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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계, 모금전문가에 주목하는 이유

기자명 법보신문

홍보-기획 전문가 양성…‘묻지마 보시’ 관행 개선

시주차원 보시 한계 극복…지속 참여 유도
투명성 담보-체계적 모금·관리 대안 인식

 
일회성 보시가 아니라 사회적 사업에 적극적인 관심을 갖도록 하는 모금전문가(권선전문가)가 주목을 받고 있다. 사진은 희망제작소가 운영하는 모금전문가학교 수업 현장.

“사찰에서도 오셨네요. 불교에서는 별도로 모금하지 않아도 신자들이 자율적으로 불전에 보시하지 않나요?”
시민사회단체인 희망제작소(소장 박원순)가 개설한 모금전문가학교 2기에 참석한 한 사찰 관계자는 함께 강의를 듣고 있던 NGO 단체로부터 이런 질문을 받았다. 보시가 신행의 한 방편인 종교계에서 굳이 모금을 하지 않아도 보시가 이뤄지지 않느냐는 상식적인 차원의 질문이었다.

불교계의 모금 활동이 사실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져 왔다는 것은 누구보다도 실무자들이 절감하고 있다. 목적 사업에 대한 상세한 홍보나 전략적 모금활동 보다는 스님들이 주축이 되어 후원회를 꾸리거나 불자들의 신앙심에 호소하는 수동적이고 소극적인 모금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관행이 ‘시주’, ‘보시’ 등 불교의 오랜 기부문화 속에서 어느 정도의 성과를 이끌어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보시와 시주 차원에서 이뤄진 불자들의 간접적 동참은 사업에 대한 인식과 관심도를 저하시켜 사업의 지속성을 약화시키는 원인의 하나로 지적돼 왔다.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기위해 등장한 권선전문가는 NGO 등 사회단체들이 구축해 온 모금기법을 불교계에 접목시키는 방안에 대한 과제를 안고 있다.

◇모금전문가=1990년대 이전부터 미국의 비영리 마케팅 분야에서는 ‘모금전문가’ 직업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영어로 Fund-Raser(펀드레이저)는 자선 단체나 비영리 조직을 위한 기금 모금자를 뜻한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의 나라에서는 일정기간의 교육을 통해 관련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으며, 이미 국제공인 모금전문가가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을 만큼 서구 사회에서는 익숙한 직업이다. 국내에서도 비영리 단체나 복지 시설 등을 중심으로 모금전문가의 활동 영역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

◇모금전문가의 역할=모금전문가는 효과적인 모금을 진행하기 위해 아이템을 발굴하고 기획, 홍보, 운영과 관리까지 총체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후원자들의 기부를 이끌어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한발 더 나아가 해당 단체의 사업, 활동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동참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주된 역할이다.

이를 위해 모금전문가는 단체의 비전을 재창조하거나 모금의 목적을 구체화하는 등 전략적인 기획을 기반으로 잠재적 후원자들을 설득해 적극적인 참여를 이끄는 것은 물론, 기업 후원 유치나 마케팅, 후원자 관리 등 모금에 관한 전반적인 사항을 총괄한다. 후원금 운영 내역 공개를 통한 투명성 확보, 신뢰도 향상에 대한 노력 역시 모금전문가의 중요한 역할 가운데 하나다.

◇불교계 관심=교계의 사회 참여 영역이 다양해지고 활동이 확대되면서 안정적인 기금 조성의 중요성은 사업 성패의 관건이 될 만큼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후원자들이 사찰이나 단체의 활동에 꾸준한 관심을 기울이고 스스로 동참 원력을 세울 수 있도록 관리해야 할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는 셈이다.

때문에 불교 관계자들의 관심은 모금 기법 자체 보다는 모금 과정, 동참자의 관심 끌어내기, 설득 기법 등에 더 모아지고 있다. 불자들의 관심과 열정을 이끌어 내기 위한 고민이 모금전문가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희망제작소의 모금전문가학교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이명희 선임연구원은 “모금전문가는 후원자로부터 더 많은 기부를 끌어내는 전문가가 아니라 후원자로 하여금 이 사업을 후원하고 동참하는 이유를 스스로 명확히 인지해 자발적 동참이 이뤄지도록 이끄는 동시에 지속적인 후원의 고리를 만드는 전문인력”이라고 소개하며 “모금전문가에 대한 불교계의 관심이 다른 종교에 비해 매우 높다는 것은 지금까지 그런 절차가 상대적으로 미약했다는 진단의 결과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명희 씨는 “매 기수마다 불교계 관계자들의 동참이 눈에 띄게 늘고 있는 점 역시 이러한 인식의 확산이 매우 빠르게 이뤄지는 결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모금전문가, 향후 전망=희망제작소 상임이사 박원순 변호사는 앞으로 10년 이내, 한국의 기부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개인적인 상속 뿐 아니라 기업의 과다 이윤에 대한 규제가 점차 강화되는 시점에서 기부 등을 통한 사회 환원이 꾸준히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NGO를 비롯해 복지, 종교계 등의 투명하고 체계적인 모금 관리가 더욱 중시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종교계의 모금은 종교단체의 도덕성 및 신자들의 신앙심과 직결돼 있는 만큼 더욱 철저한 집행과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

이에 따라 불교계의 보시나 기독교계의 십일조 등 종교적 특성과 결합된 기부 문화를 개발해 특성화 시키는 것이 각 종교의 과제로 지목되고 있다.

송지희 기자 jh35@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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