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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선희 보살의 수행일기] 22.번뇌 들어올 틈도 없으려면

기자명 법보신문

명상중 망상은 스스로 만든 자작극일 뿐
오감이 다 동원돼야 망상 들어올 틈 없어

인터넷 선방 ‘카페’는 유치부에서부터 70대 후반까지 다양한 도반들이 함께한다. 특이한 점은 어린 도반들이 어른들을 이끌고 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올해 고등부 3학년 기우 도반이 대배를 하다가 어머니에게 이런 질문을 걸어왔다고 한다.

“대배를 하는데 검은 녹색 같은 게 보이더니 귀신이 보였고, 그 귀신이 나를 한참을 노려보았어요. 이때 순간적으로 무서운 생각을 하면 더 무서울 것 같아 부처님 생각을 하려고 노력하니, 피를 흘리며 서있던 귀신이 능글맞게 웃는 듯 하더니 오렌지색이 나타나며 점차 흰색으로 변하고 귀신도 없어졌어요. 그 귀신이 내 업장이라 생각되면서 업장이란 나의 가슴속에 있다는 것을 알았어요. 빛, 귀신, 업장 모든 게 이 안에 들어있는 것 같아요.”
이 일기가 올라온 순간 어린 법우가 천도를 넘어 영가와 빛의 본질까지 스스로 알아 대응했다는데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고귀하게 깨어있는 극소수를 제외하고 명상 중에도, 꿈에서도, 사후세계에서도, 우리의 삶 굽이굽이 펼쳐지는 모든 것들이 업의 작용이며, 업력의 흐름을 이어갈 뿐이다. 스스로 감독이 되고 캐스팅하고 배우가 되는 것 까지 모두 자신이 벌인 자작극들이다. 하지만 대부분 태풍의 속에 갇혀 바람이 흐르는 대로 방향을 따라 간다. 태풍 밖에서라야 바람의 크기와 세기, 방향을 알 수 있을 텐데 벗어나지를 못하는 것 같다.

이번에 ‘아바타’ 영화가 그걸 만들었다. 감독은 자신이 이룩한 정신세계를 영화를 통해 밖으로 끌고 나온 것으로 보였다. 사실 우리 마음속에서 번뇌와 벌어지는 일들을 그렇게 만들었고, 또 우주에 존재하는 무수한 세계 속에 일어나는 일들을 표현함으로써 우리 지구별도 다른 별들에게 그와 같이 침입을 당할 수도 있다는 것일 역설적으로 말해주는 듯 했다.

또 강자가 약자를 깔보고 함부로 대하는 데 대한 경고를, 눈에 보이는 무기와 같은 무시무시한 것들도 보이지 않는 순수한 마음(순수한 영원)을 이겨낼 수 없다는 것, 즉 마음이 이 세상을 만들고 모든 것을 지배하고 운용한다는 것을 말해주는 듯 했다. 이 영화의 감독 제임스 카메론(James Cameron)은 훈련된 명상으로 3분 정도 숨을 멈출 수 있고, “어른들은 하늘을 날 수 있다는 것을 믿지 않는 것이 아니라 단지 그것을 망각하고 일을 뿐이다”라고 평소에도 지적하는 사람이다.

먼저 사람이 호흡을 3분정도 멈출 수 있다면 삼매의 상태를 자유자재로 오갈 수 있고, 그 삼매 속에서 전생의 체험이나 지구를 벗어나 다른 세계를 자유자재로 여행할 수 있다. 또 3분의 숨을 멈출 정도의 힘을 가진 사람이라면 공중부양도 된다.
이 영화를 들여다보면 에너지로 다른 세계의 사람들을 알아보고 교신하며, 나비족이 날아다니는 표현을 주로 쓴 것도 이와 같은 것들을 대변해 주고 있다.
세계의 조직, 기원이 이루어지고 흩어지는 과정을 설한 『기세경(起世經)』에서 존재들의 변화에 대해 말한 것과 같은 맥락을 이루고 있다.

이 영화가 히트를 친 원인은 이런 것 말고 오감을 만족시킨다는 것이다. 즉 ‘아바타’에 홀린 나머지 다른데 관심을 쏟을 일이 없게 만든다. 수행도 이와 같이 오감이 다 동원되어야 망상이 들어올 틈이 없다.

아바타의 2편, 3편이 기대되는 이유다. 아마도 거기에서 ‘무상(無常)·고(苦)·무아(無我)’, 즉 연기(緣起)의 진리를 더욱 뚜렷이 보여줄 수도 있을 것이다. 적어도 제임스 카메론이라면.  

강선희 보살 phadm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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