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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살림과 모심] 생명을 생각하는 새해 전통

기자명 법보신문

가까이에 있는 짐승, 가족으로 여겨 위로
고마움 전하는 날 가정에서부터 시작해야

우리 옛 어른들은 새해가 되면 논두렁 밭두렁에 나와 쥐불놀이를 했고, 쥐가 없어진다고 하여 밤중에 방아를 찧었다. 이것은 정초 첫 번째 쥐의 날(上子日)에 있던 우리 전통의 세시풍속이다. 또한 첫 축일(丑日)은 ‘소의 날’로 소에게 일을 시키지 않고 쉬게 했으며 콩이나 약초 등의 영양가 있는 것을 삶아 먹이며 그동안의 노고를 위로했다고 한다.

또 첫 인일(寅日)은 호랑이날이라 하여 모든 동물에 대한 악담을 삼가 하였다. 또한 이날에는 가축에게 일을 못한다고 꾸짖거나 쥐가 많다고 함부로 쥐를 잡거나 하지 못했다. 백수의 왕인 호랑이가 자기 식솔들을 해코지한다고 화를 내고 사람을 해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첫 오일(午日)은 ‘말의 날’이라 하여 죽은 말에게 제사를 지내고 산말에게 일을 시키지 않았으며 맛있는 음식으로 위로 했다. 첫 신일(申日)을 ‘원숭이날’로 산에 가서 나무를 베지 않고 또 나무로 집을 짓지 않았다. 이는 원숭이가 나무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톱, 낫, 도끼 등을 만지면 손을 베거나 다친다고 해서 아예 만지지를 않았다.

첫 유일(酉日)은 ‘닭의 날’이라 하여 지붕을 잇지 않았다고 한다. 이는 닭이 지붕에 잘 올라갈 뿐만 아니라 닭의 먹이가 되는 벌레들이 초가지붕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첫 술일(戌日)을 ‘개의 날’로 정하여 개에게 평소와는 다른 음식을 잘 차려 대접하였다. 이 날 풀을 쑤면 개가 그것을 먹고 구토를 일으킨다 하여 민가에서는 옷에 풀을 먹이는 일까지 삼갔다.

이와 같이 우리 조상들은 새해 첫날에는 조상들의 음덕을 기리고 감사해하면서 다음날부터는 가까이 있는 동물과 짐승들을 가족구성원으로 생각하며 무엇보다 먼저 가까이 있는 생명들을 살피고 헤아리는 아름다운 풍속을 갖고 있었다.

이제 동물과 생명을 생각하는 이 같은 세시풍속의 생태적 전통을 어떻게 살릴 수 있을까? 새해 첫 날은 이웃과 친지들을 방문하면서 안부와 건강을 물으며 가족들의 소중함을 느끼는 날이다. 그러나 어렵겠지만, 이후 12일 동안은 7일 동안 자연과 생명을 생각하는 날로 정해서 축제와 의식을 만들어가는 것은 어떨까?

이를 테면 새해 둘째 날을 ‘산에 사는 생명들의 날’, 셋째 날을 ‘물에 사는 생명들의 날’, 넷째 날은 ‘기어 다니는 벌레들의 날’, 다섯째 날은 ‘날아다니는 새들의 날’, 여섯째 날은 ‘보이지 않는 작은 생명들의 날’, 일곱째 날은 ‘집에서 키우는 짐승들의 날’, 여덟째 날은 ‘풀과 나무, 바위와 흙의 날’ 등으로 정하는 것이다. 그래서 단 하루라도 주위 생명들과 자연에 대해서 한 번 쯤 더 생각해보고 고마움을 표현하는 날을 갖자는 말이다.

산에 사는 생명들에게 먹이주기, 집에서 키우는 짐승들의 고마움을 생각하며 작은 잔치를 해주고 살펴주기, 잡힌 생명들을 놓아 주기 등 뭇 생명들을 살피고 감사해하는 날로 기리는 것을 우선 가정에서부터 실천해야겠다. 그리고 초등학교에서나 지역에서 새로운 문화축제로 만들어 생명과 자연을 생각하는 감수성을 키우도록 해보는 것은 어떨까?

계란을 깨지 않고 오믈렛을 만들 수 없다는 프랑스 속담이 있다. 실천이 필요할 때다.

유정길 에코붓다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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