두 존자가 외도를 파(破)하기 위하여 높은 법좌에 앉아서 신학비구(新學比丘)와 사미로 하여금 외도서를 배우게 했는데 부처님이 아시고 법을 제정하셨다. 후래에 신학비구와 사미가 외도와 더불어 논의(論議) 하다가 모두 능히 답하지 못하니, 외도가 경멸하여 웃었다. 부처님이 그 까닭을 물으셨다. 비구와 사미가 대답하되, “외도들은 전심(傳心)으로 본업을 삼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나 부처님께서 “배워서 익힐 생각을 내지 말라”고 하셨다. 다시 말씀하시기를 “만약 내가 세전(世典)을 배우지 아니하여 속인이 무지함을 비웃을진대, 어찌 속인이 나의 경의(經義)를 물으면 능히 대답하지 못해서야 되겠는가. 자기의 본분도 미숙한데 굳이 다른 일을 익히는 것은 이미 자주성을 잃는 것”이라고 하셨다.

수행자라면 마땅히 기본교리 정도는 잘 설명할 수 있어야 하는데, 요즈음엔 잘 설명하는 전문가가 따로 있다. 알아야 할 부처님경전 보다는 몰라도 될 세전에 더 능통한 것 같아서 안타깝다.

철우 스님 조계종 계단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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