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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우 스님의 계율 칼럼] 대중과 공양하는 법②

기자명 법보신문

발우 씻은 물조차 시주로 얻은 것
하찮게 여겨 함부로 버려선 안 돼

『박물지(博物志)』에 이르되, “이것저것 마구 먹는 잡식(雜食)은 온갖 가래와 요사스러움이 모이는 바다이기에 먹음이 적으면 마음이 더욱 밝고 먹음이 많으면 마음에 더욱 손해가 된다”고 했다.

율에 이르기를 “어떤 신도가 정성과 공경으로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서 부처님과 비구들에게 공양했다. 이 때 한 마리 개가 꼬리를 흔들며 애걸하는 모습을 지었다. 비구가 불쌍히 여겨 밥을 나누어 개에게 먹였다. 신도가 그것을 보고 기뻐하지 않았다. 비구들이 부처님께 아뢰니 법을 제정하시되, ‘대중의 공양이 끝나지 않았는데 개에게 주었으니, 곧 법이 아니요, 떼어서 개를 주었으니, 위의(威儀)가 아니다”고 하셨다.

밥을 먹을 때 머리를 긁어 더러운 것이 옆 사람의 발우에 떨어지게 하면 못쓴다. 음식을 입에 물고 말하면 못쓴다. 웃고 이야기하면 못쓴다. 음식을 씹으면서 소리를 내면 못쓴다. 이쑤시개를 사용하려거든 옷소매로 입을 가려라. 음식에 벌레가 있거든 아무도 모르게 치워버리고, 옆의 사람이 보고 의심하게 하지 말라. 앉은자리에서 모두 먹어야 하고, 옮겨 앉아 또 먹으면 못쓴다.

먹을 때에 크게 흔들지 말아야 하거니와 국이나 죽을 먹을 때 마시는 소리를 내지 말라. 대중들이 먹음을 마치지도 않았는데, 입 씻는 소리를 내지 말라. 음식을 씹을 때에 반드시 입술을 합하며, 떡이나 과일은 반드시 잘게 나누어서 씹어 먹으라고 했다.

먹고 나서 손가락으로 그릇을 훑어 먹으면 못쓴다. 너무 빨리 먹어도 안 되고 너무 늦게 먹어도 못쓴다. 가반이 미처 오지 않는다고 짜증내면 못쓴다. 시킬 일이 있으면 손짓으로 시늉하고 크게 말하지 말라. 발우 소리를 내면 못쓴다. 밥 먹고 먼저 일어서도 안 된다. 규칙을 어기다가 경책을 받고 반항하면 안 된다. 밥에 뉘가 있으면 껍질을 벗겨 먹는다. 맛난 음식을 보고 탐심을 내어 마구 먹으면 못쓴다. 대중을 떠나 따로 먹으면 못쓴다.

만약 오관(五觀)으로 마음을 살피면서 부끄러운 생각을 하면 번뇌가 자연히 생기지 않는다. 한 사람의 번뇌로 해서 온 방의 대중이 그 때문에 불안하게 되면 재당(齋堂)이 불안하게 되어도 안 된다. 사방을 돌아보고 탐심을 일으켜서 맛있는 음식을 생각하고 침을 삼키고, 기침을 자주 하며, 죽을 흔들고, 국을 마심에 입 가득히 배부르게 하고, 발단을 펴고, 발우를 펴는데 모두 옆 사람에게 시끄럽게 하는 것이다. 목숨은 밥을 의지해서 살고, 도는 먹는 것 때문에 있으니, 한 알의 조와 곡식이 모두 시주의 보시를 따라 온 것이다. 마땅히 아껴서 천(賤)하게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옛날 지봉선사(志峰禪師)가 어느 날 좌선을 하는데, 신(神)이 앞에 와서 무릎 꿇어 앉아 있었다. 선사가 “누군가”하고 물으니, “호계신(護戒神)”이라고 대답했다.
선사가 묻기를 “생각 하건대 숙세(宿世)의 허물이 다했는데, 그대는 모르는가”라고 했다. 호계신이 “선사께서 무슨 죄가 있겠습니까마는 오직 발우 씻은 물 또한 시주물인데, 선사께서 항상 버리시니 마땅한 바가 아닙니다”고 말하며 숨어버렸다. 선사가 그 뒤로부터는 버리지 아니하고 모두 마셨다.

편중식(偏衆食)은 대중과 같이 먹지 않는 것을 말한다. “시방(十方)에서는 구름조차도 모여서 함께 밥을 먹는데, 승물(僧物)을 혼자 따로 먹으면 법에 준하여 죄가 된다. 자기 물건을 대중에게 치우치면 이것은 부끄러움이 없는 사람이다. 스님들이 먹지 않았는데 먼저 맛보지 말라. 다만 음식을 만드는 자는 먼저 맛보아도 허물이 없다”고 했다. 

철우 스님 조계종 계단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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